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환경의 이해
인터넷 환경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비록최근에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 같이 나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할 때 맘만 먹으면 나를 드러내지 않을수 있다.- P5
하지만 익명성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낮추는역할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상대가 나의 사회적 신분이나배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내 감정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욕설이나 비방 같은 부정적인표현을 하기가 쉽다.- P5
익명성만이 부정적 효과를 불러오는 요인은 아니다. 면대면 대화에서는 상대방이 실제로 내 앞에 있기 때문에 상대의 ‘존재‘가 나의 대화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온라인 익명적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내 앞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대화 중 상대의 존재감을 잘 느끼기 어려운데 이를 흔히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이 낮다고 표현한다.
(중략).
비록 초기의 학자들은 온라인 환경의 기술적 특징들을 감안해 온라인에서는 자유롭고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이것 때문에 사회적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일탈 행위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생각했다. 수평적 의식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보다 많은 연구들이 진행됨에 따라 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항상 이러한 예측이 맞는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송경숙, 2002).- P6
(중략).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정체성에 의한 탈개인화 현상(social identification and deindividuation) 효과라고 한다. 익명적 온라인 환경에서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그사람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정체성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의미다. (후략).
(이은주, 2008)- P7
인터넷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의 필요성
이야기를 정리하면, 익명적이고 사회적 실재감이 낮은 온라인 환경은 분명히 면대면 대화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초기에는 온라인 환경의 특징이 주로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하고 사람들이 사회적 규약이나 규범을 벗어나는 일탈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P9
(전략)
또한 온라인 환경이 유발하는 심리적 효과는 항상 고정된방향으로 일정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건들과맞물려 때로는 반대의 결과를 내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반드시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때로는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혹은 그 사이에서생각하고 행동한다.- P10
사실, 초기의 인터넷 연구는 인터넷에서는 대인 관계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익명적이고 사회적 실재감도 낮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인간관계 형성과 유지에반드시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교류할 수 없다고 봤다.- P11
그것은 인터넷 환경이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다양한 요인들로 결정되기 때문에 학자들이 처음에 생각한것처럼 인터넷에서 단순한 일들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의 속도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P11
온라인 사회적 정보 교류
익명성 같은 온라인 환경의 기술적 특성에 근거한 부정적인 전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 다른 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제는시간적,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 누구와도 원하는때에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P12
하지만 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생각보다 인터넷에서 사회적 경계를 넘어서는 정보 교류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령 언어는 문화나 국가적 경계를 넘어서는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언어는 단연 영어다.- P13
온라인에서는 문화나 국가의 경계만이 하나의 사회적경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직장, 취미 등과 관련된 다양한 집단의 경계 역시 온라인에서 하나의 경계로 작용한다.- P13
온라인 인맥 서비스와 관련된 최근의 여러 가지 현상들을 종합해 보면 SNS 같이 오프라인의 관계가 온라인으로까지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대화나 정보 교환 역시 이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P14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구글 같은 검색엔진을 통해 뉴스를 찾아 들어가는 것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SNS를 통해 뉴스를 읽게 되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중략).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회적 관계는 유사성을 근거로 형성되며 따라서 나와 친구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특정 측면(예: 학교,
지역, 취미 등)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P15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 경계를 넘어서는 온라인 행동이기술적으로 어떠한 어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들 경계가 하나의 심리적 경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P15
사회적 정보 교류의 양면성
인터넷 환경의 기술적 특성은 보다 자유로운 대화와 정보교류를 가능하게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사회적 경계 속에서 활동하곤 한다.- P16
일찍이 사회학자 그래노베터(Granovetter, 1983)는 사람들이 어떤 창구를 통해 정보를 얻고 취직을 하게 되는가를 연구했다. 일반적으로 친한친구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얻어 취직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사람들이 취직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은 대상은 별로 친하지 않으며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P16
그래노베터는 이를
‘약한 관계의 강함(strength of weak ties)‘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달리 ‘강한 관계의 약함(weakness of strong ties)‘
은 친한 지인들의 정보가 중첩성이 높아 참신성과 유용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온라인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이루어지고 보다 유용한정보를 활발하게 주고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경계 안에서 온라인 활동을 하곤 한다.- P17
인터넷과 심리
이제까지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인터넷 같은 미디어를사용하는 방법이 반드시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보다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그리고 심리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P18
인터넷의 특성상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교류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상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경계가 사용자들의 행동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아예 오프라인 관계가 온라인으로 전이된 SNS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셜 내비게이션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P18
그렇다면 사용자들의 미디어 이용행위의 특성과 행위의 결과들이 지니는 의미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 P19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그에 따른 사용자들의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 사회, 심리적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부분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논의는 주로 기술적관점에서 이루어져 왔다.- P19
하지만 우리의 관심사가 미디어의 기술적 요인에만 집중된다면 사용자들의 미디어 이용행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그 역할이 지속적인심리 요인들에 대한 고려 없이 급변하는 미디어 기술에만관심을 둔다면 핵심 사항들을 배제한 채 피상적인 이해에만 머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과 관련된 사용자들의 심리적 작용을 중심으로 온라인 환경에서 발견되는다양한 현상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P20
참고문헌
송경숙(2002). 컴퓨터 - 매개 - 커뮤니케이션(CMC)에서의협력원리와 예의원리: 영어 인터넷 채팅(IRC)을 중심으로.
≪새한영어영문학≫, 44권 2호, 641~660.
이은주(2008). 탈개인화 효과에 관한 사회적 자아정체성 모델: 이론적함의와 향후 연구과제. ≪커뮤니케이션 이론≫, 4권 1호, 7~31.
Granovetter, M. (1983). The strength of weak ties: A networktheory revisited. Sociological Theory, 1, 201~233.-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