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띵이가 그랬어>, 윤진현 글그림, 천개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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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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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7살 아이를 키우는 친구 집에 딸아이를 데리고 갔다. 아이들은 만나자마자 금세 친구가 되어 뛰어노는데 정작 뛰는 아이들 신경 쓰느라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처음에는 조금 빨리 걷는 정도였는데 점점 강도가 세지더니 식탁 위를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에효.... 친구는 무슨..... 사치다. 사치!!!’
얼른 챙겨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대화를 자세히 들어보니 뛰어야 할 상황이 맞긴 하다.
“꺄~~!!! 화산이 폭발하고 있어.”
“여기 용암이 흘러내려. 어서 피해!!!”
아이들은 보이지도 않는 용암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급하게 식탁 위로 올라가 앉았다.
함께 눈살을 찌푸리던 친구도
“저 정도면 뛰어야겠네. 그래야 살지.”
우린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다음엔 놀이터에서 만나자. 거기선 세상이 무너져도 괜찮을 듯.”
저 멋진 상상 놀이를 멈추고 싶진 않지만 상상만큼 중요한 것들도 있기에 아이들을 달래려 TV를 틀어주었다. 상상은 끝났고 아이들은 어느새 TV속 세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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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띵이”라는 상상 친구와 함께 놀다 보면 어쩔 수가 없다. 띵띵이와 노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 실내화를 깜빡했다 해도, 땅속 보물가게에 들리느라 온 집안을 흙투성이로 만들어도 말이다. 아이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상상해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상상은 그 모든 걸 현실로 만들어 버리기에. 요술 지팡이 한번 흔들기만 하면 온 집안이 깨끗해져 있다던가 눈만 감으면 출근해 있다던가. 현실의 고단함을 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상하는 것이다. 잠시라도 그 즐거움을 만끽하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어금니 한번 더 깨물어야 한다. 눈 한번 질끔 감으면 그만이다. 아이의 상상을 멈추고 싶지 않은 마음과 현실 사이의 타협을 조금만 미루면 함께 더 즐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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