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움받을 용기>로 유명한 기시미 이치로의 신간이다. 아들러를 대중화 시킨 사람이라고 들어서 궁금했다. 그가 낸 신간 <마흔에게>는 이십대인 나에게도 유효할지 의구심을 품으며 읽기 시작했다.
2. 그는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병원에서 내내 원고를 썼다고 했다. 자기 자신도 아팠지만, 그 부모의 병간호를 내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화된 일본에서 주변사람들이 모두가 병들고 늙고 간호하는 게 일상화된 것 같다. 안 그래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질색하는 일본인들이 자기 자신이 케어의 대상이 된다면 죽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런 그들에게 저자는 “산다는 것 자체로 도움이 됩니다”라고 한다.
간호받는 동안 간호해주는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병실에 있는 자신은 간호사나 의사에게 상담을 해줘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꼈다고 했다.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것이 존재가치를 갖게 한다고 한다.
이 책은 고령화되고 아프고 피로한 일본인들에게 바치는 위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부모님이 병들고 아프실 때, 아니면 주변에 아픈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살아있는 것 자체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 당신은 충분히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이라고. 병이 그들의 자존감을 좀먹지 않도록.
3. 타인과의 경쟁보다 어제의 자신보다 잘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갖자고 한다.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그게 쉽지는 않다. 나의 가치가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사회에게 계속 있다 보니 나의 가치는 타인과의 관계를 상정하지 않고서야 매기기 쉽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100점을 10명과 같이 받는 것 보다, 80점의 단독 1등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어제의 나보다 잘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좀 더 홀가분해질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아직 그런 마음을 가지는 건 쉽진 않을 것 같다.
4.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일찍 고도성장을 겪고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일본인들 답게 이제 행복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경쟁보다 행복을 논하는 사회 분위기는 좋지만, 그만큼 체념의 분위기도 짙어졌다. 살아있는 것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다는 말은 내게도 위로가 되지만, 아직은 체념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