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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O's Library
  • 바나나 산책시키기
  • 벤 알드리지
  • 16,920원 (10%940)
  • 2024-05-30
  • : 865

일년에 손 꼽을 만큼 적게 읽는 책이 있다. 근데 매 년 꼭 한 권씩은 읽는다. 바로 철학책이다(근데 리뷰는 잘 안올림^_T ). 


​오늘 읽은 철학책은 『바나나 산책시키기』. 제목부터 남다른 이 책 탄생과정은 이렇다. 저자는 오랜기간 신경발작과 불안증세로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다 ‘스토아 철학(스토아주의)’을 만나면서, 일상이 달라진다. 저자는 일상속에서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였고, 그로 인해 저자를 괴롭히던 신경발작과 불안증세는 사라졌다. 


스토아주의는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걸 목표로 한다. 스토아 철학에는 여러 가지 위대한 사상이 담겨있지만 ‘잘 사는 법’을 가르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주어진 삶을 최대한 잘 살아 내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인생의 파고를 헤려 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 이것이 바로 스토아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다. p 035


일반적으로 ‘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어려운 학문’, ‘졸린 학문’ 같은 편견과 함께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런 편견을 바꾸기 위해 저자가 철학 입문서를 썼으니, 그게 바로 이 책 『바나나 산책시키기』다. ‘스토아 철학’에 보다 쉽게 다가가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철학책 입문서인 것이다.


나 역시 철학책이라곤 입문서 몇 권 읽어본게 다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철학책 중에선 이 책이 제일 쉽고 다가가기 쉬웠다(그래서 리뷰도 쓰고!). 학창시절 세계사 및 윤리 공부할 때 미친듯이 외웠던 시험 암기용 ‘스토아 철학’이 아니라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행복’이란 개인의 내면과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불교의 그것과도 비슷해서 그런지, 스토아 철학이 더 쉽게 다가왔다.


​스토아 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아래 4가지 기본 덕목이 필요하다.



​※스토아 학파 4가지 기본 덕목※

1. 지혜: 분별력이라고도 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 또한 살면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이다.

2. 정의: 타인을 친절하고, 공평하게 대하는 능력이다. 나에게 목소리를 높힌다 하더라도,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다.

3. 용기: 집념과 인내, 정신력으로 대표되는 능력이다. 고난과 역경을 마주할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신념을 지킨다. 

4. 절제: 자기 통제력이다. 본인의 감정을 다스릴줄 안다.



어찌보면 스토아 철학을 떠나서,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21세기에 이런 기본 덕목들을 모두 갖춘 사람을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도 기본 덕목 4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도 하고. 그렇기에 더더욱 스토아 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일어난 사건을 마주할 때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을 실제로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 지는 분명 내가 통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단계에 집중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제쳐두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을 때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 p 047


스토아주의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만으로 본질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똑같이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한 사람일지라도 누구는 극악무도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누구는 선하고 자비로운 인간이 되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다. 스토아주의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의 됨됨이, 즉 인격이다. p 050


​사람들은 실제보다 인생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막상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좌절하고 실망하게 된다. 스토아 철학은 이에 대해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인생에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계획은 언제든지 어그러질 수 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p 052


스토아 주의가 알려주는 좌절과 실망을 피하는 법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거나 미리 어떤 결과가 나와야 마땅하다고 단정 짓지 않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되 언제나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떻게 대응할 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감당할 수 있다. p 053



스토아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불편함’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발적 불편함’. 일부러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는거다. 예컨데 침대가 편한 사람이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잔다거나, 숨쉬기 운동이 다인 사람이 고강도의 운동을 한다거나 뭐 그런 것.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문물을 발달시켜, 겨우 편리한 삶을 영유했는데 다시 불편하게 살라고? 잘 생각해보자. 불편하게 살았을 땐, 사람들은 불편함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게 편리해지면서, 사람들은 조금만 불편해도 이를 참아내지 못한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요즘 사람들은 힘든일, 고난이나 역경에 대처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자발적 불편함’ 실천은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실패와 거절, 고난과 역경에 대한 예방접종이다. 



요즘 두돌 아가를 키우고 있어서, 육아 관련 정보를 많이 보는데 유독 뇌에 내리 꽂힌 문장이 있었다. 하정훈 쌤이 한 말인데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나지만, 요점은 이랬다. 아이는 불편하게 키워야 한다고. 근데 정말 맞는 말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게 되면 나중에 커서 불편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이를 이겨낼 힘이 없다. 간혹 신입사원 부모가 회사로 전화해서 “우리 애가 어쩌고저쩌고”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게, 바로 아이를 너무 편하게만 키웠기 때문은 아닐런지.



자발적 불편함은 스토아 철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개념이자 내가 스토아주의에 입문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개념은 단순하다. 일부러 자기 자신을 힘든 상황에 노출시켜 미래의 고난과 역경에 대비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인생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p 087


​나는 스토아 철학자들이 이 개념을 각자의 삶에 적용할 때 발휘한 창의성이 마음에 든다. 정신력을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스토아 철학자들은 온갖 기상천외환 일들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고, 일부러 추위나 더위를 견디며, 물과 음식을 섭취하지 않거나, 고강도의 운동을 하고, 창피함을 무릅쓰고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행위들이 그렇다. p 088


하지만 결코 가학적인 형태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발적 불편함은 우리가 강인해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미래를 준비하고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p 090



‘자아 성찰’도 스토아 철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다. 어찌보면 거창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제일 쉬운 일이 바로 ‘자아 성찰’이다. 아침에 눈떠서, 혹은 저녁에 자기전에. 나는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낼건가, 나는 오늘 하루를 보냈는가, 후회된 일은 없었는가, 이 일에서 내가 얻은 바가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누군가는 명상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글을 쓸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모닝 루틴’, ‘미라클 모닝’. 이 역시 ‘자아 성찰’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아침에 눈 떠서 아침 밥을 먹기 전에, 운동을 가기 전에, 출근 전에 등 무언가를 계획하고 꾸준히 그 일을 하는 것. 이런 모닝 루틴 하나만으로도 하루를 시작함에 있어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기 성찰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정기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리와 개인의 행동을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선하고 덕 있는 인격을 기르는 것은 스토아 철학의 필수 요소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다. p 158


​본질적으로 자기 성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 번째는 지혜, 즉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상과 가치를 탐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사상과 가치에 부합하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p 159


​나는 소크라테스가 남긴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격언이 자기 성찰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스토아학파는 소크라테스를 사랑했기에 자기 성찰은 스토아 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동시에 지혜도 키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독서다. p 161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살아있다는 것이,

숨쉬고, 생각하고, 즐기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특권인지 생각하라.

아우렐리우스


이 외에도 유독 내 눈에 들어왔던 챕터가 있었으니, 바로 격렬해진 감정 다스리는 법이다. 격렬한 감정이라고 하면 분노, 우울, 슬픔 여러 감정을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역시 ‘분노’가 아닐까? 최근 몇년간 사회면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분노’ 조절을 못해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정말 비일비재했으니까.


스토아 철학에서는 격렬한 감정이 일어났을 때, 이를 억누르지 말라고 한다. 어떤 감정이든 억압하게 되면, 반작용으로 인해 더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스토아 철학에서는 이런 해결책을 내놓았다.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그 기미를 빠르게 포착하라는 것이다. 포착했다면, 그 감정에 집중하지 않고 주의를 다른데로 돌리면 된다. 아래 로마황제 옥타비아누스의 사례처럼.


물론 이렇게 주의를 분산하는게 근본적인 대처 방법은 아니다. 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따라서 이렇게 감정 조절이 가능해졌다면, 그 후에 자신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내면의 감정에 집중해야, 격렬한 감정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아 철학자 아테노도루스는 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에게 철학을 가르쳤다. 아테노도루스는 황제에게 분노를 다스리는 비법을 전수했는데, 화가 나면 일단 알파벳을 거꾸로 외운 다음에 반응하라고 했다. 그야말로 사건과 반응 사이에 쉼표를 찍는 완벽한 예라고 할 수 있다. p 228


어려울거라 생각했던 철학은, 생각보다 쉬웠다. 아니 오히려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일부는 이미 내 삶에 녹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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