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유즈삐 2018/11/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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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차와 장미의 나날
- 모리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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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19
- : 247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는다."
옮긴이 서문에서 "삶을 건조하게 축약하면 부족함 없이 귀하게 자란 아가씨가 영락을 거듭하다 결국 늙어서 고독사 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라고 했듯이, 유년시절을 유복하게 보낸 흔적이 글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여성들이 요리를 하게 되는 경험은, 보통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요리하는 모습을 곁눈질 하면서 보다가 주방에 조금씩 참여하면서 어머니의 요리를 습득 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리 마리는 어렸을 때부터 말과 말을 관리하는 마부가 따로 있을 정도이니, 미식가이긴 하나 요리를 함에 있어서는 시종일관 서투른 느낌이 든다. p. 174에서 '나만의 크로켓 요리'라고 한 것이 정육점에서 크로켓을 사와 집에 있는 소스로 조리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철없는(!) 그녀임에도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p. 19의 <오이무침과 그 외 요리에 관한 의견>에 나열되어 있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 리스트를 쭉 훑으면 일본요리 특유의 달고 짠 내음이 훅 풍기는 것 같다.
그렇게 그녀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또 글을 써서 벌고, 또 맛있는 음식을 먹는 단순한 삶을 살았다. 그 단순함이 읽는 내내 부러웠는데, 한편으로는 그것이 그녀가 이혼 두번을 하면서 스스로 쟁취해 냈기에 그녀의 단순한 삶은 더 찬란하게 빛이 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글은 자서전이자, 일기이기도 하다. 2019년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지금, 서점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하나 둘 다이어리를 내놓고 있다. 한동안 내가 나에 대해 쓰는 글은, 가십거리가 크게 있지 않은 이상 쓰는 것이 귀찮기만 했을 뿐이었다. 모리마리가 쓴 [홍차와 장미의 나날]을 읽는 동안, 다시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별거 아닌것 같아도 내 일기를 나중에 누군가 읽어준다면, 내 삶의 하잘 것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던 부분도 나름 '사금처럼 잘게 빛난'다고 보아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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