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문제에서 나는 두 번째로 정답 버튼을눌렀다.
"타케다 아ㅡ"가 들린 순간이었다.
평소 퀴즈 대회라면 버튼을 누를 만한 시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대회는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음악 분야로 한정되어 있고 음악 분야도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과 관련된 문제만 출제됐다.
"울려라! 유포니엄."- P177
Q. 타케다 아야노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교토부 우지시가 무대이며 취주악부 고등학생들이 전국대회를 목표로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이 애니메이션은 무엇일까요?
A. 울려라! 유포니엄.- P178
"너 애니메이션도 잘 알아?"
가시마가 물었다.
"가끔 봤거든."
동거할 때 ‘울려라! 유포니엄‘ 애니메이션을 기리사키와 함께 봤다. 그래서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 P178
홀로 한동안 울고 나서 다시 퀴즈를 하고 싶다고생각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딩동댕" 울리는 소리는 퀴즈의 정답을 알리기만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 ‘네가 옳다‘고 긍정해 주는 소리기도 했다.
기리사키와 만나지 않았다면, 기리사키와 동거하지 않았다면 ‘울려라! 유포니엄‘을 맞힐 수 없었다.- P179
다시 떠올렸다.
‘심야의 대단한 힘‘을.
‘안나 카레니나‘를.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OTPP‘를그리고 지금까지 정답을 맞힌 모든 퀴즈를퀴즈의 정답을 맞힌다는 것은 그 정답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해 왔다는 증거다. 우리는 퀴즈라는 경기를 통해 서로의 증거를 보여준다.- P180
우리는 살면서 언제나 퀴즈 문제를 맞닥뜨린다.
퀴즈 경기를 할 필요는 없다. 퀴즈는 세상 어디에나존재한다.
상처받고 고민에 빠진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까?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상사에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그저 참기만 하고 지금 맡은 일을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과감히 이직해야 할까?
평은 좋지만 비싼 냉장고와 평은 그럭저럭 평범하지만 저렴한 냉장고 중 무엇을 사야 좋을까?- P181
퀴즈 경기와 다른 점은 이 세상에 출제되는 문제에는 대부분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답을 말한다. 결단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자신이 내놓은 답이 정답이었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P181
세상에 존재하는 퀴즈 대부분은 정답이 없다. (중략).
하지만 그녀와 보낸 시간 덕분에 몇 문제를 풀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나는 발전할 수 있었다. 퀴즈 플레이어로서 나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으로서는 매우 미숙하다.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았다.- P182
화면 앞에서 나는 퀴즈를 풀 때 어떤 근거로 답을찾을까 생각했다. 결승전 영상을 보면서 나름대로추론한 내용을 정리했다.
퀴즈 문제집에서 푼 적 있다. 문제를 만든 적 있다. 다른 퀴즈 대회에 출제된 적 있다. 교과서에서 본적이 있다.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에서 읽은 적 있다.
TV에서 본 적 있다. 실제로 가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배운 적이 있다.
이 모든 근거의 공통점은 전부 자기 인생의 일부라는 점이다.- P103
"문제.....??
그 소리에 화면 앞에 있는 나는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분명 다음 문제는…………….
"학명은 스트릭스 우랄렌시스이며 ‘숲의 파수꾼‘이라는 이미지 때"
(중략).
이때의 나는 답을 몰랐지만 ‘숲의 파수꾼‘이라는말을 듣고 오랑우탄을 떠올렸다. ‘오랑우탄‘이라는 단어는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을 의미한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서두에 그 이야기가 나왔을텐데 문제가 학명으로 시작해서 부자연스러웠다.- P184
"자, 정답은요?"
정답 제한 시간이 거의 지나가자 진행자가 재촉했다.
혼조 기즈나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랑우탄?"
명백하게 자신 없어 보였다.
땡.
득점 상황은 여전히 5대4.
혼조 기즈나는 득점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답기회도 아슬아슬해졌다. 답을 두 번 틀렸기 때문이다. 오답을 세 번 말하면 실격이다.- P185
Q. 학명은 스트릭스 우랄렌시스이며 ‘숲의 파수꾼‘
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지바역 앞 파출소³⁸의 모티브가된 동물은 무엇일까요?
A. 올빼미.
38 지바역 앞 광장이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인공 숲 같다고 하여 파출소 건물을 ‘숲의 파수꾼‘으로 사랑받는 올빼미 모양으로 설계했다.- P186
‘Q-1 그랑프리‘에 출연한 뒤로 이러한 DM이 갑자기 늘었다. 7백 명 정도였던 팔로워도 어느 순간만 명이 넘었다.
(중략). 프로그램 측과 무작정 대립하고 싶지 않았고 눈앞에서 우승을 빼앗긴 가여운 준우승자라는입장을 고수하는 편이 더 이득일 것이라는 욕심도있었다.
의외였던 점은 그 태도를 흡족해하는 혼조 기즈나의 팬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들 중 일부가 내 계정을 팔로우했다.- P187
인터넷상에서 나는 어느새 ‘어려서부터 퀴즈를위해 살아왔고 그 때문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사람‘
이 되어 있었다. (중략).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를 말버릇처럼 달고 사는 사람. (중략). ‘Q-1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혼조 기즈나라는 진정한 천재와 만났고 마지막문제에서는 전설의 ‘문제 안 듣고 정답 맞히기‘ 때문에 패배했다. 하지만 혼조 기즈나의 버튼 빨리 누르기에 감동해 그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전부 망상이다.- P188
나는 세상에는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꿈도 많다는 것을 아는 상식 있는 사람이다.- P183
TV에 잠깐 나온 내 모습만 보고 어떻게 그렇게단정 지을 수 있지?
화면으로 전해지는 정보만으로 내 무엇을 안다는말인가.
자신을 ‘미시마 레오의 팬‘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풀어놓은 망상을 보며 기분 나빠졌다. 잠깐 보고 알게 된 미미한 정보로 우상을 만들고 숭배한다.
나는 아주 잠깐 TV에 출연했을 뿐인데 나와는 동떨어진 캐릭터가 형성되었다.- P189
그제야 비로소 이 문제가 지바역의 올빼미 파출소와 관련된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묘한 퀴즈였다.
(중략). 참고로 이케부쿠로에도 올빼미 파출소가 있고 퀴즈 문제로 나온 적도 있다.
혼조 기즈나가 문제 도중에 버튼을 누른 탓에 당시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문제는 지바시 출신인 사람에게 상당히 유리한 문제였다. 지바역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올빼미 파출소를 알것이다.
‘둘 다 같은 상황이었구나.‘
나는 깨달았다.- P190
혼조 기즈나가 한 글자도 듣지 않고 문제를 맞힌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문제는 특정 지역 출신자만 맞힐 수 있는 문제이다시피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바시 출신인 나만 맞힐 수 있는 문제도 마련되어 있었다.- P191
가설을 세웠다.
사카타 야스히코는 우리가 답할 수 있는 문제를 준비한 것 아닐까.- P191
"‘Q-1 그랑프리‘ 결승전도 후반부를 달리고 있는데요. 그러면 다음 열세 번째 문제로 가보죠."
진행자가 신호를 보냈다.
"문제......"
(중략).
"이벤트一"
삐一.
혼조 기즈나가 버튼을 눌렀다. (중략). 나는 누를 생각조차 못 했지만 문제를 읽는 아나운서의 입 모양을 보고 감을 잡았다.
‘이벤트‘의 다음 글자는 아마도 일본어 50음도 중
‘코こ‘나 ‘호ほ‘일 것이다.- P193
틀려라.
틀려서 실격해라.
"사건의 지평선"
혼조 기즈나가 대답했다. 한껏 자신 있는 큰 목소리였다.
딩동댕.- P194
Q. ‘이벤트 호라이즌‘으로도 불립니다. 이것을 지나는 순간 원리적으로 무한한 시간이 지나야 관찰자에게도착한다고 하는데요, 정보 전달의 경계를 뜻하는 이것을 우리말로 무엇이라고 할까요?
A. 사건의 지평선 (또는 사상의 지평선, 슈바르츠실트 반경).- P195
나는 도미즈카 씨에게 받은 파일을 열었다. ‘Q의 모든 것‘에 나온 모든 문제를 정리한 목록이었다.
문제를 각각 살펴보기 전에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방송되지 않은 문제가 많았다. 걸러진 문제. 오답이었던 문제. 아마도 정답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 문제. 정답은 나왔지만 멘트가 재미없던 문제.
‘Q의 모든 것‘의 총연출자였던 사카타 야스히코는 가차 없이 편집했다.- P196
‘Q의 모든 것‘은 어려운 문제와 기발한 문제가 많았다. 그만큼 초인적인 정답도 눈에 띄었지만 아무도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문제도 늘어났다. 사카타야스히코는 방송에 사용할 수 없는 장면이 쏟아질것에 대비해 문제를 많이 준비했을 터다.- P197
사카타 야스히코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퀴즈 프로그램 생방송에서 가장 피해야 할 사태는 어떠한 상황일까?
문제를 다 읽어도 아무도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그런 문제가 계속 나오면 거의 방송사고다.
‘Q의 모든 것‘에서는 그런 문제들이 편집됐다. 출연자에 따라 오답이라도 재미있는 오답은 편집되지않았다. 하지만 생방송에서는 편집이라는 기술을 쓸수 없다. 그러니 정답을 맞히지 못할 문제를 만들어서는 안 되고 되도록 오답 수도 줄여야 한다.- P198
물론 퀴즈란 필연적으로 참가자의 인생과 관련된경기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제작진은 생방송이라는 특수한 형식에서 ‘참가자의 인생‘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우리는 글자 그대로 서로의 인생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P199
나는 심호흡하고 양어깨를 빙글빙글 돌렸다. 이제 혼조 기즈나에게 오답 기회는 없는데 버튼을 누르는 시점을 보면 도박을 하는 듯 느껴졌다. 그 도박이 나를 아주 조금 압박했다.
5대5.
오답을 세 번 말하면 실격인 상황에서 나는 한 번,
혼조 기즈나는 두 번.
다음 문제에서 도박을 시도할 권리가 있다. 팽팽한 상황에서 버튼을 눌러도 된다.- P200
"문제…"
문제를 읽는 아나운서의 얼굴을 응시했다. 입이열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코우테こうて-??
(중략). 나는 무아지경으로 버튼을 눌렀다. (중략)
삐ㅡ
‘누구지?‘
램프를 확인했다. 내 램프에 불이 켜졌다. (중략)
한발 늦게 뇌가 문제 소리를 받아들였다. ‘코우테こうて-‘에서 버튼을 눌렀지만 아나운서는 ‘코우테이토こうていと‘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우테이こうてい‘와 ‘토と‘ 사이에 약간 공백이 있었다.- P201
마지막으로 내 눈과 귀로 얻은 정보를 문장에 덧붙였다. 아나운서의 입 모양을. 그 입에서 흘러나온 희미한 한숨을.
‘소そ‘다. 아나운서는 마지막에 ‘소そ‘라고 말하려고 했을 터다. 즉 내가 얻은 정보는 ‘코우테이, 토소こうてい、とそ‘다.- P202
"자, 정답은요?"
초조했다.
"심볼리 루돌프"
너무나 초조해서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P202
. 즉 이 퀴즈는 ‘교정‘도 ‘긍정‘도 ‘공정‘도아닌 ‘황제‘로 시작하는 문제다.
‘황제라고 불리는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심볼리 루돌프‘라고 답했다.
딩동댕.
정답을 알리는 소리였다. 나는 브이 포즈를 취했다. 무의식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40 ‘~로 불리다‘는 일본어로 ‘~と称される(~토쇼우사레루)‘다.- P203
Q. ‘황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일본경마사상 최초로7관왕을 달성한 경주마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A. 심볼리 루돌프.- P204
내가 ‘심볼리 루돌프‘를 가장 먼저 떠올린 이유는지난해 경마 방송의 의뢰를 받아 경주마 퀴즈를 열문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심볼리 루돌프‘ 문제도 만들었다.
거기서 깨달았다.
이 문제도 역시 내 인생과 연관된 문제구나.- P205
혼조 기즈나의 경우는 어떤지 생각했다.
예컨대 ‘윌리엄 로렌스 브래그‘는 노벨상 수상자를 모두 암기한 혼조 기즈나를 위한 문제다. ‘사이언스‘ 문제에서도 고등학생 때부터 읽었다고 대답했다. ‘노지마 단층‘은 ‘Q의 모든 것‘에 나온 문제였고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는 야마가타현에 거주한 적이 있는 그를 위한 문제였다. 내가 몰랐을 뿐 혼조기즈나와 관련된 문제도 비슷하게 출제된 것 아닌가.- P206
물론 그래도 마지막 문제를 한 글자도 듣지 않고버튼을 누른 이유는 아직 모른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답에 점점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과거 혼조 기즈나는 ‘자-‘까지만 듣고 ‘끝이 좋으면 다 좋아‘를 맞힌 적 있다. 문제 자체보다 문제가나온 상황이나 문맥을 읽고 풀어낸 정답이었다. 그런 식으로 버튼을 빨리 누르는 데 뛰어난 사람이다.
마지막에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가 출제되리라는 자신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P207
내 몸 주위에 퀴즈가 맴돌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내 주위에 퀴즈가 맴돌고 있었다.
사카타 야스히코는 우리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문제만 냈다.- P208
일곱 번째 재생했을 때 나는 사소한 사실을 눈치챘다.
마지막 문제에서 아나운서는 "문제......"라고 말한 뒤 숨을 들이마시며 문제를 말하려고 입을 다물었다.- P209
일본어를 발음할 때 입을 닫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글자는 ‘마 행⁴¹‘과 ‘바 행⁴²‘과 ‘파 행⁴³‘ 뿐이다.
혼조 기즈나는 문제를 한 글자도 듣지 않고 버튼을 눌렀지만, 사실 첫 번째 글자에 대한 정보가 약간 존재했다.
41 일본어 50음도 중 ‘마, 미, 무, 메, 모‘,
42 일본어 50음도 중 ‘바, 비, 부, 베, 보‘.
43 일본어 50음도 중 ‘파, 피, 푸, 페, 포‘.- P210
Q. ‘뷰티풀, 뷰티풀, 뷰티풀 라이프‘라는 노래로 친숙합니다. 일기예보 프로그램 ‘프티웨더‘ 광고에 나온적도 있고 독특한 로컬 CF로도 유명한, 야마가타현을중심으로 네 개 현에 점포를 운영하는 세탁 체인점은 무엇일까요?
A.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정답을 맞힌 사람은 혼조 기즈나였다. 편집되어방송되지 않았지만 제3회 ‘Q의 모든 것‘에 ‘Q-1 그랑프리‘ 결승 마지막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나왔다.
이 내용을 도미즈카 씨에게 말할까 고민했다.- P211
혼조 기즈나의 트위터 계정에 접속했다.
몇 시간 전, 그는 한 달 만에 트위터 활동을 했다.
유튜브 채널 ‘퀴즈왕 기즈나 채널 개설과 월정회원제 온라인 살롱 ‘기즈나의 진심‘ 개시 소식이 공지되어 있었다.
혼조 기즈나는 무대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새 수입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P212
(전략).
제가 혼조 씨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 무수한 선택지 중 어떻게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를 선택할 수 있었는가.
둘, 혼조 씨의 ‘문제 듣지 않고 정답 맞히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퀴즈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Q-1 그랑프리‘ 준결승에 출연한 퀴즈 플레이어들은프로그램이 짬짜미였던 것 아니냐며 분노했습니다. 제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짬짜미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찾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오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문제를 한 글자도 듣지 않고 정답을 맞혔는지 혼조씨께서 직접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편하실 때 답장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일을 보내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완전히 녹초가 됐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인생을 다시 시작한 기분이었다.- P214
잠시 잠이 들었다.
메일이 도착한 소리에 깼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혼조 기즈나의 답장이었다. 오후 7시가 지난 시간, 에이후쿠초의 맨션에서 창밖을 확인하니 주변은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꼭 부탁합니다.
답장을 보냈다.- P216
"미시마 씨의 추측은 한 가지만 빼고 다 맞아요."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나서 고개를들더니 내게 말했다.
"한 가지요?"
"네. 출연자가 반드시 대답할 수 있는 문제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내가 대결 중에 깨달았다고 미시마씨는 추측했죠. 하지만 실제로 나는 방송 전부터 예상했어요."- P217
"네. 그래서 출연자 전원을 분석했어요. 대결 상대가 어떤 분야에 강한지, 어떤 식으로 버튼을 누르는지, 최근 대회에서는 어떤 문제를 맞혔는지 그런점을 위주로 조사했죠. 출연자들이 아는 문제가 고르게 나온다면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위해 준비된 문제를 맞혀야 하니까요."
혼조 기즈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P218
점원이 내온 흑우롱차를 한 모금 마시고 본론을꺼냈다. 혼조 기즈나는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미시마 씨는 내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야마가타현에 살았다는 걸 아세요?"
"네. 유토 씨에게 들었습니다."
(중략).
"힘든 일을 겪으셨네요."
"곰의 장소라는 소설 아세요?"
"마이조 오타로 씨 작품 말입니까?"- P219
"확실히 야마가타로 돌아가 반창회에 참석했죠.
내 곰의 장소와 마주하려고 하지만 곰의 장소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내게 곰의 장소는 단순히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있는 장소가 아니었거든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학교폭력을 당해서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곰의 장소였어요."- P221
"그런 사연이 있었기에 마지막 문제에서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라고 답할 수 있었군요?"
"네.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문제가 방송되지 않은 이유는 녹화 중에 제가 갑자기 울어서였어요. 사카타 씨는 당연히 그 일을 알고 있었죠. 그 문제를 계기로 제가 진심으로 퀴즈 공부를 하게 됐다는 것도 알았을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 문제로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사카타 씨라면 분명 그 문제를 내지 않을까 하고.
문제를 읽는 아나운서가 입을 다문 순간 저는 문제첫 글자가 ‘뷰‘라고 확신해 버튼을 눌렀어요."- P223
"이런 스토리는 어떤가요?"
혼조 기즈나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중략).
"네?"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의 진상 말이에요.
방금 이야기 감동적이었어요?"
"네, 감동적이었는데…………. 무슨 말씀이시죠?"
혼조 기즈나는 여전히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P224
"완전히 거짓은 아니에요. 상당 부분 진실이 포함되어 있죠. 야마가타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일도 사실이고 3회 ‘Q의 모든 것‘을 녹화할 때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문제가 나온 것도 사실이에요. 그때 내가 정답을 맞힌 것도, 그 장면이 편집된 것도 사실이고요."
"혼조 씨가 정답을 맞히고서 울었다는 이야기는요?"
"그건 지어낸 이야기예요."- P225
"그렇습니까. 혹시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가 정답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습니까?"
"꽤 확신이 있어서 버튼을 눌렀어요. 사카타 씨는심술궂어서 ‘Q-1 그랑프리‘ 어느 시점에 반드시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문제를 내리라 생각했거든요. 나를 괴롭히려고 말이죠. 그래서 정답을 맞힐수 있었어요. 물론 만약 틀려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승이 걸린 문제에서 한 글자도 듣지 않고 버튼을 누른다? 그 자체로도 나름 화제가 되리라 판단했죠."-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