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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컬의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14,400원 (10%800)
  • 2018-11-03
  • : 1,764

"이제 '허울뿐인' 녹색 정책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이나 경제 불안을 줄이는 정도로는 재난을 막을 수 없습니다. 에너지 집약적인 생산, 소비 지상주의, 장거리 과잉 무역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반대해야 하고, 대신에 '지역화(localization)'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지역화는 에너지 소비를 빠르게 줄이고, 의미 있고 생산적인 일자리는 늘리는 진정한 분권화입니다."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로컬 경제 운동의 선구자이다. 글로벌 경제와 국제 개발에 반대하며 지역화를 주장해 왔다. 풀뿌리 공동체와 지자체가 협력하면 수많은 일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애를 기반으로 사회를 재편하려는 것이다. 이 방향이야말로 '행복의 경제학'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이런 행보는 모든 것이 글로벌화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 길이 빈부 격차를 줄이고 에너지 사용과 공해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개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 다시이어준다고 덧붙인다. 더불어 기업 자본주의, 획일적 소비문화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자 지속적인 해법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지역화가 고립주의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화 가운데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국제 협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저자는 지역화를 통하여 고용 안정, 번영, 소득 평등을 굳건히 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최종적으로 인간이 다른 인간, 사회,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를 회복시킨다.


저자가 이렇게 새로운 대안을 제안하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문제들 때문이다. 글로벌화로 자연은 파괴되고 폐기물은 계속 쌓이고 지구 곳곳이 오염되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사람은 경제적 안정도 잃고 일에서 보람도 못 느낀다.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오로지 이익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최대 패자가 되고 민주주의가 공격당하며 환경이 파괴된다. 또한, 전 세계 경제는 점점 서로 맞물리며 금융 위기의 전염력도 강해지고 있다.


세계화로 여러 재화의 저렴한 비용이 경제 효율의 근거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하여 문제를 지적한다. 먼저 정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하여 간접 지원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재무적으로는 효율성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저자는 장기적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사회 구조가 무너지면 소수의 부자들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동이 지나치게 자유로운 초국적 기업, 규제가 풀린 은행이 만들어내는 돈, 정권과 기업의 유착 관계에서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는 체제가 탄생한다. 결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전 세계가 '바닥을 향한 경주'에 나서고, 거의 보모든 나라에서 사회와 환경, 보건의 기준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저자는 세계화로 치러야 할 대가로 실종된 생계 보장, 심각한 환경 파괴, 탄력을 상실한 경제, 무너진 민주주의, 극심한 양극화, 해로운 도시화, 위협받는 식량 안보, 건강의 악화, 심리적 불안, 종족과 인종 갈등 등을 언급한다. 따라서 이제는 세계화가 아니라 지역화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로컬로 돌리고 무역과 금융을 다시 규제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더불어 지역에 기반을 두는 로컬 기업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


지역화는 경제를 분권화하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거리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지역 안에서 어느 정도의 자급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화는 결코 고립주의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지역화 가운데 긴밀히 협력하고 공조하여 글로벌 현안들을 풀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지역화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단지 전통문화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통문화는 지역의 자원과 지식에 의지해서 사람들의 물질적 필요를 채웠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공동체의 유대를 최우선에 두어 소속과 안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우리는 전통문화가 주는 교훈을 기억하면서 현재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화를 위하여 각자가 삶의 터전에서 교육 개선, 야생동물 보호, 탄소 배출 감축, 식량 구호 등 다양한 일에 전념해야 한다. 지역 기반의 금융 체계 확립도 필요하다. GDP가 아닌 GPI(실질진보지표)나 GNH(국민총행복) 같은 건전한 경제 지표도 적용해야 한다. GDP는 암, 범죄, 교통사고 등으로 지출이 증가하면 덩달아 오르는 맹점이 있다. 또한, GDP는 가족과 공동체, 관경의 기능은 산정하지 않는다. 재생 에너지의 분산 작업도 병행되어야 하고 다품종 유기농 생산지도 확대되어야 한다. 지역 화폐를 만들어 돈을 지역 경제 안에 붙잡아 두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로컬 기반의 보건 의료, 대안 교육의 확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튼튼한 로컬 경제의 핵심은 식량이다.


"이 새로운 경제의 중요한 요소는 규모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자립 경제에 기초한 경제적 지역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역 중심의 경제에서는 사람과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고, 금융 구조와 상업 활동이 지역과 문화에 맞춰 변화할 것이며 문화와 생물, 농업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존중할 것이다. 진정한 지역화가 이루어진다면 의미 있는 일자리들이 많이 생기고, 튼튼하고 탄력 있는 지역 사회의 토대도 구축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소속감과 목적의식, 결속력이 높아지면서 마음 충만한 행복을 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지역화의 첫 단계는 바로 동지를 찾아 만나는 것이다. 만나서 체계적으로 협력하고 움직여야 한다. 지역화는 인간이 깊이 갈망하는 사랑과 연대를 충족시키고 행복과 삶의 의미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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