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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서정
- 15,300원 (10%↓
850) - 2024-01-16
: 138
* 본 게시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지난달 서점을 갔을 때 매대에 있는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은 단번에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카라카스의 감각적인 풍경이 희미하게 보이도록 책싸개의 특성까지 고려하여 만들어진 이 책은 잽싸게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몇 주 뒤 서평단을 구하는 것을 보고 바로 신청하였고, 그렇게 나는 카라카스의 학생이 되었다.
⟢ 1장. 보다 친밀한
면밀하게 그려낸 카라카스의 일상을 보면 베네수엘라의 여러 얼굴과 그 사이로 돌아다니는 저자를 만날 수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아슬아슬하지만 이미 그들에겐 이 삶이 곧 현실이고 일상이므로 그들처럼 ‘마냐나’를 말하며 카라카스에 익숙해진다.
당연한 친절함이란 없는 이곳, 카라카스가 그렇다. 위험천만하지만 시장에서 장을 보고, 당장 오늘 먹을 것을 요리하고, 스페인어 작문과 회화 수업을 듣고, 간간이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보며 그럼에도 살아가는 그들을 읽어내고, 산책도 한다.
그렇게 몇 년간 살게 된 카라카스와 친밀해진다.
⟢ 2장. 보다 진실한
소통조차 쉽지 않았던 카라카스에서 그림과 음악, 건축, 음식, 교육의 전반을 알게 된 순간 심각한 난민 문제와 불안한 치안,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전통을 현대성 개념 안에서 풀어내며 장난기를 촉매로 사용’(138쪽)한 폰티의 창의성이 나타나는 엘 셀리토의 사진을 보며 착시가 일으키는 모던함에서 당시 시대를, 개방을 통해 엘 셀리토의 영향을 생각해 볼 법했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보면 그곳의 환경과 습성, 사람 간의 교류까지도 알 수 있다. 파레욘 크로오요와 아레파, 카사베와 테케뇨 등 음식의 향과 맛을 보진 못하지만, 카라카스의 좀 더 진실한 면모를 바라보기엔 충분하다.
✤
한 권의 책으로 마무리 지은 카라카스의 수업은 참 알찼다. 저자와 비슷하게 카라카스에 대한 낯섦을 온몸으로 느꼈던 순간부터 시각 예술가들이 진심을 읽기까지. 나에게 다가온 여러 장면들이 포개어져 카라카스를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음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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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찾는 이들의 손에 들린 긴 성인 목록은 기적을 바라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없는 비천한 삶이 도처에 존재한다는 증거다. 성인 앞에 기원하는 것은 내팽개쳐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과 어떻게든 싸워보려는, 굴종과 반항이 서로 한데 얽힌 행위다.
_ p.31
버티고 견디는 고단한 삶이 곳곳에 있다. 다른 방도가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사태를 낙관하여 불안을 잠재우는 데에 익숙한 이들이다. 럼주에 달뜬 이들이 메렝게를 흔들자 정원은 이내 유쾌하고 나른한 기운으로 충만해진다.
_ p.61
마냐나, 마냐나, 비관적이라거나 긍적적이라거나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내일인 '마냐나'는 그렇게 내 삶에도 스며들었다. 우리가 소위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들로부터의 완전한 분리 경험은 문명에 대한 성찰뿐 아니라 일상적 습관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_ p.102
모든 낡고 허약한 것들, 위태롭게 버티면서도 어떤 리듬 안에서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의 그림에서 본다. 우리에게 대개는 먼 듯, 그러나 아주 가끔은 눈앞에 다가온 듯 생생한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_ p.128
베네수엘라 민중은 저 어른거리는 색의 역동적인 힘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느낀다. 이들은 현실 너머를 꿈꾸는 것으로 오히려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_ p.161
간절함을 내려놓은 다음 나타나는 풍경! ··· 딱 걷는 만큼만 이 도시가 내게 보여줄 얼굴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 대담한 선언에 이 도시도 드디어 반응하여 내 앞에 자신의 몽상가들을 하나둘 뱉어놓았다.
_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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