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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그러나 ‘노력 부족‘을 말하는 여성들

노력에 대한 믿음청년여성들의 서사에서 능력은 성차별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능력의 인정이 성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오히려 존재의 불안정을 가중한다.- P139
생활비를 위해 일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는 해랑은 자신이 경험한 불공정을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P140
(전략).

이처럼 불공정을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해석하는 해랑의 태도는 쉬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불안으로도 나타난다. "대학원 오고는" "주말에 하루 이틀 그냥 쉴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불안한 게" 커서 주말조차도 책상에 앉아 있는다.- P141
해결책이 되기엔 부족한 ‘능력‘

그러나 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언어인 ‘능력주의‘는 차별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 없는 허구적 기획이다. 능력주의는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일환으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야기된 실패를 개인의 무능력으로 포장하여 도덕적 멍에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 P143
사회구조적 문제는 ‘노력‘이라는 개인의 영역으로 치환되고 은폐되며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 ‘잉여‘들은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²- P143
5장  불공정: 그러나 ‘노력 부족‘을 말하는 여성들


2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20.- P204
게다가 가부장적 사회제도 아래에서 능력주의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구조를 비가시화해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개인으로 호명하면서도 동시에 여성의 능력을 개인이 아닌 집단의 특성을 기반으로 측정하는 이중적인 체계로 기능한다.³- P143
3 엄혜진, <성차별은 어떻게 ‘공정‘이 되는가?: 페미니즘의 능력주의비판 기획>, <경제와사회》 132, 비판사회학회, 2021,47~79쪽.- P204
많은 사람들은 능력주의적 평가 기준이 성별고정관념을배제해 성차별을 완화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젠더 혹은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 기업 내부의 객관적 혹은 주관적 평가 기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해외 연구들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젠더 중립적인 평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소수자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의 개입은 제거될 수 없다.- P144
특정 집단의 역량에 대한 낮은 기대가 반복될수록 귀속적 지위에 대한 편견은 일반화되며 이는 이들이 지배적 집단보다 업무적 능력이 부족하다는식의 고정관념으로 고착화된다.⁵- P144
5 Cecilia L. Ridgeway and Kristan Glasgow Erickson, "Creatingand Spreading Status Belief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106(3),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pp.579-615.;Murray Webster Jr. and Martha Foschi, Status generalization:New theory and research, Stanford University Press, 1988.- P204
. 사람들은 자격과 성과가 동일할 때 여성 노동자보다 남성 노동자를 훨씬 더 유능하고, 호감이 가고, 가치 있다고 평가한다.⁶- P144
6 Martha Foschi, Larissa Lai, and Kirsten Sigerson, "Gender and Double Standards in the Assessment of Job Applicants", Social Psychology Quarterly, American Sociological Association,
1994, pp.326-339.- P204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업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조직 내 남성 노종자의 능력에 맞추어진 기준일 때 여성은 남성보다 좋은 평자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P145
정리하자면, 능력주의는 결코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의 구조적 차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여성은 이러한 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의미화한다.- P146
자기혐오

자책의 악순환이 이르는 곳


범람하는 심리분석과 치료담론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며 개인화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유동하는 자아는 본질적으로 불안정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P147
이러한 ‘상황적 정체성‘은 새로운 형태의 정체성으로서, 이는 모든 자기결정과 정체성 요인이 일시적인 것임을 받아들이며, 하나의 인생 계획을 설립하고 그에 따르기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선택하는 방식의 서핑을 하도록 만든다.¹- P148
6장  자기혐오: 자책의 악순환이 이르는 곳

1. 하르트무트 로자, 《소외와 가속》, 김태희 옮김.- P206
최근 들어 범람하는 심리분석과 개인의 문제적 상황에 대한 정신의료적 접근은 유동성이 표준화되어버린 일상과 궤를 같이한다. - P148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의 극복을 위한 치료담론이 역설적으로 고통과 트라우마를 특권화해 치료 불가능성을 내포한 다는 점에 있다.- P148
나태하지만 나태하지 않은


청년여성들의 치료적 내러티브에서 자신의 실패를 야기한 ‘회피‘의 원인은 ‘노력의 부재‘로 해석된다- P149
 재윤 역시 전직을 준비하는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원인으로 20대 초반에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지 않고 "디자인 알바만 하고 디자인 관련된 일만"한 자신을 강조하며 이를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증표로 내세웠다.- P151
청년여성들이 자신의 ‘회피‘ 성향의 원인으로 이야기하는
‘게으름‘은 실제로 무기력하거나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하나의 해석으로 이해해야 한다. - P152
과거로 소급되는 실패의 원인


자신의 현재적 결함에 대한 성찰이 지속될수록 이들의결함은 과거로 소급된다. 특히 양육담론이 발전한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자아정체성은 어린 시절의 부모 양육에 의해 형성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⁵ 과거에 대한 서사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결국 과거에 대한 후회는 어린 시절로까지 회귀되며, ‘이번 생은 망했다‘와 같은 실패 서사를 탄생시킨다.- P153
5 김혜경·이순미, <‘개인화‘와 ‘위험‘: 경제위기 이후 청년층 ‘성인기이행‘의 불확실성과 여성내부의 계층화〉, 《페미니즘연구》 12(1), 한국여성연구소, 2012, 35~72쪽.- P206
아무 정보도 없이 취업이 어려운 학과에 진학해 스펙도 쌓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 자신에 대해 돌아볼수록 "부모님이 나를 그동안 어떻게 키웠나"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그렇게 자유롭게 놔뒀어도 되는 것인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비난의 감정이 커진다.- P154
자책이 자책을 부르는 악순환

그러나 ‘게으름‘으로 서사화된 과거의 결함을 수정하고자생산성을 도모하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생산성의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취직을 준비하는 소라는 "여덟 시간 이상 자면" 자신이 "한심스럽게" 여겨진다. 이러한 ‘한심함‘의 이면에는- P156
마찬가지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비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어야 했던 열음은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는 현실을 두고 사회적 상황으로 인한 영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나태해서" 그렇다는 말로 설명했다.- P157
이처럼 청년여성들에게 ‘쉼‘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 아니라 ‘뒤처짐의 시간‘으로 의미화된다. 여성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해석되는 사회에서 이들은 구조적 불평등 또한 노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리고자 한다.- P159
‘나‘를 변화시키면 해결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여성들이 직면하는 위험은 개인의 문제에서만비롯되는 게 아니다. 가족이 강요하는 ‘딸‘로서의 성역할 규범과 (성폭력을 포함해) 때때로 가해지는 폭력으로 인해 여성들의 리스크는 확장되지만, 여전히 남성 생계부양자를 이상적 노동자로 상정하는 성차별적 노동시장과 가족을 중시하는 유교문화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은 이들의 삶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P160
삶에 도사리는 위험 관리에 대한 부담감은 ‘왜 살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존재론적 불안으로 확장된다.- P160
과거를 통해 찾아낸 결점은 결국 반복되는 실패를 통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며 ‘변화할 수 없음‘이라는 좌절은 현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확장한다.- P161
자살생각이라는 뫼비우스의 띠


정리하자면, (중략), 이러한 생각 속에서 청년여성들은 현실의 도전이나 문제 해결을 회피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유예하고자 하였다.- P163
이들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 자신의 삶이 사실은 열심히 산 게 아니었으며, 앞으로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 해도 원하는 삶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방법은 열심히 살아서 인정받는 것뿐이다.- P165
불안, 우울, 자살생각

생애 전반으로 확장되는 위험



한국 청년여성의 현재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오늘날 청년여성들이 마주한성별화된 위험들은 과거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존재했던 위험이고, 신자유주의로부터 비롯된 노동의 불안정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청년남성도 마찬가지로 직면한 위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P167
최근의 청년여성들은 노동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애를 기획한다.¹ 결혼은 ‘선택‘이다.- P167
7장  불안, 우울, 자살생각: 생애 전반으로 확장되는 위험

1 이순미, 〈노동경력과 가족경로 분석을 통해 본 청년기 연장(longyouth)의 젠더 차이>, <한국여성학》 33(2), 한국여성학회, 2017, 181~244쪽; 김은지·송효진·배호중·선보영·최진희·황정미, 저출산대응정책 패러다임 전환 연구(1): 청년층의 젠더화된 생애전망과정책정합도 분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P206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별화된 위험이 생애 전반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원가족으로부터 기인하는 가족위험과 돌봄위험은 과거 결혼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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