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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마예삐님의 서재
  •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 김보람
  • 19,800원 (10%↓1,100)
  • 2026-07-20
  • : 2,435



음반으로, 책으로, 클래식FM라디오와 유튜브 영상으로... 중고등학교 고전음악감상반의 경험에서 시작된 음악 감상과 공부의 여정은 주로 선율과 이야기였다. 귀로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소리들로 음악을 만난 뒤, 그 속에 담긴 음악가들의 절절한 내면과 시대적인 흐름을 책으로 공부하며 가슴으로 다시 한번 소리들을 듣게 되는 과정. 이러한 반복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은 눈덩이처럼 조금씩 커지며 단단해졌다.

그러다 몇해 전 영화 <타르TAR> 속에서 여성지휘자 케이트 블란쳇의 몸을 가리던 커다란 오케스트라 총보를 접하며 그간 ‘귀와 마음의 영역’으로 알고있던 음악이 압도적인 시각 경험으로 다가왔다. 나에겐 그저 공간을 공명하며 들려오던, 절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음악이라는 세계가 두툼한 물성으로 전해진 순간이었다. 

서점 예술 코너에서 김보람 악보위원의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물성의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물성의 음악을 다루는 음악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악보전문위원’이라는 악보 전문 사서 직함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게 2005년이라고 하는데, 김보람 위원은 2005년부터 서울시향 악보실에서 근무한,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한 1세대 전문가이다. 그러함에도 여전히 2025년 서울시향 카네기홀 공연이 끝난 뒤 바깥에서 오들오들 떨었다는 열정의 워커홀릭이기도 하다. 부지런히 악보만 먼저 챙겨 나오느라 막상 자신의 외투와 짐은 잊어버린 탓이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생생한 20년 경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찔하고 생생한 다양한 에피소드, 호흡을 맞춘 사람들과의 이야기, 악기 및 악보에 얽힌 흥미로운 정보와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전공자가 아님에도 독자로서 큰 재미와 유익함을 느꼈다. 


악보는 문외한이지만 평소 클래식 음악 관련 책들은 꽤 모아둔 편인데,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내 책장에 꽂으며 참 독특한 영역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책들은 클래식 음악의 감상을 돕기 위한 음악 및 음악가에 대한 해석이 주를 이룬다. 연주자와 지휘자, 간혹 음악산업 경영과 관련된 이들의 글들도 거의 개인적 취향에 대한 에세이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악보 이야기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 등 최신의 공연 환경을 들려주니, 역사와 시사가 합쳐진 독특한 느낌이었다. ‘악보위원’이라는 생소한 직업인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문제적(?) 교향곡들의 숨은 이야기나 악보로 연결되는 오케스트라 파트별 설명이 있어 유익했고, 평소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지휘자 및 작곡자의 직업적 면모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전반적인 책 편집 또한 풍부한 이미지 자료를 배치하면서도 각 주제별 텍스트들이 편안하게 흘러가도록 두어서 가독성이 좋았다. ‘효과적인 편집 기술이란 이런 것일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꽉 찬 자료를 담았으면서도 깔끔하게 흘러가는 구성이 신기했다. 


예술, 그 중에서도 나처럼 음악과 책을 유독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분명 한눈에 반할 만한 책이다. 오늘도 수많은 산업 환경에서 바쁜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지만, 가슴 한편 순수예술의 가치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현대인들이여!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통해 함께 공감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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