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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 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
  • 11,700원 (10%650)
  • 2009-11-20
  • : 27,775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인 '천지'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조금 읽다보니 그 죽음의 배경까지 대충 짐작이 간다.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싶어 책장을 넘기니 비슷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큰 원을 그리며 되풀이된다. 

<완득이>를 읽고 꽤나 흥분하며 주변에 추천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던 터라 이 책은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할 수도 있겠다.  

재기발랄하고 거침없었던 등장인물들은 풀이 죽어있었으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했던 작가의 유머와 재치는 이전보다 못하다.   

뭣보다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 작가가 준비한 '다섯 개의 붉은 털실 뭉치'가  영 마땅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드라마의 한 장면같기도 한, 짧고 발랄한 대사로 이어지는 감정 묘사는 여전하다. 천지의 언니인 만지와 미란의 쿨한 관계나 천지엄마의 씩씩한 모습들도  '김려령표'라고 할 만 하다. 

그리고,  

나는 읽는 내내 울었다. 그 이유에 대해 공감하든 안하든 열네살 나이에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소녀의 고독과 두려움이 안타까워 자꾸만 눈물이 났다. 돌아보면 우리 모두 그런 시절을 지나왔다. 상처받고 상처주고, 죽고 싶고 죽이고 싶고. 지나왔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나왔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 책은 어른들의 커밍아웃인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척 아닌 척 우아하게 거짓을 늘어놓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인지도. 

그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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