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에세이 『까불지 마, 인생 안 끝났어』는 유명 유튜버가 쓴 에세이다. 그냥 유튜버가 아니다. 자녀 출가시키고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순자엄마다. 물론 난 유튜브라고 해봐야 자격증시험 무료강의정도만 보는 터라, 유명한 유튜버라고 해도 잘 모른다. 근데 순자엄마 채널이 백만 구독자가 넘었다고 하니, 진짜 유명한 유튜버인가보다. 그 유명세 8할은 순자 엄마 65년 인생 내공이 아닐까!
65세 순자엄마. 딱 우리 부모님 세대다. 요즘에 비하면 한없이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가계를 위해 쉼없이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아이를 출가시키기까지. 오롯지 가족만을 위해 달려오며,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았는지 눈에 선하다. 우리 엄마, 아빠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고생끝! 인생 2막이 시작된다. 옛날처럼 아이 키우기위해 앞만 달릴 필요 없이, 뒤를 돌아도 보고, 쉬엄쉬엄 걷기도 하면서 오롯이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는 순자엄마다.
그런 순자엄마가 젊은이와, 본인 처럼 인생의 제 2막을 앞두고 있는 중년들을 위해 용기를 주고자 책을 썼다.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도전인데, 순자엄마는 그렇게 또 도전했다. 책을 읽을 우리들을 위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이 말 싫어하지? 근데 사람이 말이야, 고생도 좀 해보고 그래야 끈기라는게 생겨. 뭘 하나 해야곘다고 마음먹으면 죽어라 파는 연습을 해봐야돼. 회사 몇 달 다니고 힘들다고 그만두고, 몇 년 일하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그만두고 그럼 못써. 난 못배운 사람이니까 내 말이 다 맞다고는 못하겠지만, 인생 선배로서 말하자면 그렇게 옮겨 다니다가는 마음도 흔들리고 중심도 안잡힌다고 생각해. 뭔가 하나는 끝까지 해봐야, 그 힘으로 사회생활도 잘하고 결혼생활도 잘하고, 인생에서 밀려드는 별별 풍파에도 안 휘청거릴 수 있어. p 022
어느 순간부터는 남 부러워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좋은 날이 오더라고. 그래서 내가 젊은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남하고 너무 비교하지 마. 인스타랑 유튜브도 조금만 보고, 친구 연봉 자꾸 물어보지 말고, 지금 사는 집이 몇 평이냐고도 물어보지도 마. 자꾸 그러면 지치는건 결국 자기 자신뿐이야. 친구랑 인생을 바꿔살지도 못하는데 그런 생각 자꾸 해봤자 뭔 소용이냐고. 남 따라가지 말고, 그냥 지금 내가 가야되는 길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면 돼. 천천히 가도 결국 좋은 날은 오니께. p 037
포기해도 된다는 말이 주저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야. 안 될 일에서 될 일로 갈아타란 소리지. 과거는 과거고, 웃으면서 계속 앞으로 넘어가는 게 인생이야. p 059
요즘엔 다들 나보다 많이 배웠잖어. 머리로만 직업에 귀천은 없다, 모든 노동은 똑같이 값지다, 이러면 뭐하냐고. 막상 그런 일 하라 그러면 부끄럽다고 안 해버리는데. 친구들은 서울에 있는 대기업 직원에, 공무원에, 사짜 직업인데, 나만 힘 쓰는 일 하려니까 막 어디 숨고 싶고 그렇지? 인생이 망한 것 같고, 쓸모도 없는 인간이라도 된 것 같고, 그치? 몸 쓰는 일이 부끄러운 게 아니고 할 일 없다고 누워서 부모 돈이나 까먹는 신세가 더 부끄거운 줄 알아야 돼. 세상 천지에 널리고 널린게 일인데, 핑계는. p 063
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은 조언이고, 또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은 잔소리다. 그 차이는 듣는 이의 기분에 따라 나뉜다. 듣는 이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라면 조언이 되고, 반대로 듣는 이가 간섭과 지적으로 느끼면 잔소리다. 순자엄마가 하는 말은 그야말로 조언 그 자체다.
힘들어서 안하고, 조금만 하다가 포기하고, 부모 집에서 얹혀살고…. 요즘 20대에서 자주 보이고, 심지어는 사회문제로 부각된 행동들이다. 국민학교 졸업과 함께 궂은 일 마다않고 쉼없이 달려온 순자엄마는 이런 젊은이들이 안쓰럽다. 뭐라도 하나 뚝심있게 해야, 근성도 생기고 마음의 근육도 붙고 그러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뭐만 하면 포기만 하니. 뭐 엄밀히 따지만 자녀를 그런식으로 키운 부모에게 원죄가 있다지만, 어쩌겠는가. 다 큰 자녀에게 부모가 한 소리 하면 잔소리로 넘어가는 것을.
하지만 자녀들이 즐겨보는 유튜버 순자엄마가 말하면 다르다. 부디 이런 2030들이 순자엄마의 조언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뿐이다.

젊었을 때는 몰라. 내가 다른 사람이랑 경쟁하면서 뒤처지는 느낌이 들면 싫지. 달리기에서 누가 1등 하냐, 2등 하냐 그게 엄청 중요하잖아. 살아보면 등수는 하나도 안 중요해. 돈이 많으면 뭐해. 건강 상하면 돈도 다 필요없고, 자식 농사 망하면 걱정 근심이 한가득이야. 돈이 많든 적든, 대학을 다왔떤 안 나왔든 나한테 행복한 일이 뭔지 알아야 돼. 아침에 일어나서 맛있는 밥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친구들이랑 같이 운동 가고, 하하호호 웃고 떠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인생에 대단한 일이 생겨야 행복이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일상만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도 없어. 그리고 인생 참 길다. 60 넘으면 죽을 날 만 바라보고 살 것 같지? 아즉 한창이야. p 132
촌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다 지금 이순간에만 집중해서 그래. 도시처럼 번잡하게 살다 보면 그런 걸 못느껴. 근데 여기선 그냥 그날그날 해야 할 일 열심히 하다보면 하루가 후딱 가고 몸도 피곤하니까 잠도 잘 오고 그런다니께. 난 이제 테레비 보면서도 ‘저 사람처럼 살아야지’ 싶은 사람도 없더라고. 뭐 가끔 배울점이 있는 사람들은 있지. 그럼 나도 똑같이 따라해보면서 좀 더 발전해야겠다 생각하고, 그게 다야. p 137
살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흐린 날이 있지? 그럴 때는 꼭 밖에 나가. 아무리 날씨가 흐리고 마음이 무거워도, 그냥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서 30분이라도 걷다 와봐. 우울증이 있으면 집에서 마냥 누워만 있고 싶다며? 내가 이 나이까지 살면서 그런 날이 왜 없었겠어. 젊었을 적에는 허구한날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든가 자책하고, 어떤 때는 고된 농사일 좀 그만 헀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 날씨가 우중중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흐리게 두지마. 비가 오면 그 소리를 듣고, 눈이 오면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냥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야. p 142
에세이 전반부가 20대를 위한 조언이라면, 후반부는 도전을 망설이는 중년을 위한 조언이다. 중년이라고 해도 순자엄마에겐 그저 젊은이로밖에 안보이겠지만. 순자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들어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좋은 날이 있으면 우울한 날도 있는 거라고. 60먹은 본인도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살만하지 않느냐고. 순자엄마는 이렇게 자신의 도전과 실패를 담담히 이야기하며, 그럼에도 포기보단 도전하는게 낫다고 말하며 도전을 망설이는 중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