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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zy님의 서재
  • 1929
  • 앤드루 로스 소킨
  • 28,800원 (10%1,600)
  • 2026-04-20
  • : 6,060
세상을 바꿀 놀라운 기술의 출현과 발전, 상승하는 증시에 대한 굳건한 신뢰로 사서 버티면 오른다는 신화, 누구나 증시에 투자해서 돈 벌어야겠다는 열정에 빠져있으며 증시 강세와 신기술로 장미빛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요즘 세상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1920년대에도 있었던 일들이다. 라디오나 세탁기, 자동차 같은 신기술들이 등장해 대중화됐고, 라디오주식인 RCA는 요즘 엔비디아처럼 밝은 미래를 약속하며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920년대 특징적인 점은 외상거래다. 요즘은 할부로 산다는게 익숙하지만, 이게 대중화된게 1920년대 미국이다. 세탁기나 자동차 같은 내구재를 외상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경기도 좋아지고 사람들이 '빚'에 대해 둔감해지고 오히려 '빚'을 찬양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러면 주식이라고 왜 빚내서 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법하다. 그런 일이 대중화되었던게 1920년대다. 개인들도 10불만 내면 100불짜리 주식을 살 수 있었다. 레버리지다. 주식이 오를때는 수익률을 뻥튀기해서 먹을 수 있어서 달콤하지만, 하락하면 자기 돈은 금새 날리고 더 큰 빚을 질수도 있게 된다. 이런 빚투가 큰 규제없이 막대하게 쌓여서 폭발한게 대공황 증시대폭락의 매커니즘 중 하나다.

1920년대와 요즘 2020년대를 비교하는 글들은 자주 보인다. 누가봐도 비슷한 점들이 많으니까. 불길한건 1920년대 초강세장은 1929년 증시 대폭락과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의 초강세장은 어떤 결말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위안이라고 한다면, 1929년 대폭락 같은 사례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규제나 안전장치들을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자들도 자신의 책임으로 있을때 대공황 같은 역사적 오명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아 이런저런 대책을 세우곤 한다. 그래서 1929년 같은 대폭락은 요즘 시대엔 좀 가능성은 낮아지긴 했다.

물론 이것도 정상적인 상황에서나 그렇다. 정말 군중심리가 긍정론에 빠져들고 또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야심과 고집스러움 등이 어우러져서 규제가 사라지면 언제 1929년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책은 1929년~1933년 미국 증시 대폭락 주변에서 벌어졌던 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물들의 말과 행동, 심리가 미드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 시대의 분위기에 잠시나마 빠져들어 볼 수 있게 한다.

주인공은 선샤인 미첼이라고 불린 씨티은행 행장인 찰스 미첼이 될 것이다. 증시 긍정론에 뼛속까지 젖어들어있던 인물로 공격적인 영업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한국은 은행-증권이 떨어져있는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당시 미국은 글라스-스티걸법 전이라 은행에서도 증권업무가 가능했다. 그는 버티면 오른다는 신념으로 빚을 내서 주식을 팔도록 영업사원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만들었다.

여기에 대척점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글라스-스티걸법의 글라스 의원과 후버 대통령이다. 글라스는 꼬장꼬장한 남부 출신 상원의원인데, 월스트리트가 국가의 자본을 제조업 같은데 건전하게 쓰이지 못하게 하고 도박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일견 틀린 시각은 아니라고 본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글라스도 JP모건 같은 은행에 대해서는 경외감과 신비감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글라스-스티걸 법도 자신이 경외하는 '진짜 은행'인 JP모건 같은 경우는 예외로 하고 싶어했다는 점도 단순하게 알고 있던 역사적 인간의 복잡성을 잘 드러내준다.

대공황을 뚜들겨 맞은 후버 대통령과 후임 루즈벨트의 캐릭터 대비도 흥미롭다. 후버는 엔지니어링에 특출난 인물로 나타나는데 대중적인 소통과 친화력은 부족했다. 증시 활황과 광신적인 주가 세일즈 형태에 대해 비도덕적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엔지니어적 마인드로 큰 부작용없이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반대로 루즈벨트는 상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이고, 대중적인 호소력도 갖춘 인물로 나온다. 대공황을 고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루즈벨트다.

조연급으로 나오지만 중량감 있는 건 역시 JP모건쪽 사람들이다. JP모건이 완전 파트너십으로 이루어지고 엄청 엘리트적인 금융이라는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찰스 미첼의 씨티은행이 대중성을 가지고 가는것과 대척점을 이룬다. 책의 후반부에서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청문회에 오르고 그동안의 가면이 벗겨지는 일들이 벌어진다. 특히 세금회피나 과도한 보수 같은 측면이 크게 대중의 공분을 사게 만든다. (이 부분은 꽤나 2008년 기시감이 들었다) 청문회로 인해 월스트리트가 죄인이 된 그런 분위기 속에서 글라스-스티걸 법안 같은 것도 만들어지게 된다.

책을 읽고나면 자연스럽게 지금 이 강세장은 어떻게 끝날까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서 배운 것들로 인해 여러 측면에서 안전장치들이 있긴 하지만 항상 '이번에는 다르다'는 착각도 매번 생겨난다.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1920년대의 크고 작은 버전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 이 후기는 책을 제공받고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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