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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배경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있는 소설이 생각난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내용도 전혀 다르지만.

하얀 불빛 속에 있었다.
하체 감각이 사라져 마치 허공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분명 오랜 시간 진행된 생방송으로 바짝 긴장했다가 풀어졌다가를 반복했기 때문이리라.- P7
눈을 감았다.
혼조 기즈나의 기척이 점점 사라졌다. 프로그램MC를 맡은 코미디언과 여배우도, 관객석에 있을모님과 형도, TV로 생방송을 보고 있을 수많은 친구도 세상 어디에도 없다.- P8
‘타격의 신‘이라고 불리며 ‘공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는 말로 유명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인물은…………….
가와카미 데쓰하루.- P8
이제 열다섯 번째 문제가 나올 차례다. 일곱 문제를 먼저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퀴즈대결에서 나는지금까지 여섯 문제를 맞혔다. 대결 상대인 혼조 기즈나는 다섯 문제를 맞혔으니 내가 다음 문제를 맞히면 제1회 ‘Q-1 그랑프리‘의 우승자가 된다.
상금은 1천만 엔.- P9
나란히 서서 버튼을 먼저누르는 사람이 답을 맞히는 대결을 해보니 뼈저리게 알 수밖에 없었다. 혼조 기즈나는 퀴즈라는 경기를공부했다. 짧은 기간에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도 어떤 문제가 나오든 혼조 기즈나보다 내가 먼저 정답을 찾으리라 확신했다.- P10
스튜디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귀를 기울이면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착각이리라. TV나 영화 연출에서와 달리 사람은 인체 구조상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한다. 정말로 들었다면 틀림없이 귓병이다. ‘박동성 이명‘이다.- P10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하얀빛이 부옇게 녹아들었다. 바로 앞에 있는 모니터에는 조금 전 출제된 문제와 진지한 표정으로 한 지점만 응시하는 혼조 기즈나의 모습이 나왔다.

Q. 불교에서 극락정토에 산다고 하며, 그 아름다운목소리는 법음을 전하는 아미타불의 목소리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새인 이 생물은무엇일까요?
A. 가릉빈가.- P13
"드디어 마지막 문제입니다. 이 문제로 우승자가결정됩니다. 자, 제1대 ‘Q-1 그랑프리‘ 퀴즈왕은 과연 누가 될까요. 미시마 레오일까요, 혼조 기즈나일까요."
(중략).
"문제.....?"
드디어 마지막이다. (중략).
그 순간이었다.
(중략). 바로 옆에 있는 혼조기즈나를 쳐다봤다. 그 램프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P14
혼조 기즈나는 이미 오답을 두 번 말했다. 한 번더 틀리면 실격이다. 규칙이 그러했다.
‘아무튼 승리는 승리다.‘
(중략).
관객도 진행자도 제작진도 모두 혼조 기즈나의실수를 눈치챘다. 무대 끝 사각지대에서 지켜보던 프로듀서가 당황한 모습으로 헤드셋을 향해 뭐라고말했다. 돌발 상황에 곤혹스러워하는 소리가 퍼져나갔다.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 P15
나는 진행자의 얼굴을 본 뒤 무대 옆에서 문제를 읽던 아나운서의 얼굴을 쳐다봤다. 진행자는 의아한 얼굴이었고 아나운서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란 표정이었다. 스튜디오는 묘하게 쥐 죽은 듯 고요했다.- P16
그로부터 약 10초가 지난 후.
딩동댕.
(중략).
그 순간에도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못했다. 프로듀서가 글자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어 보였다. 진행자가 반신반의하며 그 문구를 읽었다.
"여러분, 믿어지십니까! 우승자가 탄생했습니다.
제1회 ‘Q-1 그랑프리‘ 영예의 제1대 퀴즈왕은 혼조 기즈나입니다!"- P17
방송이 끝난 후 대기실에 혼조 기즈나는 없었다.
그 대신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출연자 여섯 명이 준비된 파이프 의자가 아닌 바닥에 나란히 앉아 문을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공민권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같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짐 크로법,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P18
준결승 참가자들과는 모두 아는 사이다. 평소 오픈 대회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 고등학생 퀴즈 대회때 같은 숙소에 묵었던 사람. 예전에 출연한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대결한 사람. 대학 퀴즈 연구회 선배…………. 나를 제외한 퀴즈 플레이어 여섯 명은 일이커지겠다며 저마다 떠들어 댔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P19
잠시 후 젊은 남자 스태프가 대기실에 들어왔다.
귀가용 택시를 준비하려는 듯 출연자들에게 집 주소를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조 기즈나는 문제를 듣기도 전에 정답을 맞혔는데요."
출연자 한 명이 스태프에게 물었다.
"퀴즈 관련해서 저는 모릅니다. 택시 티켓을 나누어 드릴 테니 귀가하실 주소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20
"그럼 사카타 씨를 여기로 불러주세요. 어떻게 된일인지 사카타 씨에게 직접 들을 테니까. 이런 일이있어서는 안 되죠."
사카타 씨는 이 프로그램의 총연출자인 사카타 야스히코였다.
"PD님은 광고주를 응대하느라 오늘은 시간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P21
출현자 중 나이가 가장 많은 가타기리 씨. (중략).
"뭐, 말단 직원을 아무리 닦달해 봤자 소용없겠죠. 이분도 곤란한 듯하고,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 준다는 말이죠?"
프로그램을 향한 불만과 남성 스태프에 대한 연민이 반씩 섞인 말투였다.- P22
대기실을 나갈 때 스태프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엉겁결에 시선을 피했다. 나는 ‘노려보는 것‘과
‘바라보는 것‘ 사이의 느낌으로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남자는 결코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그가, 왜울었는지 그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P22
우리는 마지못해 귀가했다. 나는 집 방향이 같은준결승 대결자 도미즈카 씨와 함께 택시를 탔다. 도미즈카 씨는 나보다 여덟 살 많다.- P23
"마지막 문제요?"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문제들도."
역시 경험 많은 플레이어인 만큼 도미즈카 씨는결승 무대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모두파악하고 있었다. 확실히 혼즈 기즈나는 마지막 문제에서 문제를 듣기도 전에 정답을 맞혔지만 사실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전에도 수상쩍은 타이밍에 버튼을 누른 적이 몇 번 있었다.- P26
"마지막 문제 전까지는 ‘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도미즈카 씨가, 그리고 누구보다 나 자신이 바라던 대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솔직하게대답했다.
‘했다‘는 ‘짬짜미를 했다‘는 뜻이다.- P25
"확실히 녀석이 버튼을 누르는 방식을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긴 하지."
"네."
혼조 기즈나는 ‘세상을 머릿속에 저장한 남자‘,
‘만물을 기억하는 남자‘, ‘퀴즈 마법사‘ 등으로 불린다. 물론 그는 세상을 머릿속에 저장한 사람도 아니고 만물을 기억하는 사람도 아니다.- P26
혼조 기즈나는 도쿄대 의학부 4학년 학생으로 스물두 살이다. (중략). 퀴즈 플레이어로서 드물게 퀴즈 연구부 등에 소속된 이력도 없는 인물이다.
그는 재학 중에 ‘초인 열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의 ‘지능 초인‘ 코너에 출연해서 일본 헌법 조문을 전부 암기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P27
"뭐, 일단 다른 문제는 제쳐두자고. 마지막 문제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도미즈카 씨는 짬짜미를 의심하면서도 오늘 대회가 짬짜미가 아닐 가능성도 고려하는 눈치였다. 그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적어도 요즘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짬짜미가있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P28
"저는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는 말은 짬짜미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야?"
"그것까지 포함해서 모르겠어요."
"그런데 말이야, 너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라는 거 알았어?"
"몰랐어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서 방송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봤다. 야마가타현을 중심으로 도호쿠와 호쿠리쿠 지역에 점포를 운영하는 세탁 체인점인 듯했다.- P29
"그런데 혼조는 어떻게 답을 맞혔지? 그 녀석 도쿄 출신 맞지?"
"네, 맞아요."
"나는 짜고 쳤다고 생각해. 안 그러면 마법이야.
만물의 무한한 선택지 중에 마법을 부려 정답을 찾아낸 거지."
(중략).
짬짜미일까? 아니면 마법일까?
어느 쪽이든 싫다.- P30
집으오 돌아와서 SNS에 업로드된 우상 장면응 봤다.
(중략).
새로운 사실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내가 무대에서 본 모습이 전부였다. 다만 당시 무대 위에 있던내가 몰랐던 유일한 정보인, 본래 아나운서가 읽어야 했던 문제가 TV 화면에 적혀 있었다.

Q. ‘뷰티풀, 뷰티풀, 뷰티풀 라이프‘라는 노래로 친숙합니다. 일기예보 프로그램 ‘프티웨더‘ 광고에 나온적도 있고 독특한 로컬 CF로도 유명한, 야마가타현을중심으로 네 개 현에 점포를 운영하는 세탁 체인점은 무엇일까요?- P31
‘그래, 맞아‘
나는 깨달았다. 혼조 기즈나는 그 시점에 버튼을누를 필요가 없었다. 답을 미리 알았더라도 적어도문제 시작 부분인 ‘뷰티풀‘까지 듣고 나서 버튼을 눌러도 됐다.
‘뷰티풀 라이프‘일 수도 있고 ‘뷰티풀 마인드‘일수도 있다.- P32
‘뷰티풀 뷰티풀‘만으로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퀴즈 플레이어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 정도는 혼조 기즈나도 알 것이다. 조금만 기다렸어도 전국적으로 의심받을 일은 생기지않았을 터다.
왜 그 시점에 버튼을 눌렀을까?
모르겠다.- P33
"장기로 치면 명인전, 야구로 치면 일본시리즈 같은 퀴즈 대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총연출자인 사카타 야스히코는 ‘Q-1 그랑프리‘
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말했다.
(중략).
"퀴즈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하는데부담은 없습니까?"
잡지 기자의 질문에 사카타 야스히코는 이렇게대답했다.
"퀴즈는 스포츠입니다. 월드컵 경기를 녹화하고편집해서 방송하나요?"- P34
‘Q-1 그랑프리‘의 규칙은 이질적이다. 아무튼 엄격하다. 준결승도 결승도 703X 방식으로 토너먼트를 치른다. 703X란 ‘일곱 문제를 먼저 맞힌 사람이 이기고 오답을 세 번 말하면 탈락‘이라는 버튼 빨리누르기 퀴즈대결의 기본 형식이다. 문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빈출 문제와 신작 문제가 골고루 출제된다- P35
‘Q-1 그랑프리‘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7천 명에가까운 참가 희망자가 몰렸으며 1차 예선에서 필기시험으로 51명을 선발했다. (중략).
2차 예선은 4인 1조로 다섯 문제를 먼저 맞히는 사람이 이기고 오답을 세 문제 말하면 탈락하는 5O3X이었는데, 여기서 16명이 살아남았다. 3차 예선은 세컨드⁸와 함께하는 분야 선택식 7O3X로 결승전과 거의 같은 방식이다. 세컨드를 붙이는 이유는 일본민간방송연맹의 상금 상한액 규제를 피해 상금을 1천만엔으로 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⁹


8 제한 시간 안에 함께 작전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서포터

⑨ 일본민간방송연맹 자율 규제에 따라 TV 퀴즈 프로그램 상금을 출연자 1명당 2백만 엔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상금이 1천만 엔일 경우 참가자를 포함해 5명 이상의 명의가 필요하다.- P35
방송이 끝난 후 ‘Q-1 그랑프리‘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2천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뜻밖에도 짬짜미라고 분노하는 댓글과 혼조 기즈나의 실력을 찬양하는 댓글이 거의 반반이었다.- P36
혼조 기즈나의 팬들은 이 트윗에도 반박 댓글을적었다. 댓글에는 짧은 동영상도 첨부되어 있었다.
결승전 두 번째 문제 영상이었다. 내가 문제를 ‘행복한가-‘까지 듣고 버튼을 눌러 정답을 맞힌 장면이었다.

-이 영상을 보면 미시마 레오도 네 글자만 듣고서 정답을 맞혔습니다. 이것이 짬짜미가 아니라면마지막 문제도 짬짜미가 아닙니다.- P37
다음 날에는 인터넷 뉴스가 떴다.

짬짜미인가, 마법인가. Q-1 결승전 버튼 빨리 누르기 갑론을박

혼조 기즈나의 ‘문제 안 듣고 정답 맞히기‘에 짬짜미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는 상상을 초월한 기억력으로 퀴즈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기적을 일으킨 적이 있다.
짬짜미, 마법. 과연 어느 쪽일까?- P38
내가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요구하는 해명‘은 간단했다. 짬짜미였다면 인정해야 하고 아니라면 혼조기즈나가 어떻게 문제를 듣지 않고 정답을 맞혔는지 설명해야 한다.- P39
방송이 끝난 지 사흘째 되는 날, 프로그램 측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제1회 ‘Q-1 그랑프리‘ 시청자, 참가자,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모든 퀴즈 플레이어에게 말씀드립니다.
제1회 ‘Q-1 그랑프리‘가 방송된 이후 많은 분께서다양한 의견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퀴즈를 겨루는 대회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 매우 유감입니다.
외부 스태프가 조사한 결과 연출 측면에서 몇 가지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결과가 곧 부정행위를 증명하지는 않지만 퀴즈 경기의 보급과 진흥이 목표인 이 대회가 결과적으로 혼란을 야기한 까닭은 오로지 제작진의 능력이 부족해서입니다. 퀴즈를 사랑하는 저희 마음에 거짓은 없지만 기대를 저버렸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시는 줄 압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퀴즈 경기의 정점으로 앞으로 1년에한 번 개최할 예정입니다만 이대로는 시청자 여러분이납득하지 못하리라 생각해 다음 대회부터는 제1회 같은 형식으로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우승자인 혼조 기즈나 씨가 포기 의사를 밝혔으며 이미 우승상금과 트로피를 반납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총연출자인 사카타 야스히코와 제작진 이름으로 발표한 사과문이었다.- P40
사과문을 여러 번 읽었다. 몇 번이나 읽어도 마지막 문제가 짬짜미였는지 마법이었는지, 아니면 퀴즈였는지 모르겠다. ‘해명‘이랍시고 이런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모든 퀴즈 플레이어를 우습게 보는 행태다.
트위터에 접속했다. 이 분노를 트위터에 풀어내고 싶지만 필사적으로 참으며 또다시 컴퓨터 책상을 내리쳤다. - P41
나는 사카타 야스히코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중한 메일이었다.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판단한 근거를 알려주세요.
부정행위가 없었다면 혼조 기즈나가 어떻게 마지막 문제를 풀었는지 알려주세요. 사카타 씨가 원한다면 메일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며칠을 기다려도 사카타 야스히코는 답장하지 않았고 제작진의 추가 발표도 없었다.- P43
갑작스럽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Q-1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대결한 미시마 레오입니다.
지난번에는 좋은 승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결승진 대결과 관련해 몇 가지 여쭙고 싶어 연락드립니다. 연락처는 도쿄대 의학부의 가와베 씨를 통해 알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같이 결승 무대에 선 사람으로서 적어도 도중까지는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혼조 씨의 버튼 누르는 방식에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불안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퀴즈 플레이어 한 사람으로서 제 나름대로 납득하고싶을 뿐입니다.
혼조 씨에게 들은 이야기는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편지글을 여러 번 신중하게 수정하고 나서혼조 기즈나의 메일 주소로 보냈다.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공개할 작정이었다.- P44
혼조 기즈나보다 사카타 야스히코의 답장을 더 먼저 받았다.

(중략).

나는 ‘1천만 엔을 돌려주시죠‘라고 보내려다가이성을 되찾고 다음 발표는 언제입니까?"라고 답장했다.- P45
남의 일.
남의 일他人事은 ‘타닌고토‘라고 읽으면 안 된다.- P47
나는 지금부터 퀴즈를 풀 것이다.

Q. 혼조 기즈나는 어떻게 제1회 ‘Q-1그랑프리‘마지막 문제를 한 글자도 듣지 않고 정답을 맞혔을까?- P48
혼조 기즈나의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인연으로 지금 고등학생인 혼조 기즈나의 동생에게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혼조기즈나의 동생은 퀴즈와는 인연이 없고 형이 출연한TV 프로그램도 거의 보지 않았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P49
예컨대 ‘Q의 모든 것‘ 제16회 방송. 이 방송은 ‘Q의 모든 것‘ 마지막 회였는데 결승전 마지막 문제에서 혼조 기즈나가 문제를 "자-"까지만 듣고 버튼을 누른 것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잠깐 생각한 뒤 그렇게 대답했다.
정답이었고 혼조 기즈나가 우승했다.- P50
무대에서 그토록 눈부셨던 조명도 TV 화면으로보니 전혀 과하지 않았다.
결승전 시작 전에 제작진이 준비한 내 영상이 흘러나왔다. 과거에 출연한 적 있는 퀴즈 프로그램 결승전과 도미즈카 씨를 이긴 준결승 때 모습을 편집해서 ‘아마추어 퀴즈계의 왕‘이라는 수식어로 소개했다. 그 문구가 싫어서 사전 회의 때 제작진에게 수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P51
"그러면 지금부터 제1회 ‘Q-1 그랑프리‘ 결승전,
미시마 레오 VS 혼조 기즈나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가 선언했다.
스튜디오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문제......?"
아나운서가 문제를 읽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 깨달은 것-"
내가 버튼을 눌렀다.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다.
(중략).
답의 조각을 건드렸다. 손끝에 닿은 정답을 끌어와 단단히 움켜쥐었다.
"심야의 대단한 힘?"
자신 있게 대답했다.- P55
Q. ‘이번 주에 깨달은 것‘을 주제로 한 프리 토크로시작하며 ‘라디오의 제왕‘인 이쥬인 히카루가 진행하는방송은 무엇일까요?
A. ‘심야의 대단한 힘‘- P56
나는 떠올린다.
기억의 깊은 부분으로 잠수한다.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였다.
(중략).
다음 날, 형이 ‘심야의 대단한 힘‘이라는 라디오프로그램 이름을 슬쩍 알려줬다. 나는 줄곧 ‘심야‘가사람 이름이라고 착각했다. 신야¹¹라는 반 친구가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심야‘라는 단어를 몰랐던탓이 컸다.- P57
‘밤이 깊다는 것은 무엇일까?"
당시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몇 년 후, 도서관에서 아침과 밤의 어원을 조사했다. 퀴즈를 막 시작했을 무렵이었는데 정기 모임에서 발표할 문제를 직접 만들어야 했다. 아침朝의 어원은 ‘아케시다明け時‘¹²이고 낮昼의 어원은 ‘히日‘¹³이며, 밤의 어원은 ‘다른‘이나 ‘정지‘를 표현하는 ‘요‘¹⁴
라고 한다. 이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어서 퀴즈 문제로 내지 못했다.


12 해가 뜰 때를 뜻하는 옛 일본어 ‘아케시다(明け時)‘가 변형되어 아침을 뜻하는 아사朝가 됐다.

13상태를 뜻하는 옛 일본어 ‘루‘와 해를 뜻하는 ‘히(日)‘가 결합해 해가 있는상태를 뜻하는 ‘히루(낮)‘가 됐다.

14 ‘다른‘이나 ‘정지‘를 표현하는 옛 일본어 ‘요‘와 상태를 표현하는 ‘루‘가 결합해 ‘다른 상태(해가 없는 상태)‘ 또는 ‘활동이 정지된 상태‘를 뜻하는 ‘요루(밤)‘가 됐다.- P58
나는 당연한 전제를 깨달았다.
정답을 맞혔을 때는 맞힌 이유가 있다.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 덕분에 정답을 말할 수 있다. 경험이없으면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당연하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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