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더욱 탐닉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타겟팅이 정확하게 들어맞은 표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인문 서적에서 자주 보이지 않는 연보라색 배경에 시선을 잡아끄는 화려한 그림, 이 책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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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를 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되는 ‘추한 역사’가 있을 것이다. 나는 노동 착취, 사회 구조적인 매도 등을 생각했지만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에세이’인 만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를 말한다.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 후, 사람들이 전하길 좋아하는 오래된 소문을 읊기도 하고 특정 광물의 분자 구조를 말하기도 하고 (예상했지만 매번 충격적인)노동 착취뿐만 아니라 현대의 소비주의와 그것을 촉발시킨 기업의 전략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이 억지스럽거나 뚝뚝 끊기지 않고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유려한 다양함이 이 책의 장점이지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저자의 솔직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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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추한 역사’는 내 욕망에 경각심을 드리우게 하고, 일말의 죄책감을 갖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과연 책을 덮고 한 달, 일 년 뒤에도 남을까? 모든 것들이 같은 강도로 남아있기는 힘들 것이다. 알게 된 모든걸 고려하기엔 내 자본은 부족하고 눈은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아마 언젠가부터는 죄책감만 남거나 잊어버리는 능력이 향상될 텐데, 이 책의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저자가 본인도 우리와 비슷한 인간임을 솔직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모를 가꾸는 일은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보다도 덜 중요하지만, 확실히 더 재미있다.”라고 공감되는 말을 하기도 하고, 본인이 마스카라에 집착한, 하고 있는 상황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솔직함 뒤에 이어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우리가 이 책의 내용을 더욱 깊이 공감하고 오래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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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에 더해 통찰력도 보인다. 통찰력이 담긴 소설같이 매력적인 저자의 글솜씨를 한번에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목차다. ‘꽃잎으로 가득 찬 입, 밀랍으로 가득 찬 혈관-훔치고, 먹고, 기도하고, 꽃과 함께 노는 것에 대하여’, ‘뼈처럼 희고, 종이처럼 얇은-도자기 접시, 창백한 얼굴들 그리고 식탁을 차리는 복잡한 행위에 대하여’. 아름다운 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적인 표현에 반드시 마음을 뺏기고 그 내용을 추측하는 재미를 곱씹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한국판만의 아름다움, 그것은 챕터마다 바뀌는 구분 일러스트다. 거울 파트에서는 거울로, 조개 파트에서는 조개로 나타나는 일러스트는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은은한 두근거림을 준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독자를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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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욕구는 충족되지 않을뿐더러 채울 수도 없으니 제어해야 한다. 단순한 교훈이지만 나는 이 교훈을 반복해서 배우고 있다.
🔖 이 물건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이미 내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