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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421c님의 서재
  • 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
  • 조건준
  • 13,500원 (10%750)
  • 2009-07-15
  • : 327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 박근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은 사람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이다. 경쟁, 효율성, 승자독식 등등. 그러나 삶의 경험들은 자본의 논리를 부정하기도 한다. 배려와 나눔 같이 자본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들 …. ‘이념에 세뇌되었기에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세뇌에서 벗어났기'에 다른 가치, 다른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 삶이 회사/공장에 갇히고, 자본에 갇혀 있듯, 운동도 (작업)현장에, 자본에 갇힌 게 아닐까? 이른바 ‘현장권력’을 장악하면 ‘노동해방’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개별 자본/ 소속 회사의 성과에 편승해 일부/실리를 챙기는 운동, 자본에 독립적인 게 아니라 종속적인 운동, 결국 실패하는 운동을 해 온 게 아닌가? 그래서, 자본의 위기가 노동의 기회가 아니라 위기가 되고, 자본의 실패가 곧 노동의 실패가 된 것 아닌가?

누구도 삶을 대신 살아줄 순 없다. 대중 스스로가 자기 삶의 문제를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대중 스스로 주체가 되는 것이고, 그런 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자기해방운동이 아닐까? 당신을 위한 것이니 나의 판단과 결정을 받아들여라. 지배자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진정 대중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운동을 시작해야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질문과 고뇌, 자기반성이 있다. 운동은 파괴하고 죽이는 것, 그래서 결국 스스로도 죽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고 살리는 것, 그래서 스스로도 사는 것이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 부정하고 지양하는 것일 텐데, 과연 어떠한가?

‘함께 살기’가 아니라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자본의 경쟁 논리를 내면화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순간엔가 사람의 논리는 사라지고, 자본의 논리를 흉내 낸 조직의 논리, 패거리의 논리가 대신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그저 군림하는 자를 바꾸려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우리가 하면 너(희)보다 잘 할 수 있어. 일터와 삶터가 분리되듯, (현장에서의) 운동과 (일상에서의) 삶이 분리되고, 세상 바꾸기와 스스로 변하기가 분리되는 운동, 세상의 주인이 되자면서 남 탓하는 운동, 이런 정신분열적 운동을 지양해야 한다.

삼십 년 가까운 세월, 감히 세상을 바꾸겠다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한 끝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궤도 이탈이나 원점 복귀가 아니라 나선형 상승 발전을 통해. 치열한 고민과 실천, 자기반성이 있었기에 제자리에서 맴돌지 않고, 중심도 잃지 않고 상승할 수 있었으리라. 글쓴이는 이른바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이라는 금속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그래서 이 책은 금속의 경험에 많이 기초해 있다. 그러나 금속의 경험은 금속만의 경험이 아니다. 금속이 상대적 으로 강한 조직력과 투쟁력, 치열함을 갖고 있(었)기에 금속의 경험과 현실은 다른 연맹이 이미 경험한 것이거나 곧 경험할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개인의 창작물이기도 하지만, 집단적,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글쓴이와 가까운 입장에 섰던 운동가들은 물론, 때론 반대편에 섰던 이들, 더 나아가 주인으로서 자기 지위를 잃어버린, 이름 없는 대중들까지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고민을 나눈 결과물이다. 글쓴이가 군더더기 없이 탁월한 솜씨로 정리해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이 역사적인 소임을 다하길 기대한다. 광장 한가운데 던져져 소통과 공감의 매개가 되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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