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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her 님의 서재
  • 나의 어린 어둠
  • 조승리
  • 15,120원 (10%840)
  • 2025-06-11
  • : 2,048
📍.59p

내가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

<나의 어린 어둠>이란 책 제목을 곱씹으며
한 권의 소설을 대신하기에 걸맞는 제목이라
더 아프고 눈물겨운 여정이다.

야맹증이 나빠진걸로만 생각하고 안과를 찾았던 게 시작이었다.
해가 지기 전,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야 했다.
어둠 속에선 잘 보이지 않으니 지금은
그것이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대책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도시에 있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권하며
재활훈련이니 하는 것들...
시력이 남아있을 때 재활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란 현실적인 대안과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망설임 사이에서 부유하는 난,
너를 기다리는 일로 대신 채워갔다.
눈이 멀어 가는 내가 너를 좋아해도 되는 걸까?..ㅠㅠ

엄마 혼자서는 역부족인 농사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서 나르고
축사에 소들 밥통을 채우고 비우는 일, 비가 오면 더했다.
밑창이 닳고 닳아 비오는 날이면 운동화 속 사정은 말할 것도 없이
축축하다 못해 무거웠다.
우산이 없어 비가 그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여전히 쏟아져내릴 때, 데리러 오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며
우산을 미리 챙기지 않은 나자신에게 화가 났다가
내심 호박 부침개라도 해뒀다면 엄마를 용서할 참이었다.
그런 나의 기대감은 곤두박질치고...

아비라는 인간은 딸 아이의 이런 사정을 알고도
자신의 간짜장 그릇에는 양념을 듬뿍,
엄마와 남동생 그릇에도 한 주걱씩 올리더니
내 그릇엔 겨우 조금 남은 국물을 부어내는 꼴이라니...
짜장면이 원래의 옷을 입지 못하고 하얗게 그대로인 채로
놓여있는 걸 보니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시력을 잃어간다지만 이건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아비 노릇도 못하는 인간이
여기 또 있네...ㅜㅜ)

길고 긴 어둠을 난 무엇으로, 어떻게 통과해 갈 수 있을까?
어린 내게 찾아온 암전이라는 현실은
오래도록 '도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점자 단말기로 소설을 쓰는 일,
누군가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쓰기라면
계속 이어가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일.
오늘의 승리는 그렇게 과거에서 하나의 터널을 지나
자신만의 빛으로 이 세계를 통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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