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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방
  •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 19,800원 (10%↓1,100)
  • 2024-05-21
  • : 11,059

 막연한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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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운전자 신호등에 붉은 불이 켜지면 더 이상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든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했을 때 그 폭력의 형태와 상관없이 가해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든가,

대한민국에서는 열여덟 번째 생일과 함께 찾아오는 투표권,

국가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무는 모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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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들.

그 믿음이 과연 믿어도 되는가 하는 물음표로 뒤틀린 2024년 12월 3일 며칠 후, 나는 이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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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하고 탐욕스럽게 허점을 이용, 불공평한 법 집행, 선택적 집행, 법률 전쟁 등 법을 무기로 삼아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현상을 읽어나가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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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이 구속되었다가 다시 석방되고, 그가 탄핵된 후 한국 헌정사상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은 대법관의 선거 개입 게이트가 열렸다

신문을 읽고 분노하고 뉴스를 들으며 마음을 붙드는 사이사이, 내 마음 같은 생각을 이 책에서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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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핵심은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받아들이는 것.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파괴된다는 원칙.

극단주의 세력과의 동맹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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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한 이 생각 앞에 얼마나 큰 오해의 벽이 자리 잡았는가 역시 읽는다.

어쩌면 지금이 아닌 2024년 12월 3일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대한민국에 대해서만은 염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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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이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는지

투덜대고 화내고 불신하려 하지만, 그 어떤 세대, 그 어떤 나라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 깊고 세련되게 발전해 갈 것이라 역시 막연하게 믿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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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의 문장 한 줄을 읽어가는 동안 나라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극단주의를 묵인하거나 은밀하게 지원하는 정치인들이 나타나고, 한 줄을 읽어나가면 법의 틈을 교묘히 이용해 불법과 적법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다시 한 줄을 읽어나가면 계엄 정도는 묻고 가자는 지지자를 목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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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 나라의 헌법은 하나씩 무너졌다. 권력을 놓칠 수 없는 기득권들은 법의 틈을 찾아 들어오고,민주주의의 외관을 쓴 채 소수 권력의 횡포는 활개를 펼쳤다. 그리고 새삼 책 속에서, 현실에서 소수가 너무나 큰 권력을 움켜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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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집요한 서술로

군사 쿠데타에 암묵적 지지를 보낸 태국 엘리트들의 민주주의 포기,

민주적 외관을 유지하며 체계적으로 민주주의를 약화시킨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1960년대까지 시민권법, 투표권법 등 민주적 개혁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미국의 공화당이 2021년에 정확히 같은 법안 복구에 반대했던 일,

전 셰계를 경악하게 만든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경쟁자보다 적은 표로 당선되었던 사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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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다수의 지배'와 '소수 보호'라는 두 기둥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그래도 결국, 다수가 되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지켜나가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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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대목을 읽는 동안 대한민국 곳곳에 모인 시민들은

12월 3일, 그 어떤 유혈도 기물 파손도 없이 계엄을 막아낸 용기와

12월 7일 탄핵 기각에 '우린 뒷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단호한 선언,

남태령에서 밤을 함께 새우며 부른 노래의 위로,

새벽 눈에 갇혀서도 웃던 키세스.

이 모든 것들 안에 깃든 우아한 자제와 유머, 품위로 전쟁 같은 불합리와 싸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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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전히, 또

반다수결주의 제도들은 전제적인 극단주의를 뒷받침할 뿐 아니라,

정치적 소수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를 더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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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정치적 소수는 그 힘을 가지고 다른 제도에 대한 그들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한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 -P282

는 사례를 그대로 보여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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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를 보호하는 제도가 특권을 가진 소수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도구로 변질되었고, 이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한 일이 우리 앞을 막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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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민이 할 것이고 시민이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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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대한민국에서,

법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고, 약자도 함께 보호받으며, 권력의 폭력은 용인되지 않으며,

국가가 나를 보호한다는 믿음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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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역사적으로 전무후무 철저한 헌법 시스템 안에서 내란을 진압하고, 단 한방울의 유혈도 없이 내란 우두머리를 몰아낸 사례를 만든 2025년 이후 대한민국은

​

소수는 결코 다수를 지배할 수 없다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오래도록, 내내.

"미국에서 정치적 소수는 민주주의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헌법 덕분에 다수를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때로 다수를 지배할 수도 있다." - P16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소수의 지배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구가 극단주의자나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소수의 손에 들어갈 때 특히 위험하다."- P17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세 가지 기본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1) 승패를 떠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2) 민주주의자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전략을 분명히 거부해야 한다 3) 반민주주의 세력과 확실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 P78
"반다수결주의 제도들은 전제적인 극단주의를 뒷받침할 뿐 아니라, 정치적 소수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이를 더 강화한다. 그럴 때, 정치적 소수는 그 힘을 가지고 다른 제도에 대한 그들의 통제력을 더욱 강화한다. 정치 세계에서는 권력이 권력을 만든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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