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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영님의 서재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 10,800원 (10%600)
  • 2012-12-05
  • : 30,326

시집을 읽은 게 언제일까?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시집을 읽은 지 오래된 것 같다. 시를 읽는 것이 마치 작가가 낸 어려운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아서 어렵게만 느껴졌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처음 가 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선물해 준 시집이었다. 이번 수수께끼는 풀 수 있을까?

수수께끼의 힌트는 "그리움"인 것 같다. 시의 화자는 미인을, 부모님을, 형제를, 누이를, 친구를, 살던 동네를, 여행지를, 어린시절 등을 그리워한다. 모든 사람은 자라면서 이별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이 시집의 시는 무겁고 어렵지만, 따뜻하고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화자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들어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좋았다',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같은 문장에서 화자의 그리움이 느껴지고 그 그리움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아서 찡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는 보고싶은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작년에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시집에도 '일제 코끼리 밥솥, 흑백 티비를 젓가락으로 꾹꾹 누르던' 등 70-80년대 정서가 드러나는데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세대도 충분히 옛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일상을 얘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어야 좋은 책,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부합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이 시집을 읽게 될 때 얼마나 더 많은 부분에 공감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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