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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 미도리카와 세이지
  • 8,820원 (10%490)
  • 2009-04-20
  • : 3,022

지금 내가 사는 곳은  꽤 규모가 큰 시립도서관이 가까이에 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도서관은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사람들이 많다.  

지금처럼 도서관이 많지도 않았고 책을 맘껏 살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았던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수많은 장서와 여러가지 행사들이 열리는 도서관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 탓에 꽤 열심히 이용하는 시민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규모가 큰 도서관인데도 주말이면 아수라장이 된다. 넓은 공간은 사람들로 빼곡하다. 어린이 열람실의 경우는 더하다. 책을 제대로 읽기도 힘든 갓난쟁이부터 책읽기가 지겨워보이는 아이들까지 들어차서 그야말로 시장통이 따로 없다. 책읽기도 학습이 되어버린 까닭인지 추천도서목록을 들고 서가를 누비는 엄마들의 모습도 주말이면 더 많이 보인다. 업무에 지친 사서들의 얼굴에서는 찬바람까지 분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씁쓸했던 적이 있던 어른들에게, 

엄마 손에 이끌려 간 도서관이 지겹기만 한 어린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의 화자는 구모미네 시립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 하는 5학년 여학생 시오리다.  

시오리가 들려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3층짜리 건물인 구모미네 시립도서관에는 아픈 엄마를 찾으러 온 네살짜리 아이가 있고, 할아버지가 60년 전에 빌려간 책을 반납하려는 손자가 있고, 그림책의 예쁜 그림이 너무 좋은 10살짜리 남자아이가 있으며,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미야코 선생님이 계신다.  

그리고 책과 함께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책에는 관심도 없었던 야스카와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할아버지가 책을 빌렸던 60년 전이 궁금해져 책을 읽기 시작한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겐타는 자기가 몰래 가져갔던 책의 그림을 그린 작가도 남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는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시오리는 갑작스런 아빠와의 만남에도 울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엄마나 아빠를 탓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아빠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는 넓고 큰 도서관이 필요한게 아니었는 지도 모른다.  

한낮의 햇살처럼 조금은 나른하게  

우리를 조인 끈들을 풀어놓고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그곳에서는 서두르거나 큰 소리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곳에서 자란다. 아니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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