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발레 동작을 찾아보고 주석으로 읽느라 조금 더디게 읽혔지만, 섬세한 배경 묘사와 인물의 감정을 잘 나타내 읽는게 지루하지 않았다. 몰입감이 좋았다.
마치 발레 공연과 연습 장면을 보는 것 같았고, 같은 거리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싸움을 지켜 보며 함께 있었던 것 같았다.
<밤새들의 도시는> 주인공인 나타샤의 교통사고 이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는 과정과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하고 있다.
1막에서는 성장 과정을 나타내고, 2막과 3막에서는 성공의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다.
3막에는 단 몇 줄로 충격과 사고의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몇 줄로 성공한 발레리나를 고통의 시간으로 보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소설의 무지막지한 능력인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허무하게 끝냈다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사라져 버린 아버지.. 뭔가 조금 더 끝맺음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들의 도시>는 여러가지 키워드가 나온다. 발레, 가족, 우정, 사랑, 퀴어, 전쟁 등. 발레라는 큰 틀 안에서 여러가지 주제를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게 나타내 다시 한번 김주혜작가님의 대단함을 느꼈다.
다음에 나올 단편집이 기대가 된다.
- 나는 혼자였을까, 아니면 외로웠을까? 두 상태의 경계는 문턱 없는 문이었고, 나는 그 문을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넘나들었다.
-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그 간극이 대부분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WITH. 다산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