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읽히는 역사속 성 이야기
노란팬지 2010/05/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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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性
- 이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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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
제목을 보고는 인간의 강력한 본능인 性을 중심으로 풀어본 심각한 역사서일 걸로 짐작했으나
어라? 재미있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술술 읽힌다.
몇 날 몇 일을 돌도끼 들고 먹이를 찾아서 사냥을 나가던 그 시대부터 생존을 위한 음식과 생식을 위한 섹스는 인간이라는 종족보존에 중대한 두 축이었다. 문명이 발달되어 갔지만 그 기본적인 두 축은 '권력'이라는 상대적으로 드러나는 양지와 커튼뒤로 감추어진 '性'이라는 음지로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 아닐까 내 맘대로 생각해본다.
이 책은 결국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이 본능의 한 축인 性을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를 에피소드에 가까운 대중적인 이야기들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내용들을 소개한다.
1. 프로이센이여, 국가를 위해 섹스하라.
강력한 프로이센을 일구었던 프리드리히 1세와 그 아들 프리드리히 2세는 전쟁을 치르는데 필요한 군대를 보충하기 위해 어이없는 섹스권장정책을 폈다고 한다. 치정, 강간 같은 용어도 법전에서 빼버리고 심지어 근친상간과 중혼을 허용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지금의 가치관으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그 방법이야 어떻든 간에 이렇게 늘어난 인구덕분에 프로이센은 강력한 군대를 가질 수 있었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하기야 요즘에도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라며 자식 많이 둔 사람들을 눈치주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 많이 낳은 가족을 방송에 초대해서 스타로 만들어 주는 등 정책에 따라 섹스의 패턴을 유연하게 조절해야 하지 않는가.
2. 베일에 쌓인 정조대의 존재
중세 유럽 여성 억압의 대표적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는 정조대가 실제로는 위생상의 문제로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쩐지...그랬겠지. 그렇다면 십자군 원정을 떠나는 기사들이 남겨질 아내의 정절을 제 맘대로 지키고자 정조대를 채우고 먼 길을 떠났고 그래서 그 당시 열쇠공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3. 유럽연합, 콘돔 사이즈 때문에 싸우다.
최근의 역사속 뒷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는데 1990년대 유럽공동체 출범때 언어, 문화, 경제상황이 서로 다른 각 나라들의 통합을 추진해 나가면서 많은 진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남성성기의 크기도 표준화해야 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바로 유럽통합 콘돔 규격의 표준안을 정하는 문제인데 각 국의 자존심(?)을 건 외교 노력 끝에 결국 노르웨이의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치열한 산고 끝에 결정된 유럽 통합 콘돔의 사이즈는 길이 17cm에 지름 49~56mm라고 한다. 그냥 참고다.
4. 순록과 바다표범을 구한 비아그라에게 노벨평화상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획기적인 알약이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 대다수의 남성들이 열광했고 그 뒤에서 대부분의 여성들도 물론 환호했지만 이 정력제의 혜택을 본 것은 의외로 수컷 바다표범들과 수컷 순록들이었다는 것. 비아그라는 남자들을 다시 밤에 살아날 수 있게 도왔지만 물개와 순록들은 그 목숨을 구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뿐 아니라, 이 책은 낙태, 정자은행, 성매매, 혼외정사, 포르노, 성희롱문화 등 성에 관련된 진지한 생각거리들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자칫 흥미거리 위주로 가벼워지거나 반대로 가치관의 충돌로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역사속의 사건들과 아우르고 마치 요즘 유행하는 ‘만화로 읽는…’시리즈를 읽는 것 같은 유머러스한 대화체를 구사하여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누구나 부담없이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게 대중적으로 씌여졌으며 관련하여 더욱 사고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부록에 소개된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중에서 몇 권을 골라 보충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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