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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ol님의 서재
  • 전자책의 충격
  • 사사키 도시나오
  • 13,000원 (390)
  • 2010-07-12
  • : 418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을 마음에 품고 책을 읽었다. 멍청한 질문일 수 있으나, 항상 궁금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이 책은 종이책의 미래를 다루지 않는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 책은 전자책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전자책이 등장하여 널리 퍼지고 종이책이 자리를 잃어간다. 가장 오래된 미디어 중 하나인 책이 탄생(?) 이래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는 미국 전자책 시장을 이끄는 아마존과 애플의 단말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자책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음악 미디어의 변화 사례를 통해 전자책의 변화 방향을 살펴본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종이책의 미래와 전자책의 발전에 대해 궁금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런 문제를 명쾌하게 다루지 못했다. 전자책에 대한 뜬소문이나 근거 없는 추측으로는 충족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 책이 채워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거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밑줄을 그어가며 한국 상황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을 메모하기도 했다. 비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논리로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플랫폼'을 차지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미국의 디지털 음원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아이튠스를 예로 들며 플랫폼 선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아이튠스의 경우, 애플의 아이팟과 함께 시장을 넓혀나갔다. 플랫폼과 기기가 결합하여 시장을 움직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원 시장의 경우 다르다. 국내 음원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디지털 음원 사이트나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떠올려 봤을 때, 선뜻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애초에 기기(mp3p) 시장 자체가 나누어져 있었다. 기기와 플랫폼의 결합 성공 사례가 없다. 아마존과 킨들, 아이북스토어와 아이패드 모두 플랫폼과 기기의 결합으로 시장을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력적인 기기와 플랫폼을 모두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유혹했을 때, 소비자가 움직인다.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여전히 플랫폼과 기기가 따로 놀고 있다. 각 인터넷 서점이 기기와 결합하여 움직이려 하고 있지만, 미국의 사례처럼 긴밀하지 않다. 기기나 플랫폼이나 모두 매력적이지 않다.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사회에 던지지도 못했다. 삼성은 교보문고 전용 단말기를 내놓기도 했지만, 반응도 시원찮았고 이제 단말기 사업마저 접으려 하고 있다(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1007280154&mc=m_013_00001).

애플의 아이패드는 킨들처럼 전자책만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다. '태블릿 PC'라는 형태로 포장하여 전자책 사업의 실패를 예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 또한 아이패드를 모델로 하여, 전자책 사업을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교보문고가 전 직원에게 삼성의 전자책 단말기를 제공했다는 기사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전자책 단말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의 스펙이 아닌 종이책을 전자책 단말기에서 읽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전자책 단말기에게 노트북의 기능을 원하지 않는다. 전자책 단말기가 종이책처럼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http://bnt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5&c1=05&c2=05&c3=00&nkey=201007302309403&mode=sub_view).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책 단말기 방향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 킨들처럼 책을 읽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패드처럼 태블릿 PC로 가야 하는 것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삼성이라는 하나의 기업에서 내보내는 메시지가 판이하게 다르다(위 기사가 보도자료에 근거한 것이라고 전제했을 때).

플랫폼을 선점하는 자가 전자책 시장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 당연한 말이다. 하드웨어는 짧은 시간 안에 더 발전할 것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싸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콘텐츠를 독자가 누리기 위해서는 사용하기 편리한 단말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에는 플랫폼과 기기를 모두 장악하는 자가 '더 먼저'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론 중에서 "'쓸 만한' 단말기는 필요조건의 하나일 따름이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기본적인 필요조건을 국내 시장은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이패드가 정식 출시되고 국내에서 아이북스토어 콘텐츠 이용이 가능해지면, 국내 업체의 플랫폼 시장 선점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달리하게 될 삼성과 교보문고의 결합보다는 인터파크나 북큐브의 행보가 더 흥미롭다. 그들이 전자책 패러다임을 확실히 이끌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쉬울 뿐이다.

둘째, 출판문화의 붕괴에 대한 우려는 벽창호들의 말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부분은 일본 출판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넘어가고 싶다. 하지만, 비약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므로, 조금 짚고 넘어가겠다. 저자는 편집자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지켜야 할 '출판문화'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150쪽). 하지만 이러한 맥락의 글은, '택시 운전사 100명 중, 80여 명의 운전 실력이 형편없으니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은 없어져도 괜찮다.'라는 식으로 읽힌다. 이것 또한 비약이지만, 문화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해서 버려도 상관 없다는 말은 논리적이지 않다. 출판계의 감정적 반발에 저자 또한 감정적 대응을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머리가 가장 쭈뼛 섰던 부분은 3장 '자가출판의 시대'이다. 편집자나 디자이너의 역할이 전자책 시대를 맞아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형편없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저자가 전자책의 편집부터 디자인까지 뚝딱 해치울 수 있다면, 편집자나 디자이너가 책을 만들 때 진짜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져올 수 있다. 수동적으로 책을 만드는 편집자나 디자이너는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전자책의 시대를 맞이한다고 해서 필자 모두가 자가출판으로 돌아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편집자나 디자이너가 필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조력자로 보일 방법을 진지하게 강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셋째, 소셜미디어와 전자책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저자는 마쓰키 아유무라는 뮤지션의 사례를 꽤 자세히 알려주며 출판 시장의 변화 방향을 전망한다. 음반 레이블을 거치지 않고 자택에서 녹음한 곡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고, 음원을 직접 판매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기금도 모은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시와'라는 우리나라 가수는 레이블을 거치지 않고 음반을 만든다. 음악과 공연 홍보도 직접 한다. 앨범 제작비가 모자라서 예약 판매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했던 일이다. 구매자에게 직접 음악을 배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구매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음원이 아니라 '음반' 즉, CD이다. 여기에서 헷갈리기 시작한다. 소셜미디어와 출판문화 혹은 시장의 변화 관계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저자는 이런 현상을 전자책과 연결 지은 것일까?
소셜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은 이미 출판사에서 주목하는 홍보 수단이다. 새로운 기획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는 훌륭한 통로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게 꼭 전자책 시장과 연결되고 있는지 확실하게 와 닿지가 않는다. 콘텍스트를 통해 책과 독자가 긴밀히 연결되어 모든 책이 '평평'해질 것이고, 이 '평평'해지는 현상이 곧 전자책 시장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앞의 내용과 연결되는 것 같지만, 내 이해가 맞는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자가출판, 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든 책이 '평평'해지려면 전자책 플랫폼 자체가 아마존의 첫 페이지나 구글의 애드워즈처럼 유저에 따라 유연하다는 전제가 필요해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종이책의 시대가 조용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구닥다리 생각을 갖고 있다. 휴가를 떠날 때 책을 몇 권 짊어지고 갈 필요 없이, 전자책 단말기만 가볍게 가방에 넣으면 된다는 말은 물론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중 몇 명이나 책을 몇 권씩이나 들고 휴가를 가곤 했을까? 보통은 지하철에서 읽을 만한 책을 한 권씩 갖고 다니는데, 이건 전자책 단말기보다 대부분 가벼운 책일 것이다. 단말기에 1500권의 책을 넣는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단말기에 책을 채워 넣음으로써 지적 허영을 채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디지털 문서(제본이 필요 없으므로 사실 '책'이라 정의할 수 없지 않나?)를 싸게 많이 살 수 있다는 점도 아직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모른 척 무시하기에는 전자책의 세계에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여기 아직 아무도 장악하지 못한 블루오션이 있다. 탐나지 않는가? 전자책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출판사와 서점의 눈치 전쟁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 그 누구도 전자책의 세계로 와도 좋다고 독자에게 자신 있게 외치지 못한다. 수동적인 생각일 수도 있으나, 결국에는 전자책 패러다임을 누가 먼저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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