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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팬지님의 서재
  • 행복한 인생의 조건
  • 이인호
  • 13,500원 (10%750)
  • 2010-05-24
  • : 355
 학창시절 읽고서 공명을 일으켰던 어른을 위한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애벌레들이 그 목적이나 방향도 모른채 그저 앞서가는 다른 애벌레들을 따라 꾸역꾸역 기어간다. 어느 한곳에 모인 그것들은 끝없이 기어올라 탑을 쌓는다. 왜 그러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전혀 이유를 모르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할 때가 있다. 나는 그저 태어났을 뿐이고 인식과 가 치는 ‘사회’라는 집단에서 주어진다. 심어진 생각과 가치관을 내것인양 알고 열심히 사는 것이다.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 대해 회의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의 본질은 간혹 우리에게 의혹의 시그널을 보낼 때가 있다. 내가 지금 뭐 하는거지? 나는 여태껏 무엇을 위해 살았나? 인 생의 한 모퉁이에서 한번쯤 야릇한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럴 때 중국의 혼란기 전국시대의 약소국에서 태어나 자란 성인 ‘장자’의 사상을 접하는 것은 목 적과 이유를 잃어버린 삶에 잔잔한 깨달음을 건넨다.

 원래의 <장자>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을 포함해, 모두 3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 다. 내편은 장자 본인이 쓴 글이고, 그 외에는 장주의 제자나 추종자들이 쓴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장자는 어려운 인물이며 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고 장자의 사상 자체에서도 논란 이 많이 있으며 원본 장자를 읽는다거나 그나마 한글로 번역된 장자를 읽어 내려가기도 무척 힘 이 든다고 하니 더더욱 이 책이 고마운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한글 번역분을 읽다가 위궤양에 걸린 분도 있다는 말로 저자는 장자사상의 심오함에 슬쩍 겁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은 33편의 <장자>중에서 몇몇을 발췌하여 알기쉬운 이야기풀이를 곁들여 비교적 쉽 게 그의 사상을 접할 수 있게 해두었다.

 그렇게 위궤양을 유발시키면서까지 장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두어라.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또한 세상 자연만물에게도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 고 있는 그대로 있게끔 내버려 두라는 것이 아닐까. 대상을 정의하지 말고 속박하지 말고 간섭하 지 말라는 가르침. 아무리 눈부신 문명의 발전을 이룬 인간들이 최고의 기술로 대상을 규정하고 조절하려 한들 자연의 본성대로 흐르게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흐르는 강도 마찬가지겠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한 점의 쉼표처럼 읽히는 책이다. 다만 지극히 평범한 나 같은 인 간은 바쁘게 땀흘리고 살다가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으로 그의 사상을 읽기는 가능하나 온전히 삶 자체를 장자의 가르침으로 이해하고 실천하기에는 아직도 미련한 나이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도 그 중 가장 관심있게 와닿았던 구절을 소개해보면 요즘 한창 내가 천착하고 있는 ‘사랑’에 관한 그의 생각이다.
‘상대가 원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 사랑은 마음이다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마음의 눈을 열고 자신의 외모를 초월하여 자신의 인격과 사랑을 끊임없이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남을 볼 때도 그 사람의 외모를 초월하여 그 사람의 인격과 마음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진정 한 성장입니다. 장주의 사랑은 육체적인 눈길이 아니라 마음의 접촉이었습니다.
- 사랑은 학습이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의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 방식대로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실 은 구속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기술은 다름 아니라 상대의 성격이나 의지를 준중하는 것입 니다. 남녀 사이에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중입니다. 존중없는 사랑은 깨지기 쉬우나, 존 중하는 사랑은 영원합니다. 존중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 랑은 학습입니다.
- 사랑은 맞춤떡이다
자기에게 좋은 것은 남에게도 모두 좋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약점입니 다. 떡집 주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떡이니 손님도 좋아할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엉뚱한 떡을 만들어준다면 과연 손님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사랑은 좋은 것이지만,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베풀어야 진정한 사랑이 됩니다. 청바지를 좋아하는데 굳이 정장을 사주며 입으라 강요하고, 정장까지 사줬는데 좋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유행가를 좋아하는데 클래식 음악 을 들어야 고상해진다고 CD박스를 선물합니다. 듣지 않고 구석에 처박아 두면 또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 투덜댑니다. 나한테 좋은 것이면 애인이든 자녀에게든 똑같이 좋은 것으로 착각합니다. 마냥 주는 사랑도 훌륭하지만, 원치 않는 사랑을 자제하는 것이 더욱 큰 사랑입 니다. 요컨대 사랑은 맞춤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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