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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O's Library
  • 미아 힐링하우스
  • 박미아
  • 17,100원 (10%950)
  • 2024-08-10
  • : 285

약간 색다른 에세이를 읽었다. 언뜻 보면 일상 에세이? 포토 에세이? 근데 여기에 하나가 더 들어간다. 바로 ‘고양이’. “나만 없어 고양이!!!”에 바로 그 ‘고양이’다. 무엇보다 나는 고양이가 없기에, 어쩜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아, 나도 고양이...T_T” 하며 읽게 된 에세이였다.




에세이 『미아 힐링하우스』는 저자 박미아가 전원주택 생활하며 만난 고양이들과 인연을 기록한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와 고양이들과 인연은 8년이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 





우리 집에 왜 왔니

2015년, 단순히 ‘내 땅’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사하고 보니 내 땅인 줄로만 알았던 주택 마당에 고양이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마당에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고, 서로 서열 싸움도 했다. 고양이들을 마당에서 쫓아내려 많은 시도도 해보았지만, 떠날 마음도 없고 갈 곳도 없는 고양이들을 쫓아내는 건 나에게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2016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에 엄마 고양이 하나가 어디선가 새끼를 낳아 내 마당으로 하나둘씩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나와 고양이들과의 영역 싸움은 ‘공생’의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기 고양이들의 이름을 짓고, 밥과 물을 챙겨 주는 집사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캣 맘”이라 불렀다. p017



전원주택에 고양이와 공존하는 생활. 고양이에 한참 빠져있던 그 때, 내가 엄청 원했던 삶이다. 물론 한참 뒤, 전혀 다른 식집사생활을 하게 되며(?) 전원주택 생활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그저 대리만족하기로 결정했지만. 근데 이제 마냥 대리만족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게, 우리 뿡뿡이 초등학교 입학 전 쯤에 전원주택 월세살기를 생각하고 있기에! 어쩌면 대리만족하던 이 삶을 내가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 ..은 TMI 여기까지!



이 책에는 저자가 8년간 만난 수많은 고양이들의 족보를 시작으로, 모든 고양이들과 인연이 하나하나 남겨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저자가 직접 고양이를 입양한게 아닌, 고양이들이 저자를 간택했다는 것!! 스스로 저자가 사는 전원주택 마당으로 하나 둘 들어오다가, 아예 터를 잡아버린 것이다.




밤톨이와 점점 더 친해지던 어느 날, 밤톨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임신한 밤톨이에게 약속했다.
“걱정하지마, 너의 아기 고양이들은 내가 돌봐 줄게.”
그 약속으로 나는 ‘캣 맘’이 되었고, 밤톨이의 세 번의 출산으로 태어난 모든 새끼들을 돌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양이에 관해 조금은 무지했기에 할 수 있던 약속이었다. p 033




고양이들에게 마당을 내어주며 공존을 선택한 저자는 그렇게 캣 맘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캣 맘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일부 몰상식한 캣 맘들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도 많았다. 고양이를 위한 마음을 직접 행동으로 보이는 건 좋은데, 꼭!! 부적절한 행동까지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사례는 굳이 언급 안하는 걸로). 


근데 저자는 그야말로 존경받을만한 그런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무늬만 캣맘이 아닌, ‘자기 소유’의 공간을 고양이에게 내어준 사람. 뿐만 아니라 고양이가 본인의 공간에서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기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 사람. 저저야말로 진정한 캣 맘이었다.



종종 고양이들이 공동육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고양이들끼리 서로의 새끼를 함께 돌보는 것이다. 고양이들의 세상을 관찰하다 보면 우리가 배울 모습들이 많다. p 071

고양이들도 가장 좋아했던 친구가 갑자기 떠나면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는 것 같다. 카페는 자신을 키워 주고 같이 자던 레오 형을 무척 좋아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어떤 짐작을 하는지 모르겠다. 먼저 별이 된 레오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p 121

고양이들도 가끔 우울해하는 시기가 있다. 라떼도 그런 시기들이 있다. 온전하게 혼자 사랑받고 싶은 라떼는 많은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잘 알기 전에는 고양이가 독립적이고, 사랑을 많이 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고양이들은 누구보다 사랑받고 싶어 한다. p 132


저자가 기록한 마당냥이들의 면면을 보자면 그야말로 애교넘치는 냥이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냥이는 절대 곁을 안주는 냥이도 있었다. 정말 하나같이 다른 성격을 가진 냥이들이라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놀랍고 신기했다. 그럴수록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에게 마당을 내어준 저자가 존경을 넘어서, 신기할 지경이었다. 나같은 속세에 찌든 사람은 차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런 모습. 고양이를 얼만큼 좋아하면, 이렇게 자기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을까?




캣 맘이란 …
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
냥이들을 “애기야~” 라고 부르는 사람
냥이들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사람
냥이들의 눈빛만 봐도 아픈 줄 아는 사람
손등과 팔에 늘 상처가 있는 사람
무엇보다
고양이들이 진짜 엄마라고 생각하는 사람 p 143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쇼리가 3일 내내 비가 오던 마지막날 나를 찾아왔다. 다리에는 뼈만 남아 있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스스로 알고 찾아온 것일까…. 쇼리는 만지는 것을 허락하는 듯 내 옆에 편안하게 누웠다. 그렇게 마지막이 되어셔야 쇼리를 만져볼 수 있었다. 캣 맘으로 지낸 8년 동안 많은 고양이가 별이 되기 전이면 집으로 찾아와 마지막을 나와 함께해 주었다. 내가 고양이들을 돌보며 그들을 살리는 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는 것이다. p 161


온도에 예민한 고양이들이 폭설과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을 스스로 이겨 내기는 쉽지 않다. 사실 나도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던 8년 전만 해도 동물들이 스스로 다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물과 사료를 공급해 주어도 겨울이 지나면 많은 고양이가 면역력이 떨어져 별이 되었다. 이후 미아 힐링 하우스 집 안에 들어오기 원하는 냥이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p 195


2022년 11월부터 미아 힐링하우스 고양이 식구들은 집 안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다. 긴 겨울밤을 피해 집 안으로 들어온 냥이들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족하지 않은 식사와 따듯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다. 모든 고양이가 집 안에 있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집 밖 마당에서 겨울을 견디는 냥이들도 있는데, 나는 그것을 그들의 선택에 맡긴다. 바깥 고양이들이 따듯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통조림을 벽난로에 데운다. 겨울에는 따듯한 물을 자주 줘야 한다. 나와 반려견 할리, 고양이들은 힘들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밖으로 나갈 봄을 기다린다. p 197

 



 
미아 힐링하우스를 찾아온 고양이들은 저자의 마음을 아는 듯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곁을 주지 않는 길냥이가 스스로 자신을 돌봐달라고, 내 새끼들을 지켜달라고 찾아오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이런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그리고 무늬만 ‘캣맘’을 따라하는 그들까지. 고양이를 진정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에세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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