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란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성을 따르는 것도 인간적이지만, "인간적"이란 말은 대부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질, 감정 등을 통해 형성해온 문화, 도덕, 가치관 등을 따르는 것을 의미할 때 쓰인다. 이 책에서는 "인간적"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으며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인간은 누구인가?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속의 주인공 한탸는 더럽고 끈적끈적한 지하실에서 폐지압축공으로 35년간 일해왔다. 한탸는 일을 하면서 종이 더미 속에서 필요한 책들을 추려서 꾸러미를 만들고 그림으로 장식한다. 그러면서 독서를 통해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는다. 한탸는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의 일을 사랑하고 부단히 노력한다. 책 곳곳에서 그가 비유하는 많은 문장들, 책을 다루는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책을 소중히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꿈은 그가 은퇴하는 날 압축기를 사서 그의 집을 가득 채운 책들의 꾸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한탸가 일하는 곳의 압축기보다 10배 이상의 성능을 갖는 최첨단 압축기와 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사회주의 노동자의 등장으로 인해 그는 그의 일터에서 쫓겨나고 그의 꿈도 좌절된다. 그는 충격에 빠지고 배신감을 느낀다.
책에 담긴 인간의 사유, 고뇌, 사랑 등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지키려는 한탸의 모습은 "인간적"이다. 그 인간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그는 굴복하기보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압축기 속으로 들어간다. 마지막까지도 인간적이기 위해 인간적이지 않은 환경에 온 몸으로 저항하는 한탸야 말로 너무나도 인간적이며, 숭고하게 느껴진다. 실제 이 책의 작가가 1960년대 공산주의 체제하의 체코에서 그의 책들이 금서로 분류되어 출판이 금지됨에도 다른 체코의 작가들처럼 다른 나라로 망명하지 않고 체코에서 체코어로 글을 썼다는데 한탸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한번 천천히 곱씹어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