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네덜란드의 닉센(Niksen)의 개념, 방법을 담은 책이다.
닉센은 무엇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닉센 전문가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다는 이 사람도 정확히 정의하지 못한다.
300페이지 가까운 책 내용이 닉센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읽으면서 닉센이란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좀 와닿은 표현을 빌리자면 이러하다.
닉센이란,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는 것,
특별한 계획 없는 헐렁한 시간을 보내는 것
생각끄기연습, 올가 메킹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목 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두 사람이 소파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자.
한 사람은 소파에 앉아 있는 상태로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 것이며, 내일 해야 할 미팅에 대해 생각한다. 다른 한 사람은 소파에 앉아 마주한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본다.
외적으로 보았을 때, 이 둘은 모두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한 사람은 닉센을 하고 있고, 남은 하나는 그렇지 않다.
둘 중 누가 닉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답은 아무 생각 않고,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 닉센을 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바쁜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쁜 상태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때문이다. ...
바쁠 때 우리는 생산적이며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 우리가 바쁜 상태에 머무는 진화적인 이유 중 하나는 연결되고 소속되기를 바라는 인간의 깊은 욕망과 관련이 있다. ... 가령 다른 이들이 줄기차게 바쁜 모습을 보면 우리는 나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압박을 받는다.
본문 54 ~ 55p
이 대목을 보면서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그리고 사람이라면 원래 저런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구나 하면서.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핑계를 대기에 참 좋다)
그런데 반전은 그 바로 뒷 페이지에 우리는 휴식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더 매력을 느낍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에스컬레이터를 타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이제 활동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웬만해서는 활동을 줄이려고 하죠. 더 이상 음식을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본문 57p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 우리는 바쁘도록 설계되어 있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기도 한 것이다'
......
갑자기 이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지 그 의도가 궁금해졌다.
앞에서 우리가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면, 그 뒤론 닉센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진짜 닉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유명하겠지만, 나는 누군지 모를) 온갖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온다.
하지만 여전히 '닉센은 이것이다'라고 정의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닉센이 아닌 것을 정의한다.
닉센은 일이 아니다.
닉센은 감정노동도 아니다.
닉센은 마음챙김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놀랐다. 아니었단 말인가?)
닉센은 게으름이나 지루함이 아니다.
닉센은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소셜 미디어를 살펴보는 활동이 아니다.
그러면 닉센을 해서 좋은 점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조차도 뇌는 활동한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의 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어떤 업무에 착수했을 경우, 뇌의 특정 영역이 깨어나고, 다른 부위는 차단된 상태로 대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일 혹은 창의력을 요하는 일이 있다면 뇌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반전.
닉센은 미루기가 아니다. 이 둘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가령, 일을 하다 말고 청소를 하는 행위는 생산적이란 생각이 들게 하지만 은밀한 미루기로, 닉센이 아니다.
미루기와 달리 닉센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매우 확실한 시간과 장소를 줌으로써 미루기라는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뒤 이어서 닉센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하루 중 일정 시간과 장소를 두고 닉센을 하기를 권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닉센은 그냥 아무 생각도 안하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운동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닉센을 할 수 있다.
아마도 포인트는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요가의 마음챙김과 닉센의 차이는 여기서 드러난다.
요가의 마음챙김은 나의 호흡, 나의 신체, 나 자신을 의식하는 행위라면
닉센은 그 조차도 의식하지 않고 무(無)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마지막 두 챕터는 닉센의 원조, 네덜란드에 대한 설명과 닉센이 모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란 설명으로 끝난다.
책을 덮으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닉센의 개념에 대해서 한창 설명을 들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설명하기 모호한 개념이라는 것은 이해했지만 (오히려 한국의 '멍 때리기'라는 개념이 있어서 크게 새로운 느낌도 들지 않았음), 전체적으로 방법이나 장점에 대한 설명이 다소 빈약하고, 대부분의 설명은 다른 전문가의 말을 빌려 온 것이라 설득력도 부족했다. (과연 이 사람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만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스럽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