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 <인셉션>, <엑스맨>의 엘리엇 페이지
『페이지 보이』는 <주노>, <인셉션>, <엑스맨>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트랜스남성인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회고록이다. 그의 존재에 대한 글인 만큼 트랜스 이야기가 함께 있지만, 할리우드라는 공간에서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는 모습, 연기에 대한 열정, 성장기에 대한 기억 등도 볼 수 있다. 트랜스 얘기는 차치 하더라도(사실 그러면 안된다) 엘리엇 페이지를 좋아하거나, 그가 궁금하거나, 그의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면 모두 흥미롭게 읽어나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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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
젠더 디스포리아, 성별 불쾌감은 출생 시 지정 받은 성별과 스스로의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쾌감, 괴로움, 불행 혹은 그러한 감정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젠더위화감, 젠더불쾌감, 젠더경합, 성별불일치감, 성별불일치감정으로 불리기도 한다.
트랜스젠더라는 명칭은 이제 익숙하지만, 젠더 디스포리아는 그렇지 않다. 익숙하지 않을뿐 아니라, 낯설다. 퀴어 중 하나인 동성애자에 대해 이성애자인 사람들은 '연애적인 사랑을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젠더(타고난 성별과 정체화하는 성별이 일치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트랜스젠더의 고통은 얼추 짐작할 수도 없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 중에는 죽는 느낌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페이지 보이』에서 묘사하는 젠더 디스포리아는 귀하고 소중하다. 2차 성장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어떻게 본인의 몸을 혐오하는지, '나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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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M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보통 트랜스여성을 생각한다. 트랜스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너무나 각박한 이 세상에서, 트랜스남성의 이야기는 더욱 찾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젠더 디스포리아'의 묘사가 귀한 만큼, '트랜스남성'이 겪는 자기혐오감에 대한 설명도 귀하다. 더 압박되는 스포츠브라를 찾고, 치마를 입길 원하지 않는다고 위협을 받아야 하는 그의 고통을.
나는 이 리뷰에서 줄곧 나와 '다른' 그들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유용하다고 말하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퀴어라면, 이 책에서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겠다고 조심스레 말해본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엘리엇 페이지가 당신과 같고, 나는 당신을 이해하고자 이 책을 봤다. 이 책이 더 많이 읽혀, 당신에 대한 차별이나 끔찍한 오해(정신병이라느니)가 한 사람에게서라도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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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 배면 디자인 그리고 옮긴이
편안하고 자신 있는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엘리엇 페이지'가 있는 표지. 이보다 적절한 표지가 또 있을까. 원서 역시 동일한 디자인이다. 제목과 부제, 작가 이름이 사진을 둘러싸고 있다는 점과 배경색만 다르다.
『페이지보이』 한국판에는 특이한 차이가 있다. 바로 배면 디자인이다.
"표지가 그의 당당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면, 배면에서는 울림이 있던 내용들을 독자께 전달합니다. 표지에서 보여주는 힘을 분산하지 않되 여러 에피소드의 인상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공유하고자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였습니다."라는 디자이너 코멘트가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페이지보이』의 옮긴이이다.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읽고 쓰고 번역한다. 여성, 성소수자, 노인, 청소년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한다.'는 소개가 있는 송섬별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한편으로는 퀴어를 비롯한 소수자와 약자를 가리키는 비하의 말과 금기 표현의 경우 가급적 원어를 그대로 가져오되 우리말로 다시금 옮기지 않고자 했다. 새로운 금기어를 만들어 내고 싶지 않았고, 이미 그런 말이 있다면 덜 쓰이다 잊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글뿐만 아니라 어떤 정신, 노력, 투쟁까지 옮겨오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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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쓰면서,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여러 단어를 다시 검색해 보고 사용했다. 리뷰를 게시하기 전 여러 번 읽어 보았다. 그럼에도 시스젠더이고 이성애자인 내가 알아채지 못한 차별의 표현이 있다면 그 무지와 사용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한다. 그리고 나의 잘못을 알려주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끝없이 배워 가는 존재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