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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her 님의 서재
  • 그해 봄의 불확실성
  • 시그리드 누네즈
  • 15,120원 (10%840)
  • 2025-01-20
  • : 6,97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시간이 지나가는 건 삶이 지나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도 한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고 붙잡거나 멈출 수 없다.
그게 어른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피할 수 없는 힘이다.
내 삶도 다른 모든 사람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지나간다.
나는 그걸 이해했다.

-

시그리드 누네즈의 작품은 처음인데 반기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분명 그만의 매력을 기대하게 만든다.

'불확실한 봄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분명 소설인데 읽을수록 산문의 세계를 넘나드는
느낌이 내겐 좋았다. 이것이 첫번째 매력 포인트!

화자는 중년 여성의 작가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새 한마리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이뤄지기라도 한 것일까?
아이리스 부부가 키우는 반려동물인 금강 앵무새를
그들의 집에서 거주하며 돌봐주기로 한 일을 맡는다.
여행을 떠났던 길에 코로나가 시작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막힌 탓에
아이리스 부부는 급하게 앵무새 유레카를 돌봐줄
이를 구했던 것.
앵무새를 위해 새장이 아닌 작은 방 하나를
마치 열대 우림처럼 꾸며진 벽화와 거대한 돔 지붕 장식을
갖춘 완벽한 공간!
뉴욕 거리마저 조용히 잠재운 코로나 봉쇄 조치는
우리 모두에게 불확실한 일상이 되었던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일처럼 느껴졌었다.
텅 빈 아파트에서 유레카를 돌보던 소설가 화자는
앵무새를 돌보는 일이 어느 새 자신을 위로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돌보는 일이 곧 나를 돌보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그렇게 불확실한 일상이 이어지던 중,
현관문 비밀번호가 눌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등장한 한 대학생.
자신이 먼저 유레카를 돌보던 사람이라 주장하며
그 아파트에 거주할 이유를 거론하며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이 책이 매력적인 두 번째 이유는
반가운 작가들 이름과 옛노래 가사들이 인용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노
조 브레이너드 등
이들처럼 소설가의 세계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분명 기여하는 바가 있어 문학으로 만나는 것일테다.

사실 이 소설을 처음 읽으며 몇몇 페이지에서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는데 작가 특유의 건조한 문체가 있다는
친절한 가이드 덕분에 독특한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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