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좋아하지만, 늘 비문학을 읽었다. 분명 본투비 문과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왜이렇게 어려운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순수문학이 나와는 영 안맞는다. 참 이상하다. 장르문학은 진짜 후르륵 읽히는데, 순수문학 쪽으로 들어가기만 하면...세상에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장르문학이나 순수문학이나, 그저 이야기인데!
매번 순수문학과 친해져보려고 시집도 읽고, 소설도 꾸준히 읽고 있다. 이 장편소설 『럼과 라즈베리』 역시 그런 일환이다. 특히 이 소설의 중점은 주인공인 호영의 ‘성장소설’이기에, 읽고 이해하기 쉬울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작가의 아방가르드한 문체와, 처음 접하는 소설의 구성, 그리고 소설의 중심축인 ‘소리’에 대한 진행은 날 더 어지럽게 했다.
하지만 이 소설책 『럼과 라즈베리』는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겐 그야말로 ‘탐닉’할게 많은 완벽한 소설이다. 하나하나 뜯어가며, 분석하는 맛이 있어보였다. 그것도 아주 다분히! 심지어 소설 속에 녹아있는 ‘소리’와 철학은 아는 사람에겐 정말 최고의 작품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건 정말 순수문학알못인 내가 봐도 보였다. 그저 나에게 생소하고 어려웠을뿐(한강작가 문학도 어려웠던 1인, 장르문학이 좋아여...).
순수문학알못인 나는 세 번 정도 반복해서 읽고나서야 이 소설이 대사와 구성이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백프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주인공 호영이 불안정했던 어린시절 속에 갇혀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으나, 영화학원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어린시절 친구 채영과 재회하며 치유되가는 모습은 언뜻 언뜻 보였다. 다시말하지만 순수문학 알못이다보니, 영와학원 사람들과의 대화 및 채영과의 대화는... 치유의 과정인가? 갸우뚱...한 부분도 있긴했다.
“네가 이야기하던 주파수 말이야. 그건 결국 감정을 신호화하는 거야. 각기 다른 주파수가 사람 마음을 건드리지. 금방 나는 네 얼굴에서, 눈 깜빡임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거든.” p 025, 채영아빠
“얘야, 네 안에서 번지는 네 소리를 들어야 해.”
“네 눈동자가 떨리는 게 보이거든. 네가 들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주파수 같은 거야.” p 101, 호영 할아버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조용한 곳을 찾는게 아니었다. 내 걸음은 늘, 소리가 가득한 곳으로 나아가곤 했다. 이번에는 재래시장이었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곳, 특히 명절 대목장의 골목은 발 디딜틈 없이 빽빽했다. p 177, 호영
“기억은 이미지일 뿐이야.”
“실체가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없어.”
“바다에서 파도 보듯 생각해 봐. 파도는 계속 겹쳐지고 밀려오잖아. 딱 하나만 떼어낼 수는 없어. 그건 불가능해. 다 연결돼 있으니까. 사람 일도 마찬가지야. 넌,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야.” p 218, 채영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혹시 몰라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이런 책 소개 문구가 있었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공감하게 될 성장소설’ 이라고! 아, 내가 이 책을 어려워한 이유가 있었구나^_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