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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의 서재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12,600원 (10%700)
  • 2019-06-24
  • : 59,183



밀Lee의 서재에서 김초엽의 「우빛속」을 3시간 만에 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김초엽 평을 하게 되었다.

글을 길게 쓰면 안 읽는다는 것을 깨닫고 짧게 써야겠다.

김초엽의 단편들은 한 가지 장면을 향해 달려간다.

 

글을 전문적으로 써본 적이 없기에 문장은 평이하고 단편이기에 SF 특유의 복잡한 세계관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 직조 능력이 뛰어나 추리소설적 기법을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뭔가 단편 하나씩 결말 즘에 한 가지 여운이 남거나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SF나 판타지 장르의 가장 좋은 점은 원하는 장면을 쉽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

한 가지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앞뒤로 설정과 스토리를 마음껏 붙일 수 있으니까.

리얼리즘의 경우, 제3세계가 아니면 전쟁을 일으키기도 힘들다.

그리고 21세기가 배경이라면 전쟁은 분명 핵전쟁으로 일어날 것이다.

 

김초엽은 에셒(SF)이 아니라 에세이 느낌이 난다.

 

여러 과학적인 이유들을 늘어놓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없지 않다.

 

문장? 글쎄, 전체적으로 문장은 평이하다.

 

쭉 읽으면 뒤에 달린 평론의 문장이 더 문장이 우수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책 한 권으로 치면 산을 타는 느낌으로 표제작이 가장 좋고 그 뒤로 하강한다.

 

이에 대해서 심히 공감했는데

 

각 단편마다 이유를 짧게 첨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순례자는 왜 돌아오지 않는가」

추리 기법으로 이루어진 단편. 성인식에 지구로 떠난 순례자들이 마을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파헤친다. 그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무리 없이 읽혔다. 그러내 개연성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 왜 정부에서는 과학자 한 명 잡지 못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 과학자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옮겨가며 추격자들을 따돌렸는지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말이 되지 않는 개연성이다.

 

「스펙트럼」

40년 만에 구조된 할머니는 외계인과 처음으로 조우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지만 외계행성의 위치나 그때 겪었던 이야기를 말하지 않아 세계는 할머니가 외로움에 미쳐 과대망상을 한 허언증 환자로 치부한다. 그리고 ‘나’는 할머니에게 놀라운 비밀을 듣게 된다.

 

-> 할머니가 그냥 세계 언론 앞에 비밀로 부친 이유를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음. 그냥 제가 말하면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그 행성에 갈 것임이 분명하기에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납득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왜???

 

「공생가설」

러시아의 화가 류드밀러는 어느 행성을 그려 세계적인 화가가 된다. 그는 자신이 그린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행성이라고 주장한다. 류드밀러의 사후, 인류는 초신성으로 폭발한 류드밀러가 그린 그림과 똑같은 행성을 발견하는데…….

 

->결말이 허무했음. 감동적인 장면이나 인상 깊은 느낌을 받진 못함.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정거장 철거하기 위해 방문한 직원은 그곳에서 170살 노파를 만난다. 노파는 100년이 넘도록 우주 정거장을 지키는 이유를 직원에게 말해주는데…….

 

->공모전에서 가작 수상인데 대충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전체적인 설정이 납득은 되나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앞뒤로 이유를 붙인 것처럼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결국 이야기 전개에 인물이 묻혀 작위적으로 행동한다.

 

 

「감정의 물성」

어느 날, ‘증오’, ‘우울’, ‘평온’, ‘행복’을 테마로 하여 쥐고 있으면 정말 그러한 효과가 생긴다는 돌이 전국 각지에서 유행한다. 나는 행복이나 평온이 팔리는 이유는 납득하지만, ‘증오’, ‘우울’과 같은 물성이 팔리는 것에 의아해하는데……

 

->결말 부분을 조금 더 길게 늘어놓았어야지 않나 싶었음. 너무 뚝 끊긴 느낌.

 

「관내분실」

사람의 예전 모습이나 인격을 복사해 보관하는 보관소에서 엄마의 데이터가 사라졌다. 그 이유를 파헤친다.

 

-> 엄마와 만나는 마지막 부분이 테드창의 ‘이해’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표절은 아니지만, 모티브라고 해야 할까, 표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마지막 「나의 우주영웅 전설」은 너무했다. 아무리 책 분량을 떼우기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중편 분량의 완성도 낮은 소설을 같이 묶다니....

김초엽의 문장이 평이하다거나 하는 것은 나아질 것이고 앞으로 성장할 신인인 것은 확실하다. 한국인 정서를 잘 건드린다는 인상을 받았고 앞으로 더 성장할 작가일 것 같다. 사실 최근 SF작가 중 김초엽이 원탑이긴 하다...

 

+ 최근에 장편이랑 단편을 발표되는 대로 찾아 읽는데... 작가가 소수자 이야기에 매몰된 느낌이 든다. 소수자 이야기를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색다르게 담아내려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화자가 소수자를 이해하려다가 어긋나거나 실패한 소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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