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기상 <E.I.M.O>라는 카페를 종종 들른다. 태풍,지진에 대한 정보도 얻게 되고, 기상학에 대한 고수들의 의견들을 보면서 깊은 공부가 되는 곳인데, 그곳에서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라는 책을 출간 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응모했다가 덜컥 당첨되어버렸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책은 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정말 많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이 끌렸던 2가지 이유는, 첫번째는 노르웨이 지질학자이자 대중과학서 저자가 쓴 책이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기후 위기의 지구는 사실 빙하시대"라는 카피였다.
첫번째 이유와 관련해서,
북유럽 저자가 쓴 기후관련 책은 처음인데, 책 곳곳에 북유럽의 기후 연구자들이 소개된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아서 다소 놀랐는데, 생각해보니 눈 앞에서 빙하가 무너지는걸 보면서 자라는 환경이었을터라 더더욱 기상,기후에 대한 연구자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 아닐지 싶었다.
두번째 이유가 좀더 흥미로운 지점인데,
생각해보면 지구는 계속 온난기와 빙하기를 되풀이해왔고, 그 과정에서 특정 종의 멸종과 지구환경의 대변화가 생겨왔다. 그리고 지금 지구온난화가 이슈라고 다들 이야기하며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구의 긴 역사로 보면 지금은 빙하기 시대이며 다시 온난기로 접어드는 간빙기 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들 그룹도 많다고 한다.
(이 이론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한다)
사실 이 내용에 책의 전체 내용과 연관되어있다.
책의 원제는 찾아보니 《Ild og is: En kort innføring i klimaets historie》이다.
노르웨이어라 해석해보면, <불과 얼음 : 기후의 역사에 대한 짧은 입문>이라는 뜻이다.
원제가 전체 내용을 정말 잘 요약하고 있다. 지구는 '불'로 대표되는 온난기와, '얼음'으로 대표되는 빙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기후가 어떻게 변화해왔고, 이를 연구해온 학자들의 발자취를 탐색한다.
(이런 의미에서, 제목을 원제 그대로 해도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지구의 기후는 장기간에 걸쳐 크게 온난기와 빙하기의 반복을 거쳐왔다.
온난기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높고, 극지방에 빙하가 없는 시기로, 지구의 대기 중 CO₂ 농도가 높은 시기이다. 약 5,500만 년 전 에오세(Eocene) 초기에는 지구가 현재보다 약 5℃ 더 따뜻했으며, 북극과 남극에도 숲이 있었다.
빙하기에는 극지방에 두꺼운 빙하가 형성되고, 해수면이 낮아지며, 기온이 떨어진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약 2만 년 전에 절정에 달했으며, 당시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약 4℃ 낮았다.
이렇게 기후가 변화하는 원인은 크게 아래 요인들이 있다.
-화산 활동: 대형 화산 폭발은 대기 중 이산화황(SO₂)과 먼지를 방출하여 태양광을 차단하고 지구 기온을 일시적으로 낮춘다.
-태양 활동: 태양의 에너지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지구의 평균 기온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밀란코비치 주기):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와 궤도 변화는 기후 주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다. 공전궤도도 기후에 영향을 주는구나 !)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같은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면 온실효과로 인해 기온이 상승한다.
기후변화는 단지 환경의 변화만이 아니라 너무 당연하게 인류 문명의 여러면에 영향을 주어왔다. 온난기로 접어들면서 문명이 탄생하게 된다.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구는 현재와 유사한 기후 상태인 홀로세(Holocene)로 접어들었다. 이 시기에 기온이 비교적 안정되면서 농업이 가능해졌고,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등지에서 최초의 문명이 탄생했다.
이후 중세로 접어들면서 950년~1250년까지 온난기가 유지되는데, 기온이 상대적으로 따뜻하니 농업 생산성이 높아졌고, 유럽과 북유럽에서 인구가 증가했다. 바이킹들은 그린란드까지 항해하여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1300~1850년 사이에 '소빙하기'가 도래한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유럽에서는 흉년과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했다. 템스 강이 얼어붙고, 알프스 빙하가 확장되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사회적 혼란이 증가했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고, 기온 상승 속도가 과거 자연적 변화보다 수십 배 빠른 상황이 되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일부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는 그간 있어왔던 온난기-빙하기 전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에, 환경에 대해 인간이 인위적으로 뭔가 조정할 필요는 없다" 라고 말하지만,
이 논리에 대해 저자는
과거 기후 변화는 지구의 큰 흐름 속에 매우 느린 속도로 이루어져왔지만,
지금이 기후 변화는 지구의 흐름 속의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적극적인 원인제공에 의한 것이고, 그 속도 또한 급격히 빠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기후변화는 인간 문명의 변화를 수반하는데,
경제적·사회적 위기: 농업 생산량 감소, 물 부족, 기후 난민 증가 등의 문제로 인해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환경우선주의에 대해 반감이 컸고, 그래서 좀더 지구 전체의 그림에서 바라볼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다.
특히, 환경론자들에 대한 반갑으로 "지구 역사상 온난기와 빙하기를 되풀이해왔으니 지금의 온난화도 자연스러운 흐름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한편 있었는데,
그것이 지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급격한 변화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되어서, 부족한 생각을 채울수 있었던 점이 가장 뜻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