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이 머물 곳은…
sum1san1 2024/04/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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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의 시선 (반양장)
- 김민서
- 11,700원 (10%↓
650) - 2024-04-26
: 29,930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충격이나 슬픔을 겪은 이들에게 어쭙잖은 통찰을 늘어놓으면서 빨리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우리는 쉽게 ‘위로’를 건넨다.
슬픔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 ‘위로’는 오히려 상처가 됨을,사실 우리 모두는 경험했으면서도 달리 그런 서투른 말밖에 하지 못하기도 한다.
✍️ 눈앞에서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율.. 자기때문이라는 책망은 가슴 깊이 침잠하여 율의 고개를 떨구게 한다. 율은 사고 당시 사람들에게서 보았던 구경꾼과도 같은 태도에 환멸을 느낀다. 모든 인간은 어쩌면 가식적인 탈을 쓰고 있다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계산이 서지 않는 일에는 나설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옭아맨다. 그것은 사슬일까,새끼줄일까?
적당한 위선과 거짓말이면 어떻게든 학교에서‘버틸만’하다. 그렇게 눈맞춤을 거부하며 그럭저럭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는 율. 모든 것을 갖춘 것 같지만 가난과 부모의 무관심이라는 결핍을 안고 있는 진욱, 화려한 겉모습으로 진욱에게 고백을 하여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었던 지민,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 존재를 인정해주지 않는 이도해, 그리고 씩씩하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살고 있는 듯한 율의 엄마.
모두들 외딴섬처럼 둥둥 떠서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외계인 같지만 이 깊은 심연들이 서로 부딪히고 파장을 일으키며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서툴고 아프지만.
✍️ 학습된 무기력이 이도해의 진심어린 말들로 인해 덤벼서 풀어볼만한 ‘아기 코끼리의 새끼줄’처럼 느껴지고, 율은 자신도 모르는 새 지민과 진욱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이 효율도 이익도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위로는 어디서 온 것인가.
✍️ 아마도 그들 모두는 스스로의 결핍과 고통으로 인해 상대방의 슬픔을, 고통을 제대로 알기 때문이었던 것이 아닐까. “제대로 앎” 자체로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발끝만 보던 율은 상대가 보여주는 과장된 겉모습이나 말따위가 아니라 움직이고 주저하고 서성이고 절뚝거리는 발을 보았기에 진욱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고 지민의 투정을 받아낼 수 있었겠지. 가장 깊은 수렁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던 이도해가 율의 상처를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 강약약강의 강이 아니라 그럼에도 나아가고 살아가기를 결심한 진정한 강함을 배운 아이들의 모습에서 안도와 위안을 얻는다.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이해득실을 따져 외면하는 것들은 혹시 없는지, 보이는데도 안보이는 척 하고 있지는 않는지. 시선이 머물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본다.
*창비청소년문학상수상서적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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