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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님의 서재
  • 산티아고 카미노 블루
  • 이화규
  • 25,650원 (10%1,420)
  • 2023-12-01
  • : 286

카미노 블루, 스페인의 유명한 순례길 산티아고를 다녀온 사람에게 생기는 ‘산티아고 앓이’를 카모노 블루라고 한다지, 나는 이 책을 읽고 산티아고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길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아하, 이래서 사람들이 산티아고, 산티아고 하는구나.

 

책을 덮으니 부제가 순례의 끝, 치유가 완성되는 순간인 이유도 알 것 같다. 산티아고에 1도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도 산티아고 치유의 테라피를 받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로 용광로처럼 들끓는 산티아고 길 위에서 저자는 적절한 유머와 사냥함으로 순례객들과 소통하고 깊은 인터뷰를 끌어낸다. (아하, 60~70년대의 영미 대중음악을 섭렵한 취향으로 갈고 닦은 영어 덕분이었으리라.)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님의 무덤은 빈 무덤이다.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지, 그 빈 무덤을 신앙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산티아고(야고보) 사도의 무덤은 결국 그곳을 찾아 묵묵하게 온몸으로 걷는 순례객들의 신앙 속에서만 살아날 수 있다. 신앙이란 그런 것이다.” 책 169쪽에서

 

이화규라는 순정한 순례자가 한땀 한땀 온몸으로 써내려가 글을 읽고 있노라니, 순례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작가는 3장에서 자기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는데, 자기 정신과 몸의 출발점인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부터 인생의 빛과 어둠을 진솔하게 술회하는 부분도 좋았다. 길 떠난 자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식 같은 것이 아닐까, 좋은 것과 나쁜 것 슬픔과 기쁨을 동일한 가치로 보고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글쓰기! 글의 깊이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3장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 없었다면 앞장과 후장의 리얼리티는 반감되었을 것 같다.

 

“일상의 가치와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카미노로 가면 된다. 반면 카미노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책 356쪽에서

 

위 인용은 산티아고의 핵심을 간파한 말 같다. 누군가가 왜 사람들이 산티아고에 가는 가죠? 이렇게 묻는다면 위 인용을 말해주면 딱일 것 같다. 위 인용처럼 밑줄 치면서 담고 싶은 문장이 가득했다. 결국 우리는 길 위에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의 은유처럼도 읽힌다. 산티아고 입문 교과서로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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