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랑스러운 시인이라니...
조이맘 2024/08/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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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바이브
-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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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4-04-11
: 553
이렇게 사랑스러운 시인이라니...
詩에도 '시'자가 있어서일까? 진정한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가 쉽지 않은 내게 시인의
"시를 친구 삼아 떠나는 즐겁고 다정한 여행기"라는 에세이가 나에게 사뿐사뿐 걸어왔다. 김은지 시인의 詩를 모르면 어떤가.. 에세이부터 친해지면 되는 것을.
차례를 보면 서울의 많은 동네들부터 전주, 단양, 문경, 제주, 대구, 전주시의 동네들이 나온다.
시인이 살았던 동네, 시 낭독회나 강연을 위해 다녔던 도시들이 주로 나온다.
읽는 내내 시인의 따뜻한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또 많은 동네에 등장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이소연 시인이다.
이 두 명의 시인은 낭독회나 강연에 갈 때 서로가 서로의 보조 강사 역할을 해주며 항상 함께 한다.
시인이 얼마나 사랑스럽냐면...
"성수동과는 유튜브 덕분에 친숙해졌다. 길거리 인터뷰를 하는 채널에서 성수동은 힙스터의 동네로 소개됐다. 나도 지나가다 이석훈 씨를 마주치면 인터뷰에 응할 용기가 있을까? 정말 특별한 하루가 되겠지? 편집되지 않을 대답을 해야 할 텐데. 누가 지금 무슨 노래 들어요? 묻는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를 말하고 싶다...."(본문 p20)
성수동을 걷다가 이석훈 씨를 만나 인터뷰하는 상상도 재밌지만 좋아하는 노래가 슬램덩크라니.. 내가 이런 상상을 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나도 종로를 걷다가 그때 그 선배를 우연히 만난다면 무슨 인사말을 해야 할까, 알아볼 수는 있을까? 이런 상상을 해봤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다.
여의도동 이야기에서 작가는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서함 00호 무슨무슨 담당자 앞'으로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뭔가를 써서 보냈던 덕분에 작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인은 낭독회, 완독회, 강연 등으로 새로운 도시에 갈 때마다 그 지역의 '독립서점'을 찾아서 꼭 들른다. 작은 책방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놀랐다. 망원동엔 '스캐터북스' , 애월에 '디어마이블루'
공릉동에 '지구불시착', 경춘선 숲길에 '책인감' 등 시인이 너무나 사랑하고 글이 잘 써진다는 책방들이 제각각 다른 특징을 하고 나타난다.
시인은 산책을 하면서도 '영혼이 자연에 세탁되는 기분'을 느끼고 이소연 시인과 바닷가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는 서로의 詩를 읽어준다. 주변의 괭이갈매기를 보고서는
"왠지 괭이갈매기가 낭독회에 참석해 준 것 같아 웃음이 터졌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괭이갈매기는 생각보다 크고 아름다웠다. 흰색과 무채색으로 된 매끄러운 몸에 호박색 눈과 부리. 결정적으로 약간 바빠 보이는 표정이 귀여웠다. 내가 조금씩 다가가자 '설마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건가' 하는 기색으로 조금씩 각도를 틀더니 어느 순간 날개를 펴고 모래사장으로 날아가 버렸다." (본문 p125,126)
시인은 역시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쪽 말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쪽으로.
글을 읽다 보면 시인의 표현이 너무 재밌어서 미소가 지어질 때가 많았다.
'전시라는 활동은 너무 정적이기에 오히려 인삼이나 고기 같은 것을 먹고서야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문 p148)
'누가 나에게 어떤 날씨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비가 온다고 하고선 안 오는 날'이라고 답하고 싶다'(본문 p149)
이런 표현들이 참 사랑스럽다.
시인이 활동하고 있는 동인 이름은 이름부터도 재밌는 '분리수거'다.
부디 동료들과 시적인 삶을 계속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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