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쓰고 그리는 글과 만화를 블로그에 올려서 지인들과 공유하고는 한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유명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를 나 역시 이용한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서 제공하는 페이지 양식보다 더 다양한 배치와 구성으로 나만의 독립된 페이지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결국 소소한 필요에 의해 컴퓨터 언어 중에서 가장 쉽다는 html부터 코딩공부에 발을 딛기로 결심했다.
결심 이후 이고잉 선생님이 개설하신 ‘생활코딩’ 사이트의 코딩야학 수강신청을 했다. 수강 일을 기다리면서 컴퓨터를 잘 알지 못하는 초심자가 재미있게 입문할 수 있는 책을 찾다가 본 책을 발견하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시기 코딩교육의 중요성은 날이 거듭되면서 커지게 되었고 학교에서도 의무화되기 이르렀다. 학교가 움직이더니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코딩 공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라진 코드를 구하라]는 이런 배경에서 출현한 책이다.
그러나 비록 이 책에서 염두에 둔 주 독자층이 코딩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일지라도, 코딩에 생소한 사람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초, 중, 고등학교를 이미 졸업한 성인들도 새로운 시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코딩을 공부하기 이전, 흥미를 돋우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지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누구에게나 이 책은 코딩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필요에 따라 컴퓨터의 기본 정보, 구성과 프로그램의 작동 원리를 담고 있음으로써 코딩에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도움을 준다.
책 속에 군더더기 없이 필요하고 도움이 되었던 정보들이 많이 있었지만, 책을 덮고 난 지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내용 초반 인공지능 ‘반야’가 자신을 발견한 ‘인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꺼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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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의 어느 유명한 프로그래머가 아이디어에 대한 그의 생각을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디어는 전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들을 조합하면서 변주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합성물입니다. 일상에서 겪어내는 수많은 사건들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관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일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일지도 모른다. 생활 속에 평소 가지고 있던 불편함이나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싶은 욕망은 현재의 고민을 정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은 발달해왔다.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코딩은 프로그램을 일하게끔 만드는 프로그램의 작동 언어이다. 나 역시 코딩을 접하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보면 최초에 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그 다음 삶에서 파생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해결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원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프로그램 언어, 즉 코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결국 코딩을 학습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전 개발자로서 갖추어야 할 것은 호기심과 실천 그리고 자유로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는 입과 성대가 없는 대신 몸속에 있는 떨림판을 진동해 소리를 내요. 그런데 제가 내는 소리는 지금까지 아빠밖에 들을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은 제 주파수를 잘 느끼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내는 소리는 워낙 주파수가 낮아서, 호기심이 많고 귀를 쫑긋거릴 수 있어서 어떤 소리도 허투루 흘려듣지 않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대요. 당신을 보니 아빠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당신도 우리 아빠처럼 귀를 쫑긋거리네요."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