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은 으레 성공담을 읽는다. 하지만 그래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하기 위해선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을 읽어야 한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의 일면을 보면 성공하기 직전까지 수두룩한 실패를 맞보았다. 수두룩한 실패를 겪고, 좌절과 고난을 겪으며 그들은 무언가를 얻고 또 깨우쳤다. 그리하여 결국엔 성공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성공하고자 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면은 보지 못하고, 그저 ‘무엇을’ 해서 성공했는지만을 쫓는다. 그런 행동이야말로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늘 소개하는 인문학책 『좌절을 딛고 일어선 거장들의 실패학 수업』은 말그대로 유명 인사들의 실패담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명인사는 어떠한 분야에서 뚜렷한 획을 그은 사람들을 말한다. 예컨대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했으나 사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건축가가 된 ‘가우디’라던가, 남아공의 흑백갈등을 봉합하고 모든 인종의 존경을 받는 ‘넬슨 만델라’같은 사람들 말이다.
1. 차별의 세상을 울려버린 영혼의 목소리, 빌리 홀리데이
1915년 미국 슬럼가에서 태어난 한 흑인 소녀. 아버지는 유랑악단, 어머니는 창녀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딸을 버리고 떠났다. 외가에 맡겨진 어린 소녀는 돈 벌이에 나서야 했다. 열 살 때 일하러 간 집에서 40대 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경찰은 오히려 소녀를 불량 소녀라며 감호소에 집어넣었다. 흑인이었기 때문에. 감호소에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흑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누구도 어린 흑인 소녀를 지켜주지 않았다.
이후 그녀의 삶은 다른 흑인 여성들과 비슷했다. 백인의 집에서 하녀로 살다가, 대공황 속에서 슬럼가 속 창녀로 살아가는 것. 흑인 소녀 일리노어 페이건은 그런 가혹한 삶을 살았다. 그녀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건 댄서로 취직하고자 찾았던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면서였다. 그녀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애 전율을 느꼈고, 그녀의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그녀는 ‘빌리 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구나가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듣고 열광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대 위에 한정되었다. 그녀가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녀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돈을 목적으로, 흑심이 가득한 사람들 뿐이었다. 빌리는 그런 사람들을 가려낼 수 없었다. 살면서 제대로 사랑받아온 적이 없고, 앞서 말했듯 가혹하고 각박한 현실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 세계 재즈 역사에서 ‘빌리 홀리데이’라는 그 이름을 빛냈지만, 정작 그 속에 그녀 자신은 없었다.
그녀가 살아오며 배운 선택의 범위는 그녀가 보고 듣고 배운 정도를 벗어나지 못했을 뿐이다. 어려서부터 사창가에서 자라며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할 겨를조차 없이 치이며 살아온 흑인 소녀에게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지 않은가? 시대는 변했고, 당신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도 아니고, 시대가 당신의 인종을 차별하며 당신이 무언가를 할 수 없게 가로막고 있지도 않지 않은가? 그럼에도 세상의 불행을 혼자서 짊어진 듯 좌절하고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 빛이 쏟아지는 곳으로 나오길 꺼린다면, 그것은 결국 스스로가 자초한 파멸이고 인생이 고작 그것밖에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p 089
2. 비관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판타지, 미야자키 하야오
태평양전쟁 시기에 태어난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집안은 군용기 부품 생산 공장을 운영했다. 태평양 전쟁당시 카미카게 작전에 이용된 전투기 ‘제로센’ 부품도 미야자기 공장에서 생산했다. 이런 환경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매우 부유하게 자랐다. 군용기를 생산하기에 자연스레 그의 집안에는 일본제국 군인들이 자주 다녀가곤 했다. 이러한 유년시절는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복합적인 삶의 가치관으로 남는다.
집안이 군용기 부품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그는 자연스럽게 비행과 비행기의 날개 및 밀리터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반해 군용기 부품 생산 때문에 수많은 제국주의 군인들을 보고, 제국주의에 대한 환멸을 느꼈으며, 이는 그를 뼛속까지 반전주의자로 살게했다. 서로 모순되는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지금의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그가 설립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 속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토록 부유한 유년시절을 보낸 미야자키 였지만, 성인이 된 후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늘 재정난에 시달렸다. 3억엔의 제작비를 들였던 <칼리오스트로의 성>이 흥행에 참패하고, <리틀네모> 제작 준비를 하던 와중에 회사와 이견차이로 퇴하하였으며, 미야자키의 명작으로 알려진 <바람의계곡 나우시카>는 인력난, 기간압박, 계획된 엔딩 변경 등 여러 문제를 안고 태어난 작품이었다. 이후 미야자키는 <천공의 성 라퓨타>를 기획하며 ‘지브리 스튜디오’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창립했다. 미야자키&지브리 신화의 시작이었다.
그는 생긴 그대로, 소심하고 소극적이며, 작품을 끝낼 때마다 은퇴하겠다고 징징거리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가난이 매일반이었던 전후 일본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만화가를 꿈꾼 소심한 그가, 실패를 거듭하며 밀리고 밀려 돈을 마련할 방편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든 영화가 그를 지금의 대가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되었다. 그림체만 보더라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만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을 거의 혼자서 다 한다고 할 정도로 독특한 작업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것은 그의 성격이 빚어낸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p 189
성공하기 전 미야자키의 삶은 실패로 얼룩졌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아니, 좌절했지만 꾸준히 다시 일어섰다. 실패 속에서도 끊임없이 조그마한 성과를 달성해나가며 경험치를 쌓았다. 실패를 통해 쌓인 경험치는 그의 자산이 되어, 그가 설립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빛을 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미야자키 하야오&지브리 스튜디오의 성공은 수많은 실패가 거름이되어 탄생했다.

저자는 유명인사들의 실패담을 핑계삼아 말한다.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당신은 최소한 배는 곯지 않고, 학교에서 기본교육도 받았으며, 총알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마냥 죽음을 눈 앞에 둔건 아니지 않느냐고. 책 속에 있는 인물들은 하루벌어 하루 먹을 수 있었고, 기본교육은 언감생심이었으며, 죽음을 넘나드는 전쟁터에서도 살아왔다고. 이들처럼 생존의 기로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벌써부터 좌절하고 모든 의지를 내려느냐고. 너는 충분히 할수 있는데 왜 벌써 포기하느냐고.
지금 당장 현실의 벽에 부딪혀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그 모든 것이 인생의 자양분이 될지니. 모두가 조금 덜 아파하고, 딛고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