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력 믿고 보는 작가님이시지만 새삼 이런 글을 이렇게 술술 잘 읽히게, 짧은 단권안에서도 충분히 서사의 밀도가 느껴지게 쓰시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죽은 친구는 왜 흡혈귀가 되어 돌아왔을까. 흡혈귀의 시점이 없고 수 역시 초반부터 기억의 80%쯤을 잃고 시작하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얼마나 애틋했는지,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느껴집니다. 다만 둘에게 충분히 그것을 표현할 상황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거.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작중에도 나오지만 산 사람이 죽는 것도 힘든데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온다는 건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도 기어코 살아돌아온 이유는 못다이룬 사랑에 한이 남아서가 아니라 지키려고. 흡혈귀의 빈무덤을 꽃으로 장식하는 수의 마음과 아무리 꽃으로 무덤을 뒤덮는다고 해도 몇 번이고 돌아왔을 공의 마음이 왜이리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흡혈귀란 단어가 이렇게 슬픈 단어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