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오래 씻을 것.
8152323 2026/02/2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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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하루치의 낙담
-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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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5-12-17
: 18,075
나는 무엇이든 잘 그만둔다. 여러 이유로 쉽게 중도 포기했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후회도 잘 한다. 그만두지 못하고 오래 붙잡고 있던 것들이 드물게 있었는데, 그건 왜 늘 하던대로 금방 때려치우지 않았는지 자책하며 또 후회한다. 특히 건강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더욱 더 후회에 후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바로 요즘 그렇다.
20년지기 친구를 몇 년만에 만나서 "나는 인간으로 사는 게 너무 안 맞아." 하면서 깔깔대고 돌아왔는데, "근원적으로는 인간세계에서 도망치고 싶었다."는 프롤로그를 읽고 눈물이 났다.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데 삶을 도저히 그만둘 수 없어서 괴로웠고, 삶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안심했다. 두 마음을 오락가락한지 10년이다. 지긋지긋하다.
내가 느끼는 지긋지긋함에도 에너지가 있을까. "사람들은 지긋지긋함의 힘으로 벌떡 일어선다."는 문장을 읽고 기운이 조금 났다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엉엉 울고 말았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자란 저자가 너무 부럽고, 우리 엄마는 나에게 어떤 좋은 것을 주었는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좋은 것을 준 적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펐다. 한참 울고나서 글을 쓰는 이제야 하나 생각난다. 냉장고에 시금치 된장국!
사흘 째 샤워를 안했다. 당장 내게 필요한 건 "자기 존엄의 의식으로서의 목욕"이라는 깨달음.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틀고 슬픈 몸뚱이를 까딱까딱 흔들어본다. "어떤 삶의 역경 속에서도 목욕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은 못하겠지만, 오늘 하루치의 샤워는 해야겠다. 꼼꼼히 오래 씻을 것.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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