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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O's Library
  • 세계신화여행
  • 김남수 외
  • 16,200원 (10%900)
  • 2015-03-19
  • : 278

추석 연휴 때 간만에 밤새 드라마 몰아보기를 했다. 어떤 드라마인고 하면,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 지니》. 물론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다. 그저 드라마 세계관을 보고 조금 놀랐다. 익숙한 한국신화가 아닌, 이슬람신화를 차용하다니! 느낌적인 느낌상 아랍 수출(?)을 위함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여타 드라마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주제를 택한 행보에 대해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만, 아무래도 이슬람 신화 자체가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그렇고, 작가 본인에게도 그렇고 꽤 이질적이다보니 신화 자체를 가볍게 차용한 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달까? 신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드라마 완성도도 좀.. 음. 뭐 그래도 김우빈 지니는 옳았다!!!!!!


여튼간에! 오랜만에 이슬람 신화를 배경삼은 드라마를 보고나니, 괜시리 신화 책을 읽고 싶은게 아닌가! 그래서 책장을 좀 훑어보았다. 이왕이면 김우빈 지니를 더 오래 끌어안기 위해(?), 이슬람을 비롯한 중동지역 신화를 좀 봐볼까 하고 책을 골랐다.


​그렇게 책장 속에서 꺼낸 신화책은 『세계신화여행』. 너무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내용이 기억도 잘 안나니 읽기에 딱 좋지 않은가! 다만 여기서 함정. 대체적으로 어느 나라든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 - 영웅 이야기 - 역사 이야기’ 순으로 시작된다. 내가 읽고 싶은건 이블리스 같은!!! 신들의 이야기였는데, 이 책속의 신화는 주로 영웅 신화가 대부분. 물론 일본 건국신인 이자나기, 이자나미 신처럼 신들의 이야기도 있긴한데, 그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라고!!!


​고로 이 책  『세계신화여행』은 세계 각국의 영웅 서사시를 토대로 독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는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이 책 속에서 그나마 이슬람쪽 신화는 투르크계열 <알퍼므쉬> 파트가 있는데, 역시나 영웅 서사시다. 이슬람과 연관있는 페르시아 서사시 <샤나메> 역시 영웅 서시시! 


​아아, 생각해보니 내가 이슬람 신화책을 따로 산 적은 없던것 같기는 하다. 한국, 중국, 일본, 게세르, 북유럽, 그리스/로마 신화책 다 있는데 이슬람이 없다니!!! 이렇게 된 거, 간만에 신화책 하나 더 사야겠다. TMI 끝!!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신화여행』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신화는 ‘성스러운 신화’ 와 ‘세속적인 신화’로 나눌 수 있다. 성스러운 신화는 으레 말하는 영웅이야기, 건국신화 등을 말하며, 세속 신화로는 여러 지역에서 구비 전승되는 신화다. 특히 우리나라 건국 신화 중 <단군신화>는 고조선 건국 이전에, 한민족 정통성을 내세우는 신화이기도 하다. 비슷한 예로 고대 페르시아 왕조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한 신화로는 <샤나메>가 있다. 


페르시아 대 서사시<샤나메>. 페르시아가 어디인가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페르시아는 현재 ‘이란’이다. 즉 <샤나메>는 10세기 페르시아 후손인 이란왕조가 후원하여 완성된, 이란인들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한 신화다. 여기서 반전, <샤나메>가 집필될 당시에는 이미 이란은 아랍(튀르크) 민족에게 정복을 당한 후이며, 이란 내에 아랍문화가 성행한 뒤였다.


아랍 정복 후 이란에서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었고, 아랍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심지어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고 아랍 종교인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정치에 입문조차 어려웠다. 이렇게 페르시아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페르시아 대서사시 <샤나메>가 만들어졌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페르시아가 아랍을 정복하고, 나라를 건설하는 것. 당연히 페르시아는 주인공, 아랍인은 악당이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페르시아계 사만 왕조가 멸망한 뒤, 튀르크계 사즈니 왕조의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하에 집필된 페르시아 대서사시 #샤나메 내용 중에 뱀의 왕 자하크를 물리친 잠쉬둔(페리둔) 이야기가 있는데, 약 백 년 뒤에 이를 각색한 신화가 나왔다. 바로 #쿠쉬나메 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샤나메>는 몰라도 <쿠쉬나메>를 들어본 사람은 있을 것이다. 혹은 경북 경주시민들은 분명히!! <쿠쉬나메>를 들어봤을 것이다. 경주에 사는데 <쿠쉬나메>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 그렇다면 #바실라 라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쿠시나메의 ‘쿠쉬’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나메’는 이야기라는 뜻이죠. 그래서 쿠쉬나메는 ‘쿠쉬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샤’는 이란 어로 왕입니다. 그래서 샤나메는 왕의 이야기라는 뜻이죠. 쿠쉬나메에서는 신라를 ‘바실라’라고 표기하는데, ‘바’는 고대 페르시아 어로 ‘좋은’ 이라는 뜻이에요. 즉, 좋은 신라라는 의미지요. 신라 관련 부분은 샤나메에는 없는데, 쿠쉬나메에서 신라관련 부분이 더해진거에요. p 171


내가 왜 콕 집어서 ‘경주’를 이야기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쿠쉬나메> 에 ‘신라’가 나온다. 신라가 어떤 나라인가. 경주를 수도로 한, 우리나라 고대국가 중 하나가 아닌가. <쿠쉬나메> 줄거리는 이렇다.



651년 이슬람 제국의 침략으로 사산조 페르시아가 멸망하면서, 페르시아 왕세자 아비틴은 이슬람을 피해 당나라로 망명했다. 당나라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또 한번 망명을 감행하여 도착한 곳이 바로 신라. 신라왕 타이후르*는 아비틴을 환영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당나라 군대가 신라를 침공하자 신라와 페르시아 연합군이 당나라 군대를 막아낸다. (이하 생략) 아비틴은 신라 공주 프라랑과 결혼한다. 어느날! 아비틴 꿈에 신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페르시아로 돌아가서 아랍 폭군 자하크를 물리치라는 계시를 한다. 그렇게 아비틴은 결혼한 신라공주 프라랑과 함께 페르시아(이란)로 돌아간다. 페르시아에 도착한 신라 공주 프라랑이 아들 페리둔을 낳는다. 아비틴은 폭군 자하크에게 잡혀 처형을 당한다. 장성한 페리둔은 아버지 원수를 갚고, 페르시아(이란)의 영웅이 된다. 페레둔은 이 소식을 외조부인 신라왕 타이후르에게 알렸지만, 이미 타이후르는 사망하였고, 왕이 된 타이후르의 아들인 가람이 이 소식을 받게된다. 이후 이란의 페리둔과 신라의 가람은 대를 이어가며 우호관계를 유지한다. *타이후르: 무열왕or문무왕으로 추정. 사산조 페르시아 멸망 당시 신라는 무열왕~문무왕 시대. 



그나저나 <쿠쉬나메>가 참 아이러니한게, 분명 책 제목으로 봤을 때 주인공인 ‘쿠쉬’가 영웅일 것 같은데 사실상 쿠쉬는 악역이다. 아랍왕 자하크의 동생인 쿠쉬가 중국왕이 되고, 그 중국왕 쿠쉬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 이름도 쿠쉬. 결론적으로 쿠쉬는 악역이고, 아비틴 아들 페리둔이 아랍왕 자하크를 물리치고 페르시아 재건! 근데 왜 제목은 쿠쉬나메일까.............참 의문이다.


뭐 제목이야 그렇다치고. 세간에는 쿠쉬나메에 나오는 ‘바실라’가 진짜 신라가 맞는지 의혹이 일기도 했다. 왜일까? 쿠쉬나메는 신라를 섬나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어라? 신라는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심지어 양옆으로 국경은 백제와 고구려가 있는데? 바실라가 정말 신라 맞아? 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나라인데, 섬나라라니!  의혹을 제기할만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그래서 아랍 중세문헌을 찾아보니, 신라는 아랍의 중세 시대에 이미 알려져 있었어요. 서양인들이 한국을 알게 된 것은 구한말 쯤 근대화가 일어나기 직전이에요. 아랍에 한국이란 존재가 알려진 것이 서양보다 굉장히 앞섰습니다.  AD 851년이란 말이죠. 이런 사실은 아랍의 학자들이 지리서를 발간한 데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거기에보면 851년 신라를 섬으로 표현하죠. p 176


그 외에도 알 마스오디의 <황금초원과 보석광>, 알 바루니의 <마스오디 법칙서>, 알 까즈위니의 <피조물의 기적과 존재물의 기이> 등등에서 신라를 “중국이라는 나라 변방 끝에 있는 섬나라”로 표기했죠. 아래의 지도는 알 이디리시라는 아랍인이 쓴 <천축횡단 갈망자의 산책>이라는 책에 삽입되어 있는 지도예요. 이 지도의 왼쪽에 원으로 표기되어 있는 곳이 신라에요. 섬나라로 표기되어 있죠? 지도를 뒤집어서 보면 큰 대륙이 중국이고, 그 밑에 섬나라로 그려진 것이 신라입니다. 그래서 바실라가 일본이 아니라 신라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p 177



쿠쉬나메에서 신라를 묘사한 내용을 보면, 신라인들은 가옥을 비단과 금실로 수높은 천으로 당장하며, 식사 때는 금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한다고 적혀 있어요. 비단이라든지 금이 많다는 내용이 투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리학자 알 이디리시의 책에서도 금이 굉장히 흔한 나라로 묘사되어 있어요. p 179



여기서 잊지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쿠쉬나메> 집필 목적은 <샤나메>가 이슬람 정복 시기에 페르시아(이란)인의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해 쓰여졌다는 이유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페르시아 문화가 사라지고, 아랍문화권이 성행한 이란의 실제 역사와 다를수밖에 없다. 이해가 어렵다면, 우리나라 고전문학인 <박씨전>을 생각하면 된다. 박씨전 역시 병자호란을 이겨내고자 한 대체역사물이지 않은가.


뭐, 이유야 어찌되었든 현재 <쿠쉬나메>는 경주시에서 관광 컨텐츠로 아주 알차게 써먹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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