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옷은 마르고
하루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난다.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나다가
꽃을 올려다본다. 무심한 몸에 핀 흰 꽃,
사람들이 꽃을 두고 먼저 간다.
꽃이 피는데, 하루가 저무는 일이 생각보다 쉽다.
네가 잊혀진다는 게 하도 이상하여,
내 기억 속에 네가 희미해진다는 게 이렇게 신기하여,
노을 아래서 꽃가지를 잡고 놀란다.
꽃을 한번 보고 내 손을 한번 들여다본다.
젖은 옷은 마르고 꽃은 피는데
아무 감동 없이 남이 된 강물을 내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