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절 책보다는 순정만화를 좋아했었다.
오후 5시쯤이었나? 텔레비전에서 빨간머리 앤을 만나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앤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인물로 소녀들의 마음을 충분히 동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은근히 보잘 것 없는 내모습과 동일시하여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계산이 필요없던 그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레드먼드의 앤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쉴 새 없는 시간이 계속 나를 지나간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는 때가 있다. 잠깐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될 때 앤을 만나 중학시절, 고등학교 시절, 대학 시절의 나를 만난다. 친구가 더 소중했던 그 시절로...
사랑을 잘 알지 못 하는 앤을 보며 안타까워 하고 사랑한다고 믿었던 로이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앤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부러워 했다.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 앤에게 박수를 보내며 길버트와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가슴떨려 했다.
이런 소녀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레드먼드의 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나이 든 나에게 아직 꿈이 있음을 그리고 사랑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힘든 일상이 고개를 들면 다시 찾고 싶다. 사랑과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찬 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