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곰이 우선인 '정유건'과 이런저런 아픔을 안고 구례로 내려온 '황설'은 지리산에서 처음 마주친다.
마주쳤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황설에게는 강력한 기억으로 남았는데, 두 번째 만남도 썩 좋지 않다.
혐관으로 만나 로맨스로 맺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여행하는 기분으로 달달하게 읽었다.
40평생 구례를 가본 적도 없지만 배경을 읽으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푹 빠져들었다. 정유건 선생님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백점이다. 백점.
20년지기 친구? 짝사랑?인 '강태양'보다 잠깐 만난 정유건에게 더 끌리는 건 어쩌면 그의 그런 세심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설을 다 읽으면 뒤쪽에 짤막하게 구례와 관련된 에세이도 나온다. 그 글도 유쾌하니 재미지다.
또 구례 소개와 소설에 나온 노래와 책을 소개하는데 큐알을 찍으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처음엔 몰라서 그냥 읽다가 중간부터 노래를 들으면서 읽으니 더 이입이 되면서 더 깊게 빠져들어 갔다.
비록 아들들이 있는 몸이지만 읽으면서 '나도 연애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종종났다.
다음 '로로프로젝트'도 너무너무 기대된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이야기로 달달하게 쓰여질지. 기다려본다.
- "인간은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에겐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어요."
- "운명은 만드는 거고,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 운명이라고. 근데 그런 자신감으로 마음을 함부로 굴린 꼴이 결국 너덜너덜해진 도서관 책 같은 거지. 아무나 빌려 가서 아무렇게나 굴리는."
- "불편한 것까지 좋아할 수 있어야 진짜 좋아하는 거잖아요."
- "내가 너를 잊은 게 아니라 너라는 존재를 잘게 부숴서 기억 속에 뒤섞어버렸다는 걸."
- 사랑은 여름날 반나절이면 쉬어버리는 미역국처럼, 아무리 정성을 담았던들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 변해버렸다.
- "봄이 시작되는 날은 지나봐야 알 수 있고, 나의 봄과 너의 봄이 다르다니,"
- "미안해요. 직업병이라는 핑계는 아까 써버렸고, 조명에 비친 옆모습이 근사해서 훔쳐보다가 그랬다고 하죠."
- 그런데 살아보니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같은 건 없고, 어쩌다 인생에서 교통사고 같은 연애 사건에 휘말린 남녀만이 있을 뿐이라고.
- "그냥. 평범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요. 돌도 박히고, 옹이도 저렇게나 많고. 그런 세월을 견디는 게 평범이라니."
- "사람이 너무 외로우면 하고 싶은 말이 끝없이 차오르나 봐.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사실 그걸 누군가가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다 알 수도 없지만, 그래도 털어놓지 않으면 못 견디는 거야."
- "나는 용서할 수 없는 건 미워하고, 사랑할 수 없는 건 그냥 싫어해버려요. 그리고 지나가요. 끝까지 괜찮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요. 그러면 꼭 마음을 다치거든요. 자기 마음인데 오래 써야죠."
- "원래 사랑은 자기 마음밖에 알 수 없어서 이기적인 거고 둘밖에 생각 안 해서 배타적인 거예요."
- 언젠가 한 번은 가져봤으면 하는 마음이 눈앞에 있었다.
-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어요. 같은 얘기를 백 가지 다른 말로 하는 거니까."
-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라고, 그래서 균형을 잃으면 안 되는 시소게임이라고 생각했던 설은, 이제 사랑이 우산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산을 썼다고 비를 맞지 않고 젖지 않을 수도 없지만, 서로의 체온으로 버티고 세상에 둘만 남겨진 것 같은 심정으로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그렇게 한때 서로의 우산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 "새로운 마음을 선물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WITH. 텍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