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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바르왕국국
  •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임승남
  • 15,300원 (10%850)
  • 2023-11-23
  • : 140

여기, 소설같은 인생이 있다. 전쟁고아 출신 전과 7범 생계형 범죄자가 인문사회과학 출판사 대표가 되어 군부독재정권 시대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이야기. 소설이었다면 개연성을 의심받고, 과도한 설정이라며 혹평을 받을법한 이야기는 임승남의 손끝에서 피어난 현실이다. 돌베개 출판사 대표로 있을 당시 『전태일 평전』을 출간한 임승남과, 남대문 지하도에서 앵벌이,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임승남은 같은 사람이다. 그 속에는 올바른 인간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있다.



저자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돌베개 대표가 된 후 은퇴까지의 삶을 담은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는 총 3부로 나누어 저자의 인생을 설명한다. 1부는 전쟁고아가 된 저자가 생계형 범죄자가 되어 아동보호소와 소년원, 교도소를 드나들며 그의 인생을 바꿀 책을 만나는 이야기다. 그러던 중 병사에서 정 형을 만나고, 2부에서는 장 형의 주선으로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한다. 15년간 묵묵히 일하다 돌베개 출판사를 인수하고 세상을 밝게 만드는 일을 실천한다. 3부에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이야기와 함께 출판사 사장직을 내려놓고 글을 쓰기로 결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임승남의 인생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둘째, 그의 겸손함과 간절함을 배우기 위해. 셋째, 세상을 민주주의로 밝히기 위해.



1960년대 후반, 의정부교도서에 수감 중이던 저자는 문득 『새 마음의 샘터』라는 책을 집어들었고 그 책은 곧 그의 삶을 곧추세우는 새 기준으로 작용했다. 매사에 주먹부터 휘두르던 그가 '참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매일같이 되새기며 화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간의 삶'을 시작한 저자는 이후 출판사에서 일하며 『광장』, 『객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같은 소설을 전부 읽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변화한다.

인생을 바꿀 단 한 권의 책은 존재할까?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그 과정이 쉽진 않을지언정 책은 정말 인생을 바꾸게 할 수 있다. 인간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기에 굳이 책이어야 할까? 그렇다. 책은 가장 능동적이고 구하고 쉽다. 스스로 글자를 읽으며 생각해야 하고, 영상처럼 재생할 기기가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보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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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서사'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인생인데, 저자의 자서전은 참으로 겸손하다. 『새 마음의 샘터』를 읽은 모두가 저자처럼 실천을 유지할 수 있지는 않다. '귀인'을 만난다고 여태까지 삶의 방식을 버리는게 쉽지는 않다. 부를 얻을 수 있는데 신념에 의해 거절하고, 높은 곳에 올랐으나 내려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해냈으나 본인은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말한다.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는 특히 상황과 감정 묘사가 자세해 몰입이 잘 된다. 특히 저자의 성취를 강조하기 보다는 "몸 깊숙한 어딘가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절실함이 있는 삶"을 원하는 저자의 갈증이 잘 느껴진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생계형 범죄자였던 저자가 전하는 말이기에 더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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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대표직을 역임한 돌베개 출판사는 인문사회 출판사로 유명하다. 내가 책을 시작한 이유 역시 '돌베개 전 대표'라는 띠지 문구 때문이었는데,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에서는 군부독재와 엮인 1970~80년대 출판 시장과 익숙한 이름들을 볼 수 있다. 때마침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지금이야말로 군부독재 시절 위험을 무릎쓰고 『전태일 평전』을 출간한 저자의 정신을 따를 때이다. "좋은 책을 내면 사회라는 흐린 물을 맑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좋은 글을 읽고 공유하는 것으로 이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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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출판사를 인수해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기획 능력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닌 것 같으니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P190
지금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싫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간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고통 또한 아주 귀하다. 고통이 지나가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층 성숙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답게 사는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도전하는 정신이야말로 본능대로 살아가는 야수와 다른,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니겠는가-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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