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남녀 - 나혁진
김희정 2017/07/1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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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남녀 - 나혁진
평소에 로맨스와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훈남 탐정과 미녀 조수의 케미가 돋보이는 수사극이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탐정 강마로와 낙원회 살인사건의 2차 피해자인 유지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낙원아파트라는 곳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첫번째 사건의 피해자는 사망했지만 두번째 사건의 피해자인 유지혜는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로 상당한 충격을 받아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학원강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의 앞에 자칭 사립탐정 강마로가 돌연 나타나 낙원회 사건의 범인을 함께 잡자고 제안을 한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그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
낙원아파트에는 낙원회라는 봉사단체가 있는데 피해자 두 명 모두 그 단체의 회원이었다. 때문에 낙원회의 모든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각 인물들을 모두 의심해가며 추리를 해나가는데 유지혜는 자신의 주민들을 모두 의심해나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만 사실 냉철하게 판단할 때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강마로는 유지혜 대신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사건에 임하는 역할을 해나간 것 같다. 탐정은 강마로였지만 사실상 문제 해결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유지혜였다. 강마로는 유지혜가 적극적으로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도록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역할 같았다. 그리고 극 중 서술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강마로는 사실 믿음직하다기 보다는 다소 어린아이 같은 부분이 있고 장난스럽게 임하는 부분이 있어서 종내에는 어쩌면 탐정이 유지혜고 조수가 강마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모든 인물들의 알리바이와 범행동기를 추측해가며 사건을 풀어가는데 그 와중에 같이 수사를 해 나가면서 서로 미묘한 감정을 가지게도 된다. 둘이 외모를 보고 서로 끌린 건지 함께 해나가며 정이 들어서 끌린 건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관계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을 때 종종 나였다면, 하고 상상하는데 내가 유지혜였다면 강마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 같았다. 왜냐면 워낙 의심이 많아서 낯선 사람이 무턱대고 그렇게 접근하면 안 좋은 생각부터 들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혜는 나와는 달랐고 그래서 이 이야기는 진행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는 초반 10페이지에서 끝났을 것이다ㅋㅋㅋ
결론적으로 내가 예상한 범인과는 달랐지만 작가가 범인의 범행동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대단히 수고를 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책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한 약도나 지도 같은 것을 제시해주기도 하는데 덕분에 지형상의 설명이라던가 사건의 묘사에 있어서 이해가 훨씬 잘 되었다. 작가는 하루하루의 시간적 순서도 한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명시해 놓았다. 시간과 장소의 구성에 있어서 치밀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마로는 셜록처럼 천재적이고 엄청난 추리력을 가진 인물은 아니지만 피해자를 위해 사건을 해결해주고 싶어하고 단순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탐정이다. 처음 내가 책을 읽기 전에 가진 인물에 대한 기대와는 달랐지만 그런 인간적인 탐정이 어쩌면 더욱 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을법한 인물들을 가지고 있을법한 이야기를 그려낸 있음직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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