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권범철, 피지털계를 공통화하기: 이광석, 『피지털 커먼즈』, 마르크스주의연구, 2022, 19(2):124-44.
서평 중 내용:
이 책에서 피지털과 커먼즈는 각각 자세히 정의되지만 ‘피지털 커먼즈’ 자체에 대한 정의는 없다. “피지털계를 아우르는 커먼즈 플랫폼”(141)으로 풀어 쓴 표현이 있을 뿐이다. 용어 정의를 위해 피지털과 커먼즈 각각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다시 떠올려보자. 피지털은 앞서 살핀 바대로 물질과 비물질의 혼합세계이면서 도 비물질계의 문법이 물질계를 좌우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커먼즈는 공통의 재화 와 주체와 활동으로 이루어진 비/탈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이 정의를 그대로 조합하면 피지털 커먼즈라는 용어는 형용모순처럼 보인다. 피지털 계의 지배적인 문법이 다중의 삶 활동을 자본의 가치회로로 가두는 것인데, 커먼 즈는 자본주의 너머를 지향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전자의 그 문법 은 그리 견고하지 않으며 후자의 활동을 오히려 강화하는 데 기여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형용모순이라기보다 우리를 둘러싼 역설적인 상황을 가리킨다. 우리의 삶 자체를 흡수하는 피지털계에서 우리가 공통하는 활동은 언제나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그러한 모순 속에서도 지배적인 문법을 뒤집을 가능성을 계속해서 찾아나선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길에 함께할 때 이 책의 쓸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