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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rqja8632님의 서재
  • 내 생애 단 한 번
  • 장영희
  • 13,500원 (10%750)
  • 2021-07-30
  • : 1,163
가지고 싶은 게 적어지고, 원하는 것이 없어지고, 어떤 노래를 들어도 아무런 감동도 들지 않는 게 그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 줄로만 알았다. 다신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내심 속상한 기분이 들어 슬퍼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삶에 대한 강렬한 참여에는 고통이 따른다는데, 애초에 그런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들은 인생의 참맛을 보지 못한다는 걸까? 고통이 심했던 시기일수록 작은 행복도 아주 크게 느껴지곤 했다. 그렇다면 고통이 없는 삶은 행복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삶인걸까? 원하는 게 적어지는 만큼 그 전처럼 가슴이 뛰는 일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나의 삶이 의미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허망한 것도 아니었음 좋겠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격하지 않고, 슬픈 것을 보고 눈물 흘리지 않고, 불의를 보고도 노하지 않으며, 귀중한 것을 보고도 탐내지 않는 삶은 허망한 것이리라.
그것은 즉 이제는 치열한 삶의 무대에서 내려와 그저 삶을 관조하는 구경꾼으로 자리바꿈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니, 어쩌면 ‘불혹‘이란 일종의 두려움, 삶의 한가운데로 다시 뛰어들 용기가 없는 데에 대한 슬픈 자기 방어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사랑에 익숙지 않은 옹색한 마음이나 사랑에 ‘통달한 게으른 마음들을 마음껏 비웃고 동정하며 열심히 사랑하라. 눈앞에 보이는 보상에 연연하여,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사랑의 거지가 되지 말라.
창밖의 젊은이들을 보며 나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불혹‘의 편안함보다는 여전히 짝사랑의 고뇌를 택하리라고. 내가 매일 대하는 저 아름다운 청춘들을 한껏 질투하며 나의 삶을, 나의 학문을, 나의 학생들을 더욱더 열심히 혼신을 다해 짝사랑하리라.
언젠가 먼 훗날 나의 삶이 사그라질 때 짝사랑에 대해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면 미국 소설가 잭 런던과 같이 말하리라.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제가 되겠다"고. 그 말에는 무덤덤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는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찬란한 섬광 속에서 사랑의 불꽃을 한껏 태우는 삶이 다 나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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