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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O's Library
  • 그거 사전
  • 홍성윤
  • 16,200원 (10%900)
  • 2024-10-04
  • : 18,081

오랜만에 제목부터 아주 획기적이고 기똥찬 인문학책 한 권을 읽었다. 진짜 뭐랄까, 몰라도 삶에 지장은 없지만 알면 어쩌다 한번 쯤 “난 이런 것도 알고 있어! 알려줄까?” 하고 으스댈 수있는 류의 인문학책이랄까? 진짜 말그대로 ‘알쓸신잡’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인문학책이다. 제목부터 정말 기똥찬 이 책 제목은 『그거 사전』.



“너 그거 알아?”



할 때 바로 ‘그거’다. 진짜 ‘그거’!!!! 뭔지는 알겠는데, 이름이 딱 떠오르지 않는, 내 삶에서 무수히 마주친 그것들. 저자는 그것들을 한데모아 책으로 엮었다. 



나도 꽤 잡학지식이 많은 편이라, 사람들이 말하는 ‘그거’ 이름을 꽤 아는 편이다. 예컨데 피자세이버 같은거. 근데 와 ㅋㅋㅋ 이 책을 읽고보니 최소 반 이상의 그것들 이름을 모르고 있었네..? 심지어 그것들 이름도 이름인데, 비하인드 스토리 왜이렇게 재미있는지! 



특히 소주 병뚜껑 꼬투리 그거! 아래에 내용에 자세히 적긴 했지만, 와. 소주 병뚜껑 제조업이 국세청 지정 독과점 사업이라는거에 일차 충격. 전직 국세청 간부들이 현직 병뚜껑 업체 간부로 자리를 옮겨간다는 사실에 이차 충격. 그놈의 채용비리는 정말. 없는 곳이 없구나? 




1. 과일이 손상되지 않도록 감싸는 그거 

팬캡, 과일망이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완충 포장재의 일종으로, 외부 충격으로부터 과일을 보호한다. 과일 일부 혹은 전체를 보호하는 그물 모양 포장재는 과일망(그물망)이라고 하고, 과일 밑부분을 감싸는 형태의 꽃받침 모양 포장재는 팬캡이라고 부른다. 팬캡이나 과일망 외에 종이 혹은 플라스틱 판에 과일이 흔들리지 않도록 여려 개의 반구 모양으로 틀을 잡은 ‘그거’는 난좌다. 바닥 완충재, 트레이라고도 한다.p 027


과일 포장재는 재활용 난도를 확 끌어올리는 ‘킬러 문항’ 쓰레기다. 팬캡과 과일망은 촉감부터 물성까지 스티로폼 같지만 실은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다른 재질이다. 환경부 자원순한정책과와 한국폐기물협회에서는 재활용 가치가 낮고 수거가 어려운 팬캡과 과일망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것을 권장한다. p 027



죄송합니다. 지금껏 과일 포장재 스티로폼 재활용에 버렸습니다. 반성합니다. 근데 진짜 몰랐습니다. 하...아니! 이런건 과일 포장상자에 재활용 여부 로고 박아주면 안되나? 다른 제품포장지들은 죄다 재활용 여부 로고를 박아주면서, 이런것들은 왜 안해줄까.




2.열지 않고 마실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컵 뚜껑 그거

커피 리드다. 커피 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 컵에 음료를 받으면 플라스틱 뚜껑이 함께 딸려온다. 점원이 깜빡했다면 “컵뚜껑 주세요”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정확한 명칭은 커피 리드다. 트래블러 리드, 드링킹 리드, 돔 리드라고도 부른다. 리드가 ‘뚜껑’을 뜻하는 단어이므로 컵 뚜껑이라고 지칭해도 문제는 없다. p 101


커피 리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음료가 나오는 구멍 반대편에 작은 구멍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공기 유입구다. 이 작은 구멍이 없으면 음료가 차지하던 공간을 대체할 공기가 제대로 유입되지 않아 액체의 흐름이 방해받는다. 그 과정에서 뜨거운 음료가 갑자기 쏟아지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공기 유입구는 음료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배출해 커피 리드가 고온에 오래 노출돼 변형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p 102


테이크아웃 컵 뚜껑 이름은 커피 리드! 근데 이건 좀 봐줘야 한다. 리드가 뚜껑이잖아? 커피 리드라고 부르나, 컵 뚜껑이라고 부르나 도긴개긴아닌가 하는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커피 리드 구멍막는 그거, ‘스플래시 스틱’ 은 오우 완전 처음 듣는 이름이라 신기방기 그자체!



3. 소주 병뚜껑에 꼬리처럼 달린 그거

스커트다. 국내 제조현장에서는 간단히 링이라고 부른다. 공식 명칭이 낯설다 보니 주류 업체 홈페이지나 SNS계정에서는 ‘병뚜껑 꼬리’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스크루 형태의 뚜껑을 비틀어 열면 밑부분만 뜯어지는데 이 스커트 상태에 따라 개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개봉 확인 밴드라고도 한다. 소주병 뚜껑처럼 알루미늄을 재료로 하는 병바개는 ROPP 캡이라고 한다. 스크루 캡이라고도 부르는 ROPP 캡은 녹이 슬지 않고, 별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 개봉할 수 있다보니 널리 활용된다. 페트병 뚜껑으로는 위조 방지 스커트가 달린 플라스틱 PP캡이 주로 쓰인다. p 108


국세청 입장에서는 술 병뚜껑은 실제로 중요한 영수증이다. 소주와 맥주 뚜껑에 인쇄된 ‘납세필’이라는 글자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병뚜껑을 통한 납세 증명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4년부터는 1만 킬로리터 이상 출고하는 막걸리(탁주)에도 증지 부착을 의무화했다. 덕분에 소자와 맥주 병뚜껑의 세법상 이름은 ‘납세병마개’가 되었다. 납세병마개는 ‘40년간 밀봉된’ 권력이기도 한다. 주류세 납부의 영수증인 만큼 국세청이 병마개 제조 업체를 별도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p 109



와, 진짜 이 책 『그거 사전』 읽으면서 제일 큰 충격을 받은 구간이다. 소주 병뚜껑 자체가 납세 영수증이라는 사실도 신기한데, 이 납세 병뚜껑 제조업을 국세청에서 지정 관리하고 있다니. 심지어 40년이 넘도록 계속!!!! 국세청 관할하에 있는 대놓고!!! 독과점!!! 심지어 병뚜껑 제조업체 요직에 전직 국세청 고위관직자들을 두루두루 앉혀놓았다고. 하 정말 이렇게 짜고치는 고스톱, 민망하지도 않나? 국민들이 모르니까 문제없다고 생각하는건가. 하 정말!!!!!!!!!!!!! 



여기서 주목! 소주, 맥주 금속 병마개 제조업체는 지금까지 단 두 곳^^! 40년 넘은 시간동안 돈을 얼마나 쓸어담았을까...



4. 두루마리 화장지 다 쓰면 나오는 종이 심 그거

지관이다. 종이로 만든 원통형의 심을 뜻한다. 흔히 휴지심이라고 하지만 제조 현장에서 쓰이는 공식 명칭은 지관이다. 한뼘도 안되는 짧은 심을 왜 ‘관’이라고 부를까. 두루마리 화장지의 제조과정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 대형 화장지 원지를 풀어 무늬를 인쇄하고 오돌토돌한 엠보싱 패턴을 입힌다. 그러고 나면 화장지를 긴 지관에 일정한 길이로 감고 똑같은 길이로 끊어낸다. 김밥을 만드는 과정과 똑 닮았다. 사실 지관이라는 단어는 없다. 땅속에 파묻은 관을 뜻하는 지관, 골무를 뜻하는 지관, 불교에서 천태종을 다르게 부르는 지관은 표준국어 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만 두루마리 화장지의 심을 뜻하는 지관은 없다. 다만 한자 생활권인 한국에서 ‘종이로 만든 관’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오랫동안 쓰이면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p 199


미국의 사업가 조지프 가예티는 1857년 최초의 사용 휴지를 발명했다. 이 휴지는 알로에가 함유된 마닐라삼 재질로, 낱장 500장을 상자에 담은 현재의 갑 티슈와 비슷한 형태였다. 목적은 치질을 예방하는 치료용 제품이었다. 가예티는 발명품이 자랑스러웠는지 한 장 한 장마다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덕분에 가예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엉덩이를 닦아준 영예로운 이름이 됐다. p 200


뉴욕주의 소도시 올버니 태생의 세스 휠러는 휴지가 쉽게 끊어지도록 돕는 절취선을 넣고, 지관을 중심으로 둥글게 말린 형태의 화장지를 발명한 두루마리 휴지의 아버지다. 하지만 당시 대중은 ‘뒤처리’를 창피하게 여겼던지라 지금처럼 생필품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꽤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p 201



화장지. 그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소모품이지만 알고보면 인생에서 절대 없으면 안될, 아주 중요한!!!! 제품이다. 그런 화장지 역사를 이제서야 알게되다니. 허허허. 아 물론 몰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없는 그런 내용이긴하다. 하하하.




5. 전자제품이나 문구의 뜯기 어려운 포장 그거 

블리스터 포장이다. 가열한 플라스틱 시트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여 금형에 밀착시키고 두꺼운 판지나 알루미늄 포일, 플라스틱 시트 등을 부착해 밀봉하는 포장 방법이다. p 241


문제는 이 재료들의 강도가 무척 높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이를 고열로 녹여서 열접착 방식을오 밀봉하면 손아귀 힘만으로 뜯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겨우 뜯어내도 날카로운 단면에 다치기 일쑤다. 가위나 칼을 이용해 뜯다가 다치거나 제품이 손상되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악마의 포장’이라는 세간의 비난이 과하지 않다. 하지만 블리스터 포장은 튼튼하고 저렴하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로 진행돼 생산성도 높다. 금형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 품이 적게 들어 다품종 생산에 적합핟. 다른 포장방식에 비해 부피도 작은 편이라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투명한 플라스틱 안으로 제품이 한 눈에 보여 판촉에 유리하다. 뜯기 어렵다는 단점마저 ‘도난이 어렵다’, ‘재포장으로 인한 내용물의 변경, 위조가 어렵다’는 장점으로 치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을 방지하는 효과도 탁월하다. p 242


블리스터 포장 때문에 태어난 영어표현도 있다. 바로 ‘wraprage(포장 분노)’다. 포장, 그 중에서도 블리스터 포장을 뜯지 못해 분노와 좌절이 극도로 치솟는 상황을 뜻한다. 2003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이 용어는 언어학 교수와 작가 등으로 구성된 미국방언학회에서 2007년 가장 유용한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p 243



그렇구나. 3n년 동안 많은 소비를 하며, 포장지를 뜯을 때마다 피를 봤던 최악의 그 포장, 하지만 흔하디 흔한 그 포장법 이름이 바로 블리스터 포장이구나. 이제서야 이름을 알게되다니 감회가 새롭......기는 개뿔! 



소비자중심경영(CCM)이 요즘 시대 최고의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왜 저 포장법 만큼은 변하지 않는가 했는데! 이 책 덕분에 앞으로도 블리스터 포장은 계속될 거라는 확신만 얻게 되었다. 후, 어쩌겠나. 자동화에 비용절감에, 부피도 작은데다가 심지어 도난, 위조방지가 된다는데! 어떤 공급자가 이렇게 좋은 포장방법을 포기할까. 그냥 내가 저런 포장을 뜯을때 안전장갑 끼고, 가위로 조심스럽게 뜯어내야지^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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