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나코틱님의 서재

젖은 옷은 마르고


하루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난다.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나다가
꽃을 올려다본다. 무심한 몸에 핀 흰 꽃,
사람들이 꽃을 두고 먼저 간다.
꽃이 피는데, 하루가 저무는 일이 생각보다 쉽다.
네가 잊혀진다는 게 하도 이상하여,
내 기억 속에 네가 희미해진다는 게 이렇게 신기하여,
노을 아래서 꽃가지를 잡고 놀란다.
꽃을 한번 보고 내 손을 한번 들여다본다.
젖은 옷은 마르고 꽃은 피는데
아무 감동 없이 남이 된 강물을 내려다본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