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혈하는 남자의 인생 이야기
쩡이 2023/08/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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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삼관 매혈기
- 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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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07-06-28
: 17,981
우리나라는 피를 사고파는게 금지되어 있지만 중국은 피를 사고파는게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나봐요. 이 이야기는 가족을 위해 피를 사고 파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허삼관은 "피에서 나오는 힘"을 강조하며 집안에 돈이 필요하면 저렇게 유쾌하게 피를 뽑았답니다. 그러나 읽는 우리는 애잔하죠. 얼마나 곤궁한 삶이기에 자신의 피를 팔아서 생활해야 할까요. 매혈 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과 삶의 애환이 그려집니다.
허삼관과 허옥란은 부부인데 일락, 이락, 삼락이를 낳죠. 여기서 일락이는 허옥란이 강간 당하여 낳은 아이입니다. 처음에 허삼관은 일락이를 키우긴 하지만 선뜻 마음이 안갔겠죠. 자기아들이 아니긴 해도 아이한테 상처되는 말을 너무 가감없이 직설적으로 내뱉는 듯한 말투였죠. 일락이는 무슨 죄인가요 ㅜ ㅜ 자기네는 국수 먹으러 가고 일락이는 고구마 먹으라고 하고..ㅠ 태어난 것은 본인 의지도 아닌데 천대받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차별했을 때는 정말 서럽고 억울했을 것 같아요. 암튼 이 소설에서 일락이는 애잔함 그 자체예요. 하지만 나중엔 허삼관이 자신의 피를 팔아서라도 일락이를 지켜주었죠. 자기 아들로 인정했으니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과 인생의 이야기는 늘 후대에 교훈을 주고 삶의 지혜를 주는 것 같아요. 전대든 후대든 다 각자의 인생사이지만 결국 보편적인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 가족이야기와 인생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엔 자기 자식이 아닌 것을 알고 차별도 하였지만 결국 자기 피를 팔아서라도 일락이를 지키려고 했던 허삼관의 부정은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도 허삼관처럼 인생을 사는게 낫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까요? 허옥란이 강간당하여 일락이를 낳았는데, 허삼관도 임뚱땡이를 범하거든요. 둘다 강간이고 둘다 범죄죠. 지금 시대에서는. 그런데 그 당시에 허삼관은 니도 한번 그랬고 나도 한번 그랬으니 그걸로 퉁치자 뭐 이런 마인드로 살아갑니다. 소설에서는 그 당시를 묘사하면서 그런 마음을 '평등'이라고까지 하면 너무 작위적인거 아닌가 싶지만, 작가는 그렇게 표현을 하고 있네요. 어쨌든 허삼관은 가정 내 풍파가 일어도 자기 피를 팔거나, 평등(전 '용서와 이해'라고 생각됩니다만!)을 내세우며 그렇게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 책은 가족의 의미와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가족간에도 각박하고 무정한 시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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