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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her 님의 서재
  • 나를 보는 너에게
  • 이우연
  • 15,120원 (10%840)
  • 2025-07-10
  • : 54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39p

허공을 떠도는 작은 먼지 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가운데,
해사하게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상 위에 남아 있는 의미 모를 균열을 쓸어 보다 문득 깨달았다.
이제 은하라는 균열 없이는 이 모든 것을 견딜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는 걸. 너 없이 나는 남들처럼
존재할 수조차 없었다.
마치 진짜 유령은 네가 아니라 나인 것처럼.

-

외로움에 익숙하다 못해 현실 속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떠안고 있는 아이, 소리.
교실에서 소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
일지도 모른다. 그런 소리 앞에 나타난 전학생 은하.

"소리야,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사실
내가 찾고 있는 게 있거든." (18p.)

"그냥, 너와 함께 있으면 어떻게든 그걸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러니까 당분간
네 곁에 있게 해 줘. 그걸로 충분해." (19p.)

숨결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와 곧고 투명한 은하의 시선은
외로움으로부터 소리를 구해낸 신성한 빛과도 같았다.
깊고 진한 보랏빛 어두운 심연에서 나온 소리는
이제 은하의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홀린 듯 은하를 따라 올라간 옥상 위,
바닷물이 일렁이는 듯한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난간에 앉아 있다. 사람이라고 보기엔 뭔가 달라보이는 홍채가
어쩌면 귀신인지 괴물인지 모를 일이었다.
나갈 방법, 나와 같은 존재를 기다린다는 여자의 말.
은하는 이 여자와 무슨 관계인 걸까?
왜 이 여자를 도우려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가상 현실 게임에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해오며 퀘스트를 달성하고
레벨을 올려 자신만의 VR 공간을 유지해 온 소리.
접속이 깨지는 버그 상태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세계라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꿈에서 만난 은하는 소리가 아는 은하가 아닌 모습에
혼란스럽다가도 다시 혼자가 될 끔찍한 상상은
은하를 향한 집요한 집착이 되어가고 있었다.

은하를 만나고부터 소리의 눈에 거슬리는 형체와
귀에 거슬리는 잡음들이 언제부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느낀다.
은하의 신비하지만 차가운 눈빛은
소리를 점점 더 가두는 결계를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감각하게 한다.

과연 은하가 찾으려던 것은 무엇일까?
소리의 곁에서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불안을 전제로 깔고 가는 독특한 무게감이
초반엔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현실과 악몽을 반복하며 경계를 드러낼 때 만나는 느낌표!!!
'작가의 말'을 읽고나서야 이해되는 마침표로 끝맺음 하는 소설.
<나를 보는 너에게>라는 제목이 비로소
소름과 슬픔이 서려있음에 여운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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